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2 내어다 보니 아조 캄캄한 밤, 어험스런 뜰앞 잣나무가 자꼬 커올라간다. 돌아서서 자리로 갔다。 나는 목이 마르다。 또, 가까히 가 유리를 입으로 쫏다。 아아, 항안에 든 금붕어처럼 갑갑하다。 별도 없다, 물도 없다, 쉬파람 부는 밤。 소증기선처럼 흔들리는 창。 투명한 보라ㅅ빛 누뤼알 아, 이 알몸을 끄집어내라, 때려라, 부릊내라。 나는 열이 오른다。 뺨은 차라리 연정스레히 유리에 …
[카테고리:] 독후감
여러 책들을 읽으면서 남긴 사연들입니다.
위버멘시의 냉정
인간은 감정을 통해 세상을 느끼고 그 감정으로 판단을 내린다. 그러나 감정은 언제나 한발 늦게 도착한 반응이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야 생겨나는 것이 감정이기 때문이다. 괴로운 일이 생기고 나서 괴롭다는 감정이 느껴진다. 고통스러운 상황을 마주하고 나서야 고통스럽다는 감정이 느껴진다. 어떤 상황 없이 감정이 느껴지는 경우는 없다. 이 사실을 기반해서 생각해 보면 감정은 이해가 아니라 여운에 가깝다. …
인간은 자신의 욕망으로 세상을 해석한다.
우리는 언제나 같은 세상을 경험한다. 그러나 그 세상이 누구에게나 똑같은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같은 사건을 겪어도 어떤 이는 기회로 보고 어떤 이는 불행으로 느낀다. 우리가 보는 세상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아니라 내 마음이 비춘 모습이다. 결국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세상을 해석한다. 인간의 욕망은 세상을 덧칠하는 붓과 같다. 배고픈 사람에게 세상은 음식으로 가득 …
폭풍 속에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삶은 종종 폭풍처럼 몰아친다. 예기치 않은 고난이 닥치면 평소에 세워둔 계획이나 멋진 말들은 힘을 잃는다. 그 순간 나 를 잘려주는 것은 머릿속의 이론이 아니라 당장 쥘 수 있는 도구다. 뱃사람이 거센 파도 앞에서 물의 성분을 따질 여유가 없 는 것처럼 인간도 시련 앞에서는 구체적인 힘이 필요하다. 사람은 때때로 먼 미래의 가능성이나 보이지 않는 약속에 기대어 …
관계는 상실되지 않는다. 단지 변화한다
관계는 시간이 흐르며 다른 얼굴을 띤다. 함께 웃던 자리가 점차 줄어들고 대화의 무게가 달라지고 어느 순간에는 더 이상 같은 길을 걷지 않는다. 우리는 그 변화를 배신 혹은 타인에 대한 원망으로 느끼지만 그것은 단지 삶이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일 뿐이다. 관계의 변화에서 상실의 고통을 느끼지 말라. 살아있기 때문에 상실한 것이고 살아있기 때문에 죽은 것이다.변화를 영원히 변치 않는다는 …
유리창 1 – 정지용
유리(琉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린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양 언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디치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寶石)**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琉璃)**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 이어니, 고운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山)새처럼 날아 갔구나!
니체가 생각하는 철학
인류는 수천 년 동안 같은 질문을 되풀이해 왔다. 인간의 뿌리는 무엇인가? 인간은 스스로를 고귀하다고 믿고 싶어 한다. 이타적 행위, 숭고한 감정, 진리에 대한 열망을 자랑스럽게 내세우지만 그 시작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아무도 대답하지 못한 다. 철학은 가려진 민낯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우리는 이성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이 처음부터 이성적인 존재는 아니었다. 사람은 본래 충동적이고 제멋대로 행동하며 …
바람 – 정지용
바람 바람 속에 장미가 숨고바람 속에 불이 깃들다. 바람에 별과 바다가 씻기우고푸른 뫼스부리와 나래가 솟다. 바람은 음악의 호수.바람은 좋은 알리움! 오롯한 사랑과 진리(眞理)가 바람에 옥좌(玉座)를 고이고커다란 하나와 영원(永遠)이 펴고 날다. 나는 항상 바람과 함께하며 바람도 항상 나와 함께 하지만 나는 바람을 생각하지 않는다. 바람은 어디에나 있으니까, 새로울 게 없어 시시하니까. 바람에 흔들리는 장미를 바라보며, 밤을 …
잘못을 만회하는 길은 오직 행동 뿐이다.
사람들은 잘못을 저지른 뒤 쉽게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 한 마디로 모든 것이 정리될 거라 믿는다. 때로는 눈물을 흘리고 스스로를 책망하고 무릎까지 끓으며 자신의 진심을 증명하려 한다. 정작 상처받은 사람은 여전히 같은 고통 속에서 머무는 데 말이다. 말이 아무리 절절해도 이미 벌어진 일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과는 타인을 위한 행위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자기 자신을 위한 선택일 때가 …
비극 – 정지용
비극 (悲劇) 「비극」의 흰얼굴을 뵈인격이 있느냐? 그손님의 얼굴은 실로 미하니라. 검은 옷에 가리워 오는 이 고귀한 심방에 사람들은 부질없이 당황한다. 실상 그가 남기고 간 자취가 얼마나 향그럽기에 오랜 후일에야 평화와 슬픔과 사랑의 선물을 두고 간줄을 알았다. 그의 발옴김이 또한 표범의 뒤를 따르듯 조심스럽기에 가리어 듣는 귀가 오직 그의 노크를 안다. 묵이 말라 시가 써지지 아니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