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진 속에서 분주히 사는 사람은 마음이 용렬해지고 뜻이 박절해져서 백 년을 황망하게 한순간처럼 보낸다. 산수 속에서 여유롭게 사는 사람은 잡념이 사그라들고 욕심이 사라져 하루를 살아도 소년 때처럼 참되다. 솔직히 말해서 시골에 산다고 정말로 하루를 살아도 소년 때처럼 참되게 사는 건 아닙니다. 제 직장이 시골이고, 거기에 다니는 환자분들이나 가족들 모습을 보면 택도 없는 이야기죠. 중요한 건 …
[태그:] 채근담
물각부물(物各付物)
마음이 한 가지 일에 달라붙으면 기러기 털조차 태산처럼 무겁게 만든다. 오로지 사물은 그 사물에 맡겨야 홀가분하며 만족스럽다. 요임금과 순임금이 천하를 양보한 일도 그저 술 석잔에 불과하고 탕임금과 무왕이 폭군을 죽이고 나라를 세운 일도 정녕 바둑 한판에 불과하다. 채근담 후집 140편 물각부물(物各付物)이라는 말은 주희의 근사록집해에 나오는 개념으로 사물을 각자 그 사물에 맡겨둔다는 뜻의 단어로 성리학의 핵심 …
세상을 보는 관점이 곧 본질이다.
풀과 나무는 향기를 내뿜고 물고기는 물에서 뛰고, 새는 하늘을 날며 안개와 구름은 피어나고, 바람은 맑고 달빛은 휘황하다. 모두가 나의 본성에 생기를 불어넣는 경물이다. 만약 번뇌와 피곤함에 사로잡히고, 물욕이 시야를 가려서 눈길 닿는 곳에서 한 점의 흥취도 보지 못한다면 나의 본성 또한 삭막하게 메마를 것이다. 채근담 후집 137편 내가 사물을 바라볼 때에 잘못 보지 않고 사물의 …
덜어내야 이룰 수 있다
인생에서 한 푼을 줄이고 덜어 내면 그만큼 한 푼을 넘어서고 벗어난다. 교유를 줄이면 그만큼 분란에서 벗어나고 말을 줄이면 그만큼 허물이 줄어들며 생각을 줄이면 그만큼 정신을 소모하지 않고 총명함을 줄이면 원기를 보전할 수 있다. 저 사람들은 하루하루 줄이기는 커녕 하루하루 보태려 하다니 참으로 자신의 삶을 형틀에 묶어 두고 있구나. 채근담 후집 132편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 成事在天)이라는 말이 …
마음은 일 밖에 있어야 한다
파도가 하늘을 삼킬 듯 거셀 때 배 안에 있는 사람은 두려운 줄 몰라도 배 밖에 있는 사람은 등골이 오싹해진다. 술꾼이 만취해 좌중에 욕설을 퍼부을 때 동석한 술꾼은 그를 만류할 줄 몰라도 술자리 밖에 있는 사람은 혀를 끌끌 찬다. 따라서 군자는 몸이 일 가운데 있더라도 마음은 일 밖으로 벗어나 있어야 한다. 채근담 후집 131편 당사자는 미혹에 …
사물의 질서를 깨우쳐라
꽃을 가꾸고 대나무를 심으며 학을 가까이하고 물고기를 보는 행위에서도 스스로 깨우치는 공부의 모습이 있어야 한다. 만약 한갓되이 눈앞의 풍경에만 깊이 빠져 사물의 멋만을 가까이하여 희롱한다면 이는 우리 유교의 귀로 듣고 입으로 나가는 공부나 불교의 고지식한 좌선에 불과하다. 무슨 아름다운 정취가 있으리오! 채근담 후집 125편 사물을 보고 곧바로 떠오르는 생각과 느낌을 감상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사물을 즉각적으로 …
얽매이는 마음이 세상을 푸념하게 만든다
세상 사람이 영화와 이익에 얽매여서 걸핏하면 먼지구덩이 세상이니 괴로움의 바다니 푸념한다. 그러나 구름은 하얗고 산은 푸르며 냇물은 흐르고 바위는 서 있으며 꽃은 지저귀는 새의 웃음소리를 맞이하고 골짜기는 나무꾼의 노래에 화답하건만 그 실정을 모른다. 세상이 먼지 구덩이가 아니고 바다가 괴로운 곳이 아니건만 저들이 스스로 자기 마음을 먼지 구덩이, 괴로움 덩어리로 만들 뿐이다. 채근담 후집 122편 부귀영화와 …
순조로움과 역경은 같은 것이다
자식이 태어날 때 어머니가 위험하고 금전이 쌓이면 도둑이 엿보니 기쁜 일에는 으레 근심이 따른다. 가난해지면 씀씀이를 절제할 수 있고 병이 들면 몸을 보전할 수 있으니 근심에는 으레 기쁨이 동반한다. 그러니 통달한 사람은 순조로움과 역경을 같은 것으로 보고 기쁨도 슬픔도 모두 잊어버린다. 채근담 후집 120편 몸이 아프면 몸을 보전하게 되고, 가난해지면 씀씀이를 절제하게 된다는 아이러니는 “나 …
세상에 살면서도 세상을 벗어난다
한 사람의 일을 그 한 사람의 일로 끝내는 사람만이 비로서 만물을 만물에 내맡길 수 있다. 천하를 천하에 돌려주는 사람만이 비로서 세상에 살면서도 세상을 벗어날 수 있다. 채근담 후집 117편 한 사람의 일을 그 사람의 일로 끝낸다는 건 타인의 삶을 타인에게 맡기고 내가 간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어떤 사람이든 나의 생각을 빌미로 타인에게 개입하지 말라는 뜻이며, …
내가 주인이 될 수 없으니
바람과 달, 꽃과 버드나무가 없으면 조화의 세계가 갖추어지지 않고 정욕과 기호가 없으면 마음의 전체 꼴이 갖추어지지 않는다. 다만 내가 주인이 되어 사물을 굴리고 내가 사물에 부림을 당하지 않으면 기호와 욕망조차 하늘의 작용 아님이 없고 저속한 감정조차 진리의 경지가 된다. 채근담 후집 116편 가장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욕망과 본능이라 할 수 있는 정욕과 기호가 나 자신, 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