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샐러드는 영상을 보면서 처음 접한 회사입니다. 핀테크 업체로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개인의 금융정보들을 하나로 모아서 거기에서 여러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스타트업 기업인데, 2022년 1월에 뱅크샐러드의 취지에 부합하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시행되자 여기에 고무되어 상당히 큰 돈을 투자받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마이데이터사업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은 겨우 44억, 2019년에 63억이던 매출액보다도 더 쪼그라든 상태인데, 영업손실은 점점 더 눈덩이처럼 커져서 2019년 180억 적자이던 것이 2022년 461억 적자로 늘어납니다. 현재 투자받은 2천억원의 돈 중 남아있는 돈이 525억 정도라고 하는데, 앞서의 적자액 추세를 보면 1년 정도 지난 2023년 말 정도면 현금조차 더이상 남아있지 않게 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빠져있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애초에 마이데이터 사업이 큰 기회라고 봤던 것이 오히려 위기를 불러온 탓입니다. 마이데이터사업의 시행 전에는 뱅크샐러드가 파편화된 금융정보를 한데 모으는 스크래핑 분야에서 다른 기업보다 경쟁우위가 있었는데, 사업 이후에는 알아서 모든 정보를 다 모아주다보니, 그러한 경쟁우위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겁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뱅크샐러드가 제공하던 서비스를 네이버, 카카오, 토스, 국민, 신한은행등 수많은 곳에서 똑같이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고객이 한 번 금융데이터를 하나로 통합해서 자산상황이나 소비패턴을 확인하게 되면, 그 다음에는 더이상 뱅크샐러드를 접속할 이유가 없다보니 트래픽이 나오지를 않습니다. 누적 회원수는 1,200만명이나 되지만, 액티브 유저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러다 보니 궁여지책으로 트래픽을 늘리기 위해 나온 대책이 “유전자 검사”,,,,
핀테크 IT기업에서 유전자검사를 한다, 너무 쌩뚱맞고 회사의 모토인 정보비대칭성의 해소를 의료영역으로 확장하자는 취지는 그럴듯해도 너무 먼 미래의 일입니다. 의학적으로 지금 수준의 유전자정보검사에서 유용한 무언가를 제공할 수 있는것도 아니고, 의료계와 각종 사회단체에서 이러한 의료데이터의 취합과 열람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유전자검사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길이 없는데, 건당 5만원정도하는 유전자검사를 통해 작년 한해만 약 50억원이 빠져나갔습니다
요즘 이렇게 하고 싶은 것은 많고, 투자자들을 잘 설득해서 투자도 받았는데, 성과를 내지 못하고 돈을 까먹고 이는 스타트업이 많다고 합니다.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가지 요소가 반드시 성립되어야 합니다.
- 문제인식(강력한 수요의 발견)
- 솔루션(고객이 돈을 기꺼이 내줄만큼 효과적인 솔루션)
- 창업자의 능력
뱅크솔루션은 1,2,3번의 요소를 모두 성립시켰다 생각했는데도 매출이 전혀 늘지 않고 있는데, 이렇게 세가지 요소가 다 성립했는데도 매출이 늘지 않고 영업이 막히는 경우에는 이재용 회계사의 경험상 대부분 1번, 즉 문제인식의 영역이 처음부터 잘못된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어설픈 가정에서 출발한 문제인식 내지 수요예상이 가장 치명적이고 파국적인 결과를 일으킨다는 거지요.
솔루션의 영역에서도 생각해야 할 게 있습니다. 비타민과 진통제의 비유가 일품입니다. 몸이 어딘가 아팠을 때 진통제를 먹으면 곧바로 통증이 사라집니다. 그런데, 비타민을 먹으면 그게 장기적으로 건강에 도움은 되겠으나 당장의 통증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않지요. 그렇다면, 통증이 있는 사람들은 비타민은 관심을 주지 않고 진통제를 구매하는게 당연합니다.
솔루션이 확실하고 고객의 필요를 확실하게 해결해주는 경우에는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아도 수요가 확실하고, 성장도 자연스럽게 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구글의 검색엔진에 밀려 참패해버린 야후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갑니다. 반면, 애매한 솔루션, 비타민처럼 간접적이거나 다른 경쟁자들도 다들 제공해주는 고만고만한 솔루션이라면 비타민 취급을 당하게 될겁니다.
물론, 비타민에 불과하더라도, 다른 경쟁자를 압도할 수 있는 세부영역에서 경쟁지점을 발견해서 성공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냥 음식점에 전화만 해도 배달은 다 됩니다. 굳이 배민을 가입해야 배달이 가능한 게 아닙니다. 그런데, 굳이 전화로 업체와 말을 섞기 싫다는 고객의 요구, 음식점 직원도 굳이 전화응대를 귀찮다는 요구 등과 같이 세부적인 영역에서 자잘한 필요와 문제인식을 발견해 입지를 굳힌 배달의 민족을 생각해보면 다들 내놓는 고만고만한 비타민같은 서비스에서도 문제인식을 세분화함으로서 차별점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회사가 생기고 나서 대표이사가 맨 처음 내렸던 결정이 잘못되었을 때 그것으로 회사는 망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만, 요즘 잘나가는 스타트업처럼 투자액을 많이 받으면, 그렇게 실패하고 망해도 다시 한번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쌓아놓은 투자금만큼 더 주어지는 것이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겠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이런 경우에 대표이사는 자신이 처음 생각했던 그 문제인식이 잘못되었다는 걸 생각하기 보다는 솔루션에 문제가 있다고 고집하게 됩니다. 매몰비용이 아까웠든지, 자신의 자존심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든지,, 어쨋던 솔루션을 업그레이드하는데 개발비용을 쓰거나, 직원을 더 많이 뽑거나, 다른 기업을 인수하고 덩치를 키우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면서 남아있던 생명줄인 돈을 탕진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굳이 스타트업만 그런건 아닐겁니다. 사업을 다각화하거나 케파를 늘리고 투자를 하는 모든 결정들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 뿐 아니라 그걸 지켜보고 투자를 할지 말지 고민하는 투자자들에게도 첫 단계인 “문제인식”, 즉 수요의 발견이 정확하고명확하게 설명되고 있는지, 그게 아니라 막연하거나 애매하고 대충 그려지는 장밋빛 전망에서 출발하고 있는지는 정말 잘 구분해야 합니다. 생각을 깊게 하면 어느정도 구분할 수 있는 문제일 뿐 아니라 회사가 망하거나 쪼그라드는 거의 대부분의 원인이 바로 그 결정단계에 있기 때문에 경영이나 투자의 순간 이 부분을 정말 냉정하게 고민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