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코로야 진노스케의 “평생 돈에 구애받지 않는 법”

이 책은 제목처럼 평생 돈에 구애받지 않는 법에 관한 책이라기 보다는 인생을 살면서 돈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대할 것인가에 대해 쓴 책이자, 인생을 살면서 무언가 결단과 도전을 할 때 항상 우리 발목을 잡게 되는 죄책감과 공포감을 돈의 영역에서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 쓴 책이라고 봅니다.

다만, 그러한 핵심내용 자체는 분량이 작을 뿐 아니라, 거의 책의 맨 끝부분에 나오기 때문에 이 대목까지 책을 부여잡고 진지하게 읽어내려가는데는 상당한 인내심이 요구되더군요. 책에서 주로 주장하는 단편적인 주장들만 보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가치와 충돌되는 면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러가지 주장들을 예를 들어보자면 이런 것들입니다.

  • 돈이라는 건 공기와 같다. 어디나 있는 것이고 이걸 모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냥 숨을 쉬듯이 돈을 벌고, 또 써라.
  • 남이 돈을 더 번다고 해서 내 돈이 줄어드는게 아니다.
  • 돈을 벌고 싶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미 돈을 벌어서 부자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라.
  • 돈은 열심히 일하고 노력해서 받는 대가라고 생각하지 마라. 열심히 노력하면 할수록 쪼들린 삶을 살게 된다.
  •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놀기만 해도 풍족함을 얻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라고 스스로 믿어보면, 정말로 그렇게 될 수 있다.
  • 돈은 쓰면 쓸수록 그만큼 많이 들어오게 되어 있다.
  • “내가 혼자서 다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라. 혼자서 자기 일을 다 할려고 하다 보니 열심히 노력할 수 밖에 없고 돈을 못버는 거다.
  • 나의 노력이 아닌 남의 힘(타력)을 빌려야만 부자가 될 수 있다.
  • “왠지 모르겠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부자가 되었다”는게 진짜 부자가 되는 방식이다.
  • 월급이 오르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마라. 많은 양의 좋은 일과 풍족함의 기회는 언제나 항상 나를 찾아온다.
  • 돈은 하늘에서 내려온다고 믿으면 정말로 돈이 보이기 시작한다. 다만, 내 멋대로 골라서 돈을 받으려고 하기에 그걸 받지 못하는거다.
  • 돈을 쓰는데 좋다 나쁘다 이런 개념은 없다. 진짜 나쁜건 돈을 모아만 놓고 안쓰는 것이다.

뭐 이런거 말고도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말들이 책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는데, 마지막까지 읽어내려가지 않았다면 아마 책을 내다 버리면서 괜히 샀다고 후회했을 겁니다. 하지만, 책장을 계속 넘겨가면서 동의하고 공감하는 부분들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 책의 저자 고코로야 진노스케는 심리학자입니다. 책 또한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돈을 접근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키워드는 다름아닌 공포와 죄책감입니다. 저자가 살고 있는 일본이나 우리나라같이 유교적 배경이 짙은 사회에서는 효를 강조하면서 부모를 봉양하고, 입신양명하는 자식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에 대해 굉장한 죄책감을 조장하는 문화적 배경이 존재합니다. 저 또한, 자라면서 그러한 압박감을 은연중에 주입받아왔고, 지금도 그런 “부모 말 잘 듣는 아이”에 대한 강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또한, 전통적인 농경사회에서 출발해서 전쟁과 극심한 경제난을 빈번하게 겪었던 우리 사회는 절약과 근면함이 미덕의 수준을 넘어 하나의 생존법칙으로까지 절대화 되는 분위기 속에서 무노동 무임금이니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느니 같이 조금만 깊게 생각하면 그거만큼 잔인하고 섬뜩한 게 없는 공포가 우리 사회 어디든지 스며들면서 무한경쟁과 약자도태를 강요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포와 죄책감으로 잘 짜여진 사회적 강박이 결국 구성원인 우리들 개개인의 행복을 오히려 방해하기에 개인 행복의 차원에서나, 사회건강의 차원에서나 이런 강박을 직시하고 대응하자는 움직임은 지극히 정상적인 생각일겁니다. 저자가 정말 의도하는 바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봤습니다.

뼈빠지게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돈이나, 고생해서 배운 것이 정말로 그렇지 않은 것보다 더 훌륭하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원래 타고난 재능은 어떻게 되는가?,,, 다른 사람의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자기중심적이거나 제멋대로 행동하거나 줏대없이 휩쓸려도 괜찮다고 스스로 인정할 수 있어야만 주변의 눈치와 압박을 이겨내고 내가 진짜 즐거운 일을 할 수 있다. 그것이 진정 월급이 아닌 나 자신의 존재로 인한 수입, 즉 존재급이다,,, 반항기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사람이 부모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어머니의 한숨, 아버지의 노기에 죄책감을 느끼면서 즐거운 인생을 사는 건 불가능하다,,, 이런 말들을 들으면서 느끼는 건 재무관리가 아닌 내 안의 컴플렉스와 응어리를 푸는게 먼저일것 같다는 생각으로 자연스레 독자를 이끌게 됩니다.

책에도 나와있는 내용인데 혹시라도 살면서 “돈이 없어요. 지금 내 마음에 드는 이 물건을 구입하면 이번달 전화비조차 낼 수 없습니다” 이렇게 말한 적은 없는지 돌아보면, 아니라고 말을 못하겠더라구요. 이 말은 결국 전화비 낼 돈은 나한테 있었다는 거니까요. 당연히 전화비 낼 돈도 있었고, 밥 먹을 돈도 있었고, 군것질 할 돈도 있었고, 잡지를 살 돈도 있었다는 말이니까요.

내가 돈에 구애받지 않고 부유하게 살기 위해서는 돈을 얼마를 버는가, 다른 사람보다 얼마나 더 많이 버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선순위를 올바르게 정하는게 더 중요하다는 게 저자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는 게 이 책을 읽고 내린 제 결론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40대 후반까지 이 책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면서 여기까지 온데다, 아이들을 부양하고 있으면서 이 책의 내용대로 실천을 하는건 불가능하더군요. 이 책은 저보다 훨씬 젊은 분들이 앞으로의 인생을 설계하고 고민할 때 더 필요한 책이고, 이미 일중독에 가깝게 주말근무까지 당연하듯이 하고 있는 제가 이 삶을 바꿔가면서 결단할 무언가를 생각하기엔 너무 무섭더라구요.

다만, 지금까지 내 자신을 압박해 오던 여러가지 죄책감이나 공포에 대해 돌아보고, 이런 것들로 인해 희생되어 왔던 내 자신의 행복감의 우선순위를 조금씩이라도 더 높여보자는 결심은 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어차피 지금보다 돈을 더 많이 벌 필요도, 그럴 가능성도 없는 상태인지라 돈을 더 쓰면 더 벌 수 있다는 꼬임(?)에도 시큰둥한 측면이 있구요.

어쨋던 지금보다 더 많이 행복해지기 위해선 더 많은 지혜와 성찰이 필요하고, 그걸 위해서라도 지금보다 더 많은 책을 진지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는 건 이 책을 계기로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내 세계관도 더 크게 깨어질 필요가 있다는 걸 새삼 확인하게 되었으니까, 그건 정말 이 책의 저자인 고코로야 진노스케씨에게 감사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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