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가장 무서워 하는 것

2008년 금융위기로 미국의 위상과 체면은 땅에 떨어졌고, 이로 인해 일극체제가 무너지고 다극체제로의 전환이 이뤄졌을 때 가장 강력한 미국의 경쟁자로 부상한 건 중국입니다. 당시 경제위기를 계기로 중국의 위신, 미국을 언젠가는 앞지를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그 전까지 미국의 일방적인 행동에 품었던 적개심은 끝간데를 모를정도로 부풀어갔습니다.

2008년 애틀란틱 지와의 인터뷰를 했던 가오시칭(高西慶) 국부펀드 매니저가 미국 금융위기를 평했던 발언이 의미심장합니다.

”지난 수개월동안 세계는 미국이 자신만의 이념, 자부심, 독선으로 투쟁을 이어온 후 마침내 미국인의 위대한 재능 중 하나인 실용주의를 적용시켰음을 목도했다.,,,,,, 미연준과 재무부는 금융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엄청난 규모로 개입했고, 그때문에 중국은 미국을 자본주의 민주국가가 아니라 아메리카식 사회주의로국가 생각한다”

하지만, 중국은 러시아처럼 미국을 곤경에 빠트리기 위해 무작정 GSE채권을 내던지지도 않았고, 미국채 보유량을 훨씬 더 늘리는 등 그들만의 “실용주의”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중국의 선택은 역대급의 경기부양,,, 이 경기부양의 위력으로 경기침체에 빠졌던 미국과 유럽, 그리고 아시아 공업국가들은 숨통을 틔울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왜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가며 경기부양을 했던 걸까요? 사실은 중국도 당시 어느 나라 못지 않게 다급한 상황이었습니다.

중국은 생상과는 달리 수출이 전체 GDP에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적은 나라입니다. 당시의 중국 GDP성장은 대부분 내수와 외국인 투자에 의한 것이었고, 2008년에도 수출이 GDP성장에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최대치인 40%에서 내려와 전제의 30%에 불과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얼마 안되는 수출비중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었습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중국의 수출은 18% 감소했지만, 양질의 일자리는 대부분 수출부문에서 창출되고 있었기에 고용시장의 타격은 훨씬 어마어마했습니다. 당시 매년 배출되던 대학졸업자 560만명 중 30%가 직장을 구하지 못해 실업자로 전락할 정도였습니다.

그나마 수출의 감소폭은 양반, 외국인 직접투자는 30%가 감소했습니다. 한국과 대만의 제조업체들이 대다수 철수했으며, 뱅크 오브 아메리카, UBS 등 대형 금융기관들이 본국의 사정으로 인해 철수했습니다. 당연히 이 과정에 수많은 실업자들이 만들어졌으며, 농민공과 같이 통계에 잡히지 않는 실업자들까지 합쳐서 추산하면 최대 3,600만명의 실직자가 나왔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사회시스템은 이러한 정도의 고용충격을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복지시스템이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때의 상황이 얼마나 급박했고, 해결을 위해 얼마나 필사적 재정지출에 매달렸었는지는 당시 공산당 중앙당이 지방정부를 향해 내려던 지침들을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중국 경제정책을 집행하는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방정부들에게 재정지출을실행하는데 “촌각을 다투며 전력을 다하라”고 명령했으며, “중앙문서 18호”라 명명된 공산당 문서에서는 각 지방 공산당 지부에 직접 행동에 나설 것을 명령하면서 “(지방)정부지출을 늘리기 위해 사수한 문제는 무시하고 넘어가라”고 명시할 정도였습니다.

그런 경기부양이 제대로 된 효과를 내기는 했던건지, 잘못된 방향으로 메몰되었던 건 이니었는지, 이를 위해 예산을 조달하는 데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었는지,,, 여러 논란이 제기될 수 있지만, 어쨋던 중국 공산당의 재정지출확대의 실천속도 자체는 경이로운 것이었습니다. 그러한 실천이 없었더라면, 중국은 당시에 이미 3,600만명으로 추산되는 실업문제에 짓눌려 시스템의 유지에 곤란을 겪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이제 지금 세계경제에 침체가 덮쳐온다면 경제적으로 덩치가 커진 중국은 더 잘 버텨서 낙관적인 결과가 나오게 될까요? 수출비중은 예전보다 훨씬 줄어들어있으며, 미중갈등과 같은 구조적인 요인으로 그 비중이 다시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경기침체가 정말로 나오게 된다면 외국인 직접투자도 줄 수 밖에 없으며, 부동산 가격하락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금 내수경기도 공산당이 섯불리 접근했다가는 성과가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어마어마하게 성장해 규모가 커진 만큼, 과거보다 훨씬 많은 돈을 퍼부어야만 경기부양과 실업자 수 관리에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중국은 경제규모와는 어울리지 않게 정치가 경제를 누르며 통제하는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국가입니다. 때문에 정말로 실업문제를 관리하기 어려운 상황이 나온다면 경기부양에 돈 걱정을 하지는 않을겁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급박했던 당시 상황보다도 지금이 대응하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더까다로운 배경을 자기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의 내부문제, 즉 농민공이나 주택가격하락 같은 내부모순이 붕괴해서 중국의 공산상 시스템이 무너지는 걸 기다리기에는 하세월이 걸리겠지만, 수출이나 해외투자의 감소같은 외부충격에는 생각보다 위험한 약점을 노출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아마도 중국 공산당도 그걸 잘 알고 있기에 지금껏 화끈한 경기부양책에 들어가지 않고 때를 기다리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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