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거법을 사용한 향후 시장예측

향후 1년 정도까지의 시황을 예상해봅니다. 물론 수많은 전문가들이 제각각 예측을 하는데, 저 혼자서 해보는 예측이 무슨 정확성이 있겠습니까마는, 투자자라면 당연히 자기 돈을 굴리는 만큼의 책임감을 가지고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대응까지도 미리 준비하려는 시도가 필요할겁니다.

투자자에게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미래의 돌발상황들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직접 미래를 예상하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상식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떨어지고 상정하기 어려운 경우들을 하나하나 빼가다 보면, 얼추 미래에 대한 전망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겁니다. 막연한 추리는 언제나 소거법부터 출발하는게 진리입니다.

  1. 많은 전문가들이 지금 연준의 금리인상이 막바지에 다다렀다고 예상합니다. 그렇게 예상하는 이유는 연준이 지금 시점에서 지금처럼 가파른 속도의 금리인상을 계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연준이 앞으로도 기준금리를 계속해서 인상하는 건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의 근거로 제시해왔던 지표들이 하나같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단 하나, 고용지표만 버티고 있는데 이건 전혀 이상한 게 아닙니다. 원래 가장 뒤늦게 움직이는 대표적인 후행지표이기 때문입니다.
  2. 하지만,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이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고 가정해봐야 하기에 마지막 남은 고용지표가 올해 내내 굳건히 버텨내고, 원자재 가격이 중국의 리오프닝 등의 이유로 다시 오른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과연 연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가파르게 올릴 수 있을까요?
  3. 그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이유는 작년 하반기 영국과 일본에서 벌어졌던 일을 생각해보면 됩니다. 당시 영국의 갑작스러운 국채가격 폭락으로 인해 영국의 각종 연기금이 무려 243조원의 손실을 봐야 했는데, 그나마 트러스 총리가 조기사퇴하고 BOE가 빠르게 대처하지 않았다면 영국 국민들의 노후는 아득한 절망 속으로 빨려들어가야 했을겁니다. 갑작스런 달러강세로 일본 엔화가 약세에 들어갔을 때 미국 제외 세계최대 미국채 보유국인 일본이 미국채를 처분하기 시작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던 게 작년이었습니다. 미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때려잡기 위해 수십만명의 노동자 서민이 직업을 잃어버리는 경기침체는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어도,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이나 붕괴를 감당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습니다. 그런 금융불안정이 전세계로 퍼져나가서 결국 미국에게로 돌아오면 어떤 파국이 벌어지는지 2009년에 생생하게 경험했던 연준입니다.
  4. 그럼 이번에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지는 않는 대신 상당기간동안 기준금리가 변동없이 계속 이 수준을 유지한다면 앞으로 세계 경제는 침체를 피해 골디락스, 즉 연준이 바라마지 않는 저물가와 경기호황을 맞이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여기서 생각해봐야 하는 건 미국의 고용상황입니다. 각종 고용지표는 앞서도 말했듯이 가장 뒤늦게 변화하는 대표적인 후행지표입니다. 상상력을 동원해서 이제부터 경기가 좋아진다 가정한다면 결국 고용지표가 앞으로 더 나빠지지 않고 좋아진다는 걸 의미합니다. 물가가 올라가지 않는 골디락스인데 완전고용에 까운 현재의 고용상황도 나빠지기는 커녕 더 좋아진다? 이런 상황이 의미하는 건 언제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또는 자산버블이 나올지 모르는 위험상황이며, 추가적으로 현재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기준금리인상을 할수밖에 없는 상황인겁니다. 설령 그런 골디락스같은 상황이 우여곡절 끝에 잠시 나오더라도 길게 지속될 수는 없는겁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기승을 부리던 볼커 의장 때에는 미국이 짊어진 부채가 미미했습니다. 지금처럼 어마어마한 부채를 발행한데다 외국에서 막대한 미국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15%라는 살인적인 기준금리를 결정할 수 있었던 거지, 지금처럼 조금만 가파르게 기준금리를 올려도 전세계 금융시스템을 경유해서 미국 금융시스템을 무너질 수 있을정도로 막대한 부채(채권발행)를 짊어진 현재의 미국에서는 기준금리를 예전처럼 올리는게 불가능합니다.

이런 상황, 즉 미국이 막대한 액수의 부채를 잚어지고 일본이나 영국같은 선진국이 막대한 미국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앞서 고민해봤듯, 기준금리인상을 지금처럼 지속시키기는 커녕, 지금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하기만 해도 경기침체는 거의 확실하고 빠르게 찾아올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설령, 전문가들이 “골디락스”라고 부르는 저물가에 경기회복의 조짐이 상반기에 나타날 수 있더라도(그래서 상고하저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고, 1월 한달 동안의 강세장도 이런 상상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고 봅니다) 결코 오랫동안 지속될 수 없는 이레귤러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만약 강세장이 지속되더라도, 그건 약달러 추세로 인해 우리나라 같은 신흥국 시장에 국한해서 지속될 겁니다.

결국, 이러저러한 가능성 떨어지는 시나리오들을 제외한다면, 설령 예상치 못한 변수들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심해진다 해도 기준금리의 지속적인 인상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로 책상 한켠에 밀쳐둬도 된다고 봅니다. 이렇게 길게 고민을 한 끝에 얻은 결론이 꼴랑 “더이상의 기준금리는 확실히 없을 것이다”라는 한 줄 뿐이라면 허탈할 수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그러한 결론의 근거가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매우 높은 확률로 찾아올 경기침체의 가능성”이라면 확실히 큰 의미를 가지는 전망이라고 볼 수 있을것입니다. 미국경기의 침체에 배팅하는 투자전략은 세우는게 어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러저러한 불가능해보이는 시나리오들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만약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상황”을 굳이 상정해본다면 어떤 상황들이 있겠는지에 대해서도 이 과정에서 짚어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이 와도 저는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하고, 적절하게 생존을 위한 대응시나리오를 미리 생각해두어야 합니다. 역설적이지만 상상을 뛰어넘는 인플레이션이 왔을 때에는 현금조차 적절한 생존수단이 되기 어렵습니다. 원화가 똥값이 되버리기 때문입니다. 달러자산을 적절한 비중 이상 들고 있되, 그것이 인플레이션에 취약한 형태의 자산이 되면 안될겁니다. 이를테면 작년 한해동안 반토막 이상 나버렸던 기술주들이 바로 그런 자산의 대표격이겠지요. 물론, 이런 말이 뜻하는 바는 지금 당장 희박한 확률을 바라보며 기술주들을 몽땅 내던지라는 뜻이 아니라, 정말로 매크로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조짐이 보이면 그 때 빠르게 대응할 마음의 준비를 해두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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