대다수가 대세상승을 외칠 때 거기에 따라가는 게 아니라 반대로 경기침체에 배팅하는 인버스나 국채 롱포지션 전략이 요즘 핫합니다. 수익률이 좋아서가 아니라 이 전략을 썼다가 손실이 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그렇게 경기침체에 배팅하는 숏포지션이라면 저도 상당량을 들고 있습니다. 작년 6월부터 TMF를 매수하기 시작했는데, 아마 10년물 금리가 3.3%였을때부터 계속 사모았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인버스나 국채 etf같이 경기침체에 배팅하는 투자는 시작하기 전에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게 있습니다.
사람들의 광기와 탐욕을 내가 과연 계측할 수 있는가, 그걸 알아야 그 반동으로 찾아오는 경기침체가 언제 찾아올지, 그리고 어느정도로 심하게 올지를 추측할 수 있겠죠. 하지만, 대중의 탐욕과 광기를 측량할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 대단한 워렌 버핏도 공매도투자를 했다가 크게 손실을 보고 손절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한 번 올라가기 시작한 주식의 가격이 어디까지 올라가다 펀더멜탈에 수렴하여 추락할 것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건 많은 사람이 하락을 주장하고 숏포지션을 들고 있으면 있을수록, 더더욱 시장은 미쳐서 더 큰 거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단기적인 관점에서 그렇게 노출되버린 숏포지션만큼 잡아먹기 쉬운 취약점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숏포지션을 잡고 경기침체에 배팅하는 사람들에게는 거품에 취해 집단행동에 동참하는 대중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가혹하고 힘든 인고의 시간을 요구받게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침체에 배팅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인 주식투자자보다 그 어려운 기간을 더 잘 버틸수 있도록 훈련이 되었어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숏배팅만 하는게 아니라 주식투자도 같이 들고 가는겁니다. 튼튼한 기업, 저평가 되있고 소외된 주식들도 일정부분 함께 들고 가줘야 본격적으로 경기침체에 빠져 채권이나 인버스가 빛을 볼 때까지 심리적으로나 계좌 상황으로나 버틸 수 있는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정말 마인드컨트롤을 각잡고 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덕목은 다름아닌 “겸손”일 겁니다.
대중이 어디까지 탐욕과 광기에 빠질 수 있는지, 시장 참여자들이 어디까지 비이성적인 결정을 계속해나갈 수 있는지, 위정자들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어디까지 시장을 인위적으로 왜곡시킬 수 있는지, 내가 기대하던 그 날(!)이 오기 직전의 순간까지 얼마나 화려하게 탐욕이 넘실대며 거품이 부풀어오를 수 있는지, 기다리던 그 날은 또 얼마나 지독하게 예측불가능한 시점일 것인지,,, 나는 그것들을 도무지 알 수 없다는 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렇게 겸손해야만 버틸 수 있고, 겸허해야만 오랜 시간 버틸 수 있을만큼 적절한 비중으로 포지션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나 자신의 무지를 인정할 수 있어야만 감정적으로 지치고 거칠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없으면 숏포지션으로 돈벌 가능성은 매우 낮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인터넷 글들을 보면,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4%에 근접하고 나스닥의 빅테크 기업들 주가가 계속 올라가면서 너무 조급하게 많은 돈을 TMF나 인버스ETF에 들어간 사람들의 마음이 타들어가는 게 눈에 보일정도입니다. 현재 너무 크게 물리지 않았다면, 심리적으로 감당할 만큼까지 비중을 가볍게 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지 않을까 합니다. 버블이 형성될 것 같아서가 아니라, 미래를 알 수 없으니까 내 계좌가 뭉게지지 않기 위해서 그래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야 정말로 경기침체가 도둑같이 닥치는 그 시점에 평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주식을 시작한 지 5년째인데, 주식 시작하고 몇달도 안되어서 CDS 숏포지션, TVIX, TMV, TMF 등등 다양한 숏포지션 상품들에 투자해본 결과를 생각해보면, 숏포지션으로 돈을 벌려면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할 것”을 마음에 새겨야 마침내 성공할 확률이 올라간다고 믿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