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을 꾸짖는 한 한의사의 임상사례

DP에서 종교 이야기 다음으로 분란과 소란을 조장하는 주제가 양방한방 문제일 겁니다.

이 주제에 대한 제 생각이나 입장은 확고하지만 어지간 해서는 그런 주제로 글을 안쓰는 이유는 한의사분들을 존중하고, 그 분들의 열정과 경험, 그리고 전문성을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한의학에 종사하는 분들이라고 꽉 막힌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 건 아니라는 걸 알기에 이런 주제로 글을 자꾸 쓰는 바보짓을 안하려 하지만, 오늘은 제 가슴을 정말 막막하게 만드는 글을 보고 안 쓰면 가슴에 멍이 들 것 같아 글을 써 봅니다.

http://www10.breaknews.com/sub_read.html?uid=9443

한 한의사분이 계십니다. 이 한의사가 평소 의학이나 의사에게 어떤 입장을 피력했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쨋던 공인된 한의사면허를 보유하고 있는 어엿한 한의사분입니다.

이 분의 어머니가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 응급실에서 급한대로 니트로글리세린 설하정을 투여, 안정을 되찾은 후 관상동맥 조영술을 통해 막힌 혈관을 확인, 개통술을 하려는 데 보호자인 이 한의사의 동의 없이는 혈관개통술을 시행할 수 없다며 이를 제지 하셨습니다.

이 한의사분은 의대교수의 설명과 영상을 통해 LAD의 폐쇄와 이로 인한 심장박동기능 저하를 확인하였음에도 불구, 모친이 저혈압이라는 이유를 들어서 개통술을 거부하였습니다. 그러나, 수술을 거부한 진짜 이유는 담당교수가 설명하고 있는 1000분의 1의 잘못될 확률이라는 설명에서 1000분의 1이라는 확률을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의사들 끼리도 판단이 엇갈리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며, 이 한의사분도 그러한 점을 느꼈던 가 봅니다. 그래서 더욱 의사의 판단을 신뢰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수술을 거부하고 나서, 이 분의 모친께선 심근경색으로 인해 심한 오심, 구토 증상을 호소하셨지만 자신의 이틀간의 침 치료를 통해 매우 안정된 상태로 호전되었음을 강조하시고, 퇴원을 결정한 후 니트로글리세린 투여 및 처방약을 복용시키며 동시에 매일 한방치료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알리고 있습니다.

이후 4일동안 침 치료 및 한방치료를 계속한 결과 모친께서 호소하시던 두통과 흉통이 완전히 완해(아마 한의학용어인 듯)되었지만, 심맥이 약한 것은 회복되지 않았으므로 계속 한방치료를 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저는 이 한의사의 사연을 접하고 나서 무섭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 한의사분의 확신이 무섭기도 하지만, 이런 식의 확신을 가진 분에게 한의사 면허를 주고 유지시키고 있다는 현실에 공포감을 느낍니다. 사실, 이 글을 접할 수 있었던 건 같은 의사임에도 오만하고 독단적인 태도로 인해 별로 상종하고 싶지 않은 의사의 블로그에 예기치 않은 계기로 들어가 눈살을 찌푸리며 글을 읽어 내려가고 있다 발견한 거였습니다.

의사들이라고 다 올바른 말만 하는 것도, 사이비와 등을 지는 것도 아니며 공격적이고 밥그릇싸움에 치우쳐 생각하는 의사들, 진정한 과학의 정신인 자기비판과 자기회의 보다는 도식적이고 기계적인 사고방식을 상대를 누르는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의사라는 면허증을 달고 환자를 살피는 진료에 임하는 사람이라면 오만하고 독단적일지언정 자기확신에 빠져 원칙과 상식을 무시하는 시술을 환자에게 강요하는 걸 넘어 이를 널리 알리며 과시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랬다가는 의사면허가 박탈될 위험이 있으니까요.

위의 사례는 해당 한의사의 확신과 지식에 입각해서 모친의 임상경과를 설명해 보아도 얼마든지 설명이 가능한 임상경과이자 시나리오일 테지만, 현대의학의 간단한 기본지식을 동원해도 금방 정리되는 시나리오입니다. 급성 심근경색에 빠진 이 한의사의 모친께선 매우 심한 관상동맥 폐쇄에 빠진 상태여서 최대한 빨리 혈관개통을 했어야 했지만, 때를 놓쳐(진실은 한의사 때문에 때를 놓쳤던 건지 아니면 아예 늦게 오셨던 건지 이 이야기만 가지고 구분할 수는 없죠) 이미 심장박동기능의 상당부분을 상실해 버린 상태로 퇴원하신 후, 니트로글리세린에 의한 관상동맥확장을 통해서만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남아 있는 허혈상태의 심근의 수축력에 의지해 생명을 보존하고 계시는 겁니다.

이 한의사분이 주장하고 있는 가설 내지는 시나리오와 현대의학과 해당 교수님이 설명했을 퇴원 후 상태에 대한 시나리오 중 어느 시나리오가 맞는 것인지는 이 글만 가지고서는 당연히 검증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 뒷이야기가 쓰여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환자분의 차트기록을 볼 수 없는 저로서는 자세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런 오류를 배제한다고 할 때, 만약 계속되는 니트로글리세린과 몇몇 처방약, 그리고 이 한의사분의 한방치료를 통해 맥진상 심맥이 약한 증세가 완해 되었다면 교수들이 득실대던 대학병원의 의료시스템과 의대교수라 일컫는 일단의 의료진들, 더 나아가 의료체제와 의사들의 신뢰에는 금이 간 것이 될 터이고, 그렇지 않고 심맥이 약한 증세가 완해되지 않거나 더 심해지고 말았다면, 응당 거기에 대한 한의학계의 피드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과학을 맹신하는 저같은 회의주의자나 기계적 환원주의자들의 일방적이고 오만한 생각일까요?

개인적으로 정말로 정말로 무섭기 그지 없었던 건, 이 해당 출처에 달려있던 댓글 들 중 이러한 한의사의 용기를 치하하며 의사들의 오만과 무능을 성토하는 근거로 이 글을 삼는 분들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필시 이 한의사의 용기와 신념을 존경하며 이러한 입장을 확고하게 지지하는 한의대생 분이거나, 한의사분들 일테지요. 저는 정말 그것이 무섭습니다. 이것이 단순히 오만하고 불손한 일방적이고 분란을 일으키는 생각에 지나지 않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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