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읽었던 부동산관련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떤 따지기 좋아하는 한 남자 이야기인데, 그 따지기 좋아하는 성격때문에 늘 아내의 구박을 받는다는 겁니다.
삼성동 아이파크 분양 때 아내가 분양권 프리미엄 1억을 주고서라도 매수하자고 했는데 따지기 좋아하는 이 남자는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아무리 고급아파트라고 해도 평균 아파트가격이 6억인데, 프리미엄 1억을 준다는게 타당한지 이유를 대보라고 했답니다. 당연히 논리적인 이유를 댈 재간이 없으니 이 부부는 삼성동 아이파크를 매수하지 않고, 나중에 프리미엄만 10억으로 올라갔습니다.
이후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매매가 6억원대였을 때 아내가 사자고 했어도 각종 이유를 따지고 들어서 매수하지 않았는데, 결국 9억원이 되고, 그 후로도 이렇게 따지기만 하다 기회를 번번히 놓쳐 아내로부터 온갖 구박이란 구박은 다 듣는 신세가 되자, 드디어 자신의 따지는 습관을 버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아내가 가져온 특급정보, 경의선 전철화 최대수혜지역이라는 말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탄현역 근처 아파트를 4억5천에 구입, 그런데 10년이 지난 후에 이 아파트는 3억2천으로 떨어지고, 어쩔 수 없이 그냥 보유하고 있는 중이라네요. 결국 이 남자는 “끝까지 따졌어야 했는데” 라며 후회하더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사람마다 다를겁니다. 아무런 공부도 없이 남의 말만 믿고 투자를 한게 어리석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부동산활황기에 분명히 근거가 있었던 여러 호재들을 자기 자존심만 내세우면서 현장을 발로 뛰며 살아있는 정보를 가져온 아내를 무시한 것이 어리석었다는 것일수도 있을겁니다. 아니면, 애초에 자신이 내세웠던 원칙을 끝까지 관철하지 못하고 주변에 휘둘린 것이 패착이었다고 지적할 수도 있겠죠.
이 이야기에 대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이 남자의 가장 결정적인 패착은 거래를 자기 자신의 심리적인 상태, 즉 수시로 변할 수 밖에 없는 자기 기분에 따라서 결정했다는 점이라고 봅니다. 정말로 부동산투자를 해야 하는 절실한 이유가 있었다면 애초에 아내가 이러저러한 정보를 물어오기 전에 미리 공부하고 알아보고 다녔을 겁니다. 그랬다면 처음에 아내가 물어온 정보가 제대로 된 정보라는 걸 파악할 준비가 되어 있었을텐데, 아무런 준비없이 이러저러한 정보가 오니까 그제서야 그런 정보를 그동안 자기 습관대로 따져보기만 했으니 결단을 할 심리적인 준비가 안되었던거죠.
하지만, 냉철하게 이성적으로 판단할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던 이 남자는 거래를 하지 않고 딴지만 걸 때에도 자기 기분에 근거해서 행동했고, 아내의 구박에 자기 신조를 버리고 함정을 덥썩 물었은때도 결국은 자기 기분대로 행동을 한겁니다. 이 남자가 했던 모든 거래에는 언제나 자기 자신의 심리상태가 가장 큰 변수였다는 겁니다.
정말로 이성적으로 결정했다고 한다면 이런 거래를 결정하기 전에 “왜 내가 부동산 투자를 해야 하는가”라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정리부터 되어 있었어야 했고, 이성적으로 부동산거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면 거기에 대한 준비와 공부를,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판단했다면, 아내를 설득할 수 있는 논리개발을 준비했어야 했습니다. 그러한 준비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자만심과 (지나치게 따지는)패턴에 근거해 좋은 거래를 놓쳤고, 놓친 후에는 미련과 구박받는 것에 대한 반발심리로 나쁜 거래에 손을 댄겁니다.
물론 운이 좋거나 호황기라면 이렇게 자기 기분내키는대로 거래를 해도 대박이 맞을수 있는게 현실의 재미있는 점일겁니다. 반대로 운이 나쁘면 아무리 냉철하게 준비를 해도 잘못된 거래로 쪽박차지 말라는 법이 없는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자기 기분과 감정에 기반한 거래는 실패했을 때 충격이 훨씬 크다는 점 뿐 아니라, 운이 좋아 성공했을 때 다음번 판단에서 망테크를 타기 딱 좋게 만드는 자만심을 건드린다는 건 거의 필연적이라는 점에서 결코 끝이 좋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주식이던 부동산이던 어떤 형태든지 돈거래는 무엇보다도 더 냉철하게 해야 하는게 정답이라고 생각합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