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분짜리 짧은 영상이지만, 그나마도 한마디로 줄여보자면, 비급여항목 같이 시장원리가 작동되는 시스템에서 의사 수를 늘리면 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보험급여가 적용되는 시스템에서는 가격을 시장이 아닌 정부가 일률적으로 정하기 때문에 의사 수, 즉 공급을 늘리면 가격은 떨어지지 않은 채 접근성만 좋아져서 수요가 늘어 의료비 상승은 눈덩이처럼 커질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렇게 의료비가 상승하면 의료보험 재정은 당연히 열악해질텐데, 어떻게 의대 정원을 늘리고 의사 수를 늘리면서 바이탈 과 수가를 올릴 수 있다는 “거짓말”들이 그렇게 무성의하게 유통되는건지 의아합니다. 대중의 가려운 부분들을 긁어주면서 정치적인 편익을 취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거짓말도 용인하고 확산시키는 데 주저하지 않는 일부 시민단체나 정치세력들의 태도를 예전 의약분업 이후 여러차례 봐왔습니다. 의대정원 확대도 그러한 연장선이 아닌가 합니다.
거짓과 선동이라는 칼을 휘두르며 찔러대는 쪽에서는 “대의”를 위해서는 사소한 것들을 신경쓸 여유가 없다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대의라는 게 정말로 존재한다면 역사적으로 그렇게 소수의 희생은 적당히 뭉게지며 굴러가는 게 역사의 수레바퀴인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겠죠.
다만, 그런 칼에 찔리는 이들의 고통과 억울함, 그리고 망가지는 자존감에 대해서도 누군가는 나서서 외쳐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그렇게나 도덕적으로 불경스러운 것인지,,, 저는 그러한 목소리가 다수의 무관심과 적개심에 짓밟히지 않을 때야말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사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그 이전에 의사라는 직업군이 의료인의 한 축으로서나 사회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시민으로서 그동안 소외되고 어려움과 억울함에 신음해온 소수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도 반성하고 돌아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자기반성과 회개가 있은 다음에야 비로서 당당하고 떳떳하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외치는 소수자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기득권이라는 자리에서 벗어나 소수자, 소외된 자로 스스로를 인식하고 자리매김하며 다른 소수자들과 연대의 손길을 잡을 준비가 되어있을 때에야 비로서 의사들의 목소리가 사람들의 귓가에 제대로 꽂힐 수 있지 않겠는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