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레드 슬론 주니어(Alfred P. Sloan Jr)

일단 슬론이라는 인물은 모르는 분이 많으시겠지만, 듀랜트는 아시는 분들이 꽤 많을겁니다. 다름아닌 GM, 제너럴 모터스를 만든 사람이 듀랜트입니다.

하지만, GM의 창립자 듀랜트는 포드 모델T의 압도적인 성공에 밀려 실패를 거듭하다 경영진에서 축출된 후 무일푼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애초에 GM이라는 회사가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포드의 모델T에 밟혀 사라진 잡다한 자동차회사들을 사들이면서 성장해왔다 할 정도로 당시의 포드는 부동의 1위를 넘어 독점적 지위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위상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듀랜트의 뒤를 이어 GM 회장에 취임한 게 알프레드 슬론이었습니다.

슬론의 입지는 여러모로 위태로웠습니다. 당장 포드에 밀려 뒤따라가는 입장이었고, 회사의 전권을 쥐고 있던 헨리 포드와 달리 전문경영인이자 최대주주인 뒤퐁가문의 잦은 경영간섭을 물리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회사 내부에서도 회사정책을 두고 이견이 컸고 회사 내부의 잘못된 결정들로 상당한 손실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이런 내부와 외부의 도전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그는 두가지 전략을 내세웁니다.

첫번째 전략은 내부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화 연구”라는 문건으로 경영조직이 맞딱뜨리게 되는 두 가지 과제, 즉 말단부가 간섭 없이 유연하고 독립적인 대처를 하면서도 명확한 재정적, 정책적 지침들 안에서 일을 해나가야 하는 모순에서 발생하는 긴장을 관리하고 다루는 조직전략에 대한 비전이었습니다.

두번째 전략은 전체 시장의 60%점유율을 차지하던 모델 T 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에 다한 대응전략이었는데, 이미 포드사는 10년 넘게 떼돈을 벌어놓은지라 상대방을 밀어내기 위해 모델T의 가격을 왕창 내릴게 유력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전략을 설정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서 슬론이 제시한 전략은 “모든 사람의 지갑과 목적에 맞는 자동차 라인업”이었습니다.

슬론이 내세운 이 두가지 대응전략은 훗날 경영학계에서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시금석으로 추앙받게 됩니다. 그가 발표한 “조직화 연구”라는 문건은 우리가 알고 있는 기업이라는 형태를 고안하고 실천해낸 시금석이었고, 그의 조직이론은 지금도 경영이론의 경전처럼 여겨집니다. 또한, “모든 사람의 지갑과 목적에 맞는 자동차 라인업”이라는 구호가 던진 파장은 “과학적 마켓팅”과 “수요에 맞추는판매가 아니라 없던 수요를 창출하는 마켓팅”이라는 일대 혁신을 이뤄냅니다.

슬론의 이 두가지 전략이 없었다면, GM이라는 회사는 단지 포드사에 밀려 망했거나 망하기 직전인 잡다한 회사들을 인수해 방만한 경영만 계속하다 결국 망할 수 밖에 없는 쓰레기회사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겁니다. 실제로 GM의 창시자인 듀랜트가 그렇게 방만한 경영으로 인해 쫓겨나서 무일푼으로 죽어갔던걸 봐도 이게 단순한 공상은 아닌거죠.

물론, 슬론의 이런 실천들이 아무리 위대하더라도, 그의 경쟁자는 자동차 시장을 완전히 점령하다시피 했던 포드였습니다. 포드사, 특히 헨리 포드가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해야 할 일들을 꿋꿋이 해냈다면 GM은 승리는 커녕 제대로 된 경쟁조차 할 수 없었을겁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헨리포드가 여러번 결정적인 삽질을 계속 했다는 거,,,

국민차를 만들어 크게 성공한 성공방정식에 취해서 계속 단일차종 대량생산에만 집착해 저가의 자동차만 만들었고, 마켓팅에 아무런 관심을 가지지 않고 경쟁이 치열했던 결정적인 국면에서 광고비를 전혀 집행하지 않았습니다. 이후에도 여러번 실수를 거듭해 결국은 회사를 위기로 몰아넣었지만, 그는 마지막까지도 문제가 자기 자신에게 있었다는 걸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자신의 독선을 관철시키며, 자기 아들까지도 믿지 않고 82세까지 경영권을 잡고 있다 죽기 2년 전이 되어서야 경영권을 승계해줬습니다.

작금의 자동차업계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일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과거 헨리 포드와 알프레드 슬론 주니어의 경쟁에 얽힌 이야기를 접하면서, 엄청난 성공에 안주하며 자신의 독선과 기행을 지워내지 못하다 야금야금 경쟁자들에게 점유율을 내주며 후퇴하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는 한 천재 혁신가가 연상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하겠죠. 다만, 위대한 혁신가 헨리포드의 대척점에 서서 전혀 다른 영역에서의 혁신과 전략으로 결국 승리를 거머쥐었던 위대한 라이벌 슬론과 같은 인물이 2023년을 앞둔 지금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게 머스크와 테슬라에게는 천만다행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쨋던, 책과 역사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하나의 커다란 성공과 혁신만으로 기업을 영속적으로 성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일겁니다. 언제나 시장과 환경은 거칠게 변화하고, 경쟁자들은 도처에서 기존의 혁신으로 인한 성과를 갉아머으며 도전하는게 기업의 필연적인 운명인거지요.

테슬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당장의 주가하락은 그동안 지나치게 과대평가되었던 밸류에이션의 정상화 내지 지나치게 장미빛으로만 일관했던 미래전망에 대한 재평가의 측면이 있지만, 테슬라가 지난동안 이뤄냈던 성공과 성과들을 근거삼아 앞으로도 성장이 확고하다는 믿음을 섯불리 가지면 안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설령 테슬라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고 계속 투자를 하려는 분들도 항상 마음에 두고 고민해야 하는 영역이 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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