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은 1999년 12월 미국 재무부장관이던 래리 서머스와 캐나다 총리 폴 마틴의 주도로 결성되었습니다. 하지만, 출범 후 2,000년대 내내 G20은 국가지도자들의 협상장이라기 보다는 기술 전문가들의 최상위 포럼 역할에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중국과 둘이서만 협상을 하고자 했고, 중국 이외에 대중협상에 끼고 싶어하는 국가들은 자신의 손으로 선별하고 싶어했기 때문이었죠.
이런 G20의 위상이 국가지도자들의 협상장으로 격상된 계기는 금융위기였습니다. 미국 혼자서 금융위기를 타개해나갈 역량도 없었지만, 국제연합은 제대로 된 합의를 도출해내는것이 불가능한 시스템이었습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금융위기의 여파를 차단하기 위해 영향력 있는 국가들의 공조와 조율을 모색할 수 있는 마당의 역할을 G20이 떠맡게 된겁니다.
이렇게 G20이 국가지도자들의 회합으로 격상된 후 나타난 본격적인 변화는 G20이 무언가를 이뤄내고 보여준 것에서라기 보다는 G20에 의해 배제되고 소외된 나머지 국가들, 즉 국제연합에서 G20을 뺀 나머지 회원국들의 소외감과 반발에 의해서 확인하게 됩니다. G20이라고 해봐야 서로 반목하고 의견이 갈라진 국가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양보해서 구체적인 합의를 이뤄내기는 쉽지 않았지만,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비G20 국가들의 이해관계를 무시하고 소외시킨 다음 G20의 공통적인 입장과 목소리를 관철시키려는 시도는 성공적이었다는겁니다.
전체 UN회원국의 10%에 불과한 20개국이 전세계 인구의 60%, 전세계 교역량의 80%, 전세계 GDP의 85%를 차지하고 있는데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규모가 더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에, G20회원국들의 입장에서는 회원국 숫자만 많은 대신 별다른 실속이 없는 국제연합에 공을 들이기보다는 G20에 공을 들이는게 수고 대비 월등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혹자는 G20이 별 의미도 없고 실질적인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강제력이나 규율도 전혀 없는 이름뿐인 국제회의라 폄하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제연합을 뛰어넘는 중요성과 의미를 가지고 세계질서를 조율하고 이끌어가고 있는 힘이 있는 실체입니다. 때문에 앞으로도 벌어질 여러가지 경제위기나 이슈들을 맞아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공조를 모색하는 창구로서 G20의 중요성은 지금보다도 훨씬 더 커질 것이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