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공매도를 허용한게 1998년 7월입니다. 이 때 코스피가 300정도였죠. 딱 이 시점 이후부터 주가는 계속 올라가기만 합니다.
그 이전 1994년 10월에는 1,000포인트를 넘겼었죠. 그럼 생각을 해봅시다. 공매도가 주가 하락과 연관성이 있다는 말을 하려면
1. 주가 바닥이 공매도가 활성화 되기 전보다 더 낮게 형성되었다
2. 주가의 하락시 그 기울기가 훨씨 가파르고 무서워졌다
3. 신고가를 형성하는 빈도가 공매도 활성화 이후 훨씬 드물어졌다
4. 주가가 하락하는 폭이 공매도 활성화 이후 훨씬 깊고 가파르게 되었다.
최소한 이들 중 하나는 충족을 해야 공매도가 주가하락을 부추긴다 증명할 수 있는거겠죠.
1,000포인트 대비 300포인트, 즉 70% 하락이라는 최고하락폭을 찍었던 건 공매도가 활성화되기 전 시점이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허용 및 대폭 활성화가 된 이후에는 이런 정도의 하락은 아직 한번도 온적이 없죠. IMF 국난을 가지고 너무 무리한 비유 아니냐고 하실지 모르나, 산이 깊은만큼 골이 깊어지는 법입니다. 이후 2,000포인트를 여러번 넘게 찍었다 추락했음에도, 70% 하락이 한번도 없었다는 건 적어도 공매도가 주가하락을 일으키는 인과관계라는 주장이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거겠죠.
지금 공매도 금지를 하니까 주가가 올라간다고 믿는건, 개인투자자들이 오랜만에 저가매수를 해서 크게 올라가는거라고 분석해야 합니다. 그게 아니면, 앞으로 공매도 금지가 해제되면 주가가 추락해야 맞는걸까요? 그것보다는 공매도 금지를 해제해도 될정도로 주가가 고평가되있는 상태니까 사람들이 무서워서 공매도를 빌미로 팔아서 주가가 떨어지는 거겠죠.
이러니저러니 다 떠나서 왜 그런걸 까칠하게 구분해서 다루느냐 이런 불만을 표출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는데, 일단 외국인 매수세는 외국인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의 다양성이 확보될 때 더 촉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매도가 금지된 상황에서는 외국인이 들어오고 싶어도 들어올 수 없습니다. 이건 국내도 마찬가지죠. 은행에서 돈빌리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규모의 기업들이 전환사채를 발행하면 그 전환사채를 사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전환사채를 사는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 공매도입니다.
그런데, 공매도가 금지되버리면 전환사채의 매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 전환사채의 발행도 크게 줄어들수 밖에 없죠. 결국, 공매도를 장기간 금지하게 되면 시장의 왜곡이 심해지고 거래량이 줄수밖에 없습니다. 당국이 공매도 재허용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가 이런 것들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수많은 시장참여자가 공매도 금지시켰더니 주가가 올라간다고 굳게 믿는다면, 시장은 또 그렇게 다수의 바람대로 흘러갈수 있는거겠죠. 결국, 공매도금지 해제 시점을 앞두고 주가가 또 크게 떨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을겁니다. 그런 조치가 실제 실행되고 나서 주가가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는것도 상당히 관심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