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의학은 어떻게 노벨 의학생리학상을 받았는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을지 모르나, 우리 한의학과는 달리 현재 중의학은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그러한 성과 중 단연 대표할만한 금자탑은 다름아닌 노벨 의학생리학상을 중의학자가 받은 쾌거입니다.

2015년 노벨 의학-생리학상을 수상한 세 명의 과학자 중 한명으로 말라리아 치료약이 되는 성분인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을 발견한 투유유 수석 연구원은 중국 중의학연구원 소속 과학자로서 중의학적인 접근법을 병용해서 말라리아 특효약을 개발한 공로로 수상자 명단에 당당히 포함된 것입니다.

투유유씨가 말라리아 치료제를 연구하기 시작한 건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중국에서는 국가적인 말라리아 퇴치 프로젝트인 “523호”를 출범시키고, 그 연구팀 리더로 그를 임명하면서 부터입니다.

연구팀은 중국의 약초 2000종 이상을 조사, 말라리아에 효과가 있을 법한 약초 380종 이상을 선별해서 추출물을 얻어 말라리아에 감염된 생쥐를 대상으로 효과를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광범위한 조사 결과 말라리아 원충의 성장을 방해하는 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개똥쑥 추출물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개똥쑥 추출물의 말라리아 원충의 성장방해효과가 불안정하다는 사실이 추가 검증 중에 드러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고문서를 철저하게 재조사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도교 학자(도사)인 갈홍이 기록 기원후 340년 경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주후비급방”이라는 책자에서 한 줄 문장을 확인하게 됩니다.

“청호일악 이수이승지 진복지 – 청호 한 줌을 약 2리터의 물에 담가 즙을 짜내어 모두 마신다”

전통적인 탕약추출은 약초를 삶아 추출물을 얻는데 반해 이 추출법은 열을 가하지 않고서 물로 얻는 방법이 적혀 있었던 겁니다. 그는 이 문장 한 줄에서 기존의 탕약추출법을 넘어서는 가능성에 대한 힌트를 얻게 된 겁니다. 이 문장을 읽은 투유유 수석 연구원은 실험 끝에 개똥쑥에 포함된 유효성분이 열에 약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가열 없이 추출하는 방법으로 바꾸어 비로서 안정적인 약효의 추출물을 얻을 수 있었으며, 이후 이 추출물에서 유효성분인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을 발견, 정제에 성공하게 됩니다.

이 아르테미시닌은 후에 개똥쑥에서 추출하는 게 아닌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공법이 발견되어 현재 말라리아 환자의 치료약으로 자리잡고 있는 상태이며, 아프리카에서 백만명 이상의 환자를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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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면 누가 봐도 중의학자인 투유유 수석연구원은 충분히 노벨 의학생리학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한 공헌을 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중의학적 접근법이라는 범주를 가지고서도 노력만 하면 얼마든지 이런 공헌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중의학계의 쾌거라고 할 수 있는거지요. 그렇다면, 한의학도 중의학이 이루어 놓은 교범을 따르면 얼마든지 이러한 쾌거를 이루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한의학이 그러한 쾌거를 이루기 위해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할 것은 현재의 한의학에서 “유연성”을 접목해야 하지 않은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투유유 수석연구원의 접근을 보면, 수많은 약초들 중에서 학질, 즉 말라리아에 효과가 있을법한 다양한 민간요법들을 끈기있게 조사하여 수백종의 약초들에서 추출물을 얻어 동물실험을 거치는 등 기존의 중의학과는 전혀 다른 과학적 접근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에 당연한 상식으로 알려져 있었던 탕약추출법으로는 유효성분을 추출하는게 불가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음으로서 고서의 기록에 절대성을 부여하는 교조주의적인 접근을 배격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단지 유효성분이 있을거라 생각되는 추출물에 만족하지 않고 그 안에 실제로 작용하는 물질을 추출하는데까지 이르러 중의학과 거리가 있는 현대의학의 영역에까지 자신의 성과를 연결시켰다는 것 또한 중요한 시사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한의학이 지금까지 의미있는 성과를 올렸다고 주장하던 것들 중에서 현대의학의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채 부정되었던 것들이 많은데,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다름아닌 연구의 순서가 투유유 수석연구원의 그것과 달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출발점이 고서에 쓰여져 있는 한 두줄 문장에서 출발해서 그렇다면(이 문장이 맞다고 전제하면서) 이 문장에서 무언가 유효한 것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여겨서 그 고서 내용에서 출발한 약초나 치료법의 선별로 검증대상을 확 좁혀 놓고 나면, 당연히 그 연구에서 어떤 의미있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수천년 역사를 거치면서 수많은 학자나 의사, 또는 도사나 점술가들이 서로 의논하지도 않고 제각각 자신들의 경험이나 철학적 사유에서 출발한 수많은 처방들이 peer to peer review를 거치지 않은채 양산되어 기록된 것이 이른바 고서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곧바로 유효한 무언가를 얻어낼 확률을 기대하는 건 과학적으로 타당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에 투유유 연구원과 같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건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시간과 돈, 그리고 인력과 함께 현대의학과 약리학, 생리학 같은 다양한 분야의 맨파워와의 협업이 전제되어야 할겁니다. 현재의 한의학 그런 기반을 구축하기는 어렵기에 아쉬운 면도 큽니다.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한의학 육성을 고민한다면 반드시 이런 부분을 짚고 진지하게 기존의 접근과 관행을 변화시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음양오행의 철학을 교조적으로 답습-반복하는 교육시스템에 변화가 필요하겠지요. 중의학자인 투유유가 거둔 성과를 따라가려거나 추월하기 위해서,,, 아니, 한의학이 이대로 사장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중의학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그들의 접근방식, 아니 투유유 연구원의 접근방식을 진지하게 연구하는게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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