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 책은 나쁘지 않은 책입니다.
1. 저자의 인생이력을 밟아가며 “진짜 부자”의 정의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는 과정에 많은 이들이 공감할 부분들이 있습니다.
2. 부자가 되는 여러가지 경로들을 소개하고, 잘못 알려진 고정관념들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해줍니다.
3. 우리가 추구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노후생활에 대한 비젼을 제시하면서 구체적인 목표설정이 가능하게 돕고 있습니다.
4. 가장 좋은 점은, 저자가 읽었던 재테크 서적들 중 가치있는 책들을 곳곳에서 언급하고 소개하고 있어서 상당히 좋은 지침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개인적으로는 이 책은 위험한 점들이 있고, 이에 대해서는 경각심을 잃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 연 6%의 시스템자산은 언제나 성립될 수 있는가
저자는 크게 노동력을 투입하지 않아도 노후에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는 소득원을 통칭해서 시스템 소득이라고 칭합니다. “불로소득”이라는 용어가 사회적으로 많은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이를 순화한 용어입니다만, 이 시스템 소득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들을 하나하나 열거하면서 설명하다 보니 독자들이 자칫 위험한 오해를 하게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물론, 저자도 책에서 이 부분에 대해 분명히 경고를 하고 있지만, 그 부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거나 그냥 넘어가게 될수도 있으니까요.
가장 큰 문제는 결국 그 시스템 소득이라는 것도 공부와 경험축적을 필요로 하는 투자상품들이라는 겁니다. 배당주, 상업용 부동산, 경매, P2P 금융 등등,, 하나같이 수익에 비례해 위험을 내포한 상품입니다. 제대로 접근하지 않으면 쪽박을 찰수도 있는 상품이죠. 책 내에서도 충분한 공부와 경험축적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시스템 수익”이라는 주제를 강조하려다 보니 공부와 경험축적의 필요성에 대한 강조는 정도가 약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더해 연6% 시스템 소득이 과연 앞으로 10년, 20년 뒤 우리가 나이가 들었을 때까지도 틀림 없이 지속될 수 있는것인가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무엇보다도(책에서도 밝혔지만) 인플레이션과 세금이라는 두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 있는 수단이 무언지는 책에서 말하는 산술적인 계산만 가지고는 논할 수 없습니다. 1980년 이후 지금까지는 디플레이션의 시대였습니다. 저금리가 대세이고 상식이던 시대였다는 겁니다. 그런 상황이었으니 임금소득보다 자산소득이 더 맹위를 떨치는게 당연하지만, 이제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의 시대가 다시 돌아오게 되면, 모든 건 다 뒤집어지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제가 예언가가 아니니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온다 안온다 잘라서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대세의 흐름에 따라 자산소득과 임금소득의 우열이 결정된다는 원리 자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겁니다. 항상 그러한 시대의 조류를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감각이 자산의 형성 그 자체보다도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거지요.
세금도 그렇습니다. 앞으로 재정이 계속 확대되면서 재정적자가 대세가 되고 국민연금같은 사회보장제도가 더 강화되면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는 지금보다도 더 무거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도 빚을 다 못갚고 은퇴하는 노령층이 빚 없이 자산만 가지고 은퇴하는 사람보다 압도적으로 많은게 현실입니다. 그런 빈곤층 은퇴자들에게 복지를 확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구학적으로 젊은 세대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책결정자들의 선택은 누가 봐도 뻔합니다.
결국, 연6%라는 자산소득이 앞으로는 극히 드문 예외를 빼고는 불가능하게 되든지, 물가가 금리보다 더 올라가 연6%의 수익률로는 입에 풀칠도 못하게 되버릴 가능성도 상정하고 노후를 고민해야 하는겁니다.
– “진짜 부자”라는 것의 정의
어찌 보면 더 황망한 부분이 구태여 미래를 따지지 않고 지금 당장에도 “연 6%의 수익률”은 결코 당연한 게 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건 사경인 회계사도 책의 마지막 부분에 여러 통계들을 인용해 고백하고 있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단순한 평균치로만 보면 연수익율 3%를 넘기는게 쉬운게 아니라는 게 지난 30년간의 통계입니다.
장기 평균치로는 연수익률 3%를 넘기지 못하지만, 사경인 회계사 본인은 그 평균이라는 벽을 극복하고 꾸준히 연수익률 6%를 넘겨서 내고 있다는 주장이 사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시스템 수익이라는 좋은 말을 갖다 붙힌다 해도, 세금과 인플레이션 같은 장애를 넘어서 꾸준히 연수익률 6%를 넘기지 못하면, 이 책의 모든 내용은 다 말짱 꽝이고 헛된 망상에 불과할 겁니다.
결국, 사경인회계사 본인이 계속해서 투자에 성공해서 연 6% 이상의 고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는 게 “진짜 부자”의 진정한 전제조건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그걸 위해서 저자가 그랬듯, 책을 읽는 우리들도 “계속해서 고민하고 공부”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데, 좋게 말하면 열린 결말인거고, 나쁘게 말하면 지금까지 아무 의미 없는 말만 했나? 하는 허탈감을 안겨주는 대목입니다.
어찌 되었든 구태여 이 책이 아니더라도 투자에 대해 열심히 고민하고 공부해야 한다는 당위 그 자체는 다들 동의하실거라 봅니다. 그러한 당위에 이미 동의하고 있는 상태라면, 이 책은 그저 세간에 돌아다니는 여러 자기계발서나 재테크 책들 이상의 의미를 두기 어려운 책이 아니겠는가 그런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