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IC(서울대 투자연구회)루닛 리서치

서울대 투자연구회인 SMIC에서 공개하는 리서치들은 규모가 작아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이 커버하기 어려운 기업들도 굉장히 심혈을 기울여 자세하게 분석한 자료들이 많기 때문에 즐겨보고 있습니다. 최근 루닛이라는 인공지능 판독소프트웨어 회사에 대한 리서치 문헌이 나와 영상의학과로서의 호기심에 해당 자료를 읽어봤습니다.

중요내용 요약

  1. 루닛은 국내 의료AI시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국내 시장은 성장성에 한계가 명확해 해외진출전략에서 앞서있는 루닛(글로벌 파트너사와 협력)이 경쟁사인 뷰노와 JLK(해외 의료기관에 직접 마케팅)에 비해 유리하다.
  2. 주력제품들의 요금체제가 정액제가 아닌 영상 1장당 일정액수를 과금하므로 지속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며 빠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3. 면역항암제의 선택에서 활용되는 Lunit SCOPE 바이오마커는 처방되는 1인당 750불을 제약사로부터 지급받으며, 빅파마들과의 계약이 성사된다면 수익발생을 기대할 수 있다.
  4. 현재까지 AI학회에 28개, 의학 학회에 115개 이상의 논문을 개제, 발표했으며, 딥러닝 대회에서 여러번 빅테크 기업들을 제치고 1위를 수상했다.
  5. 종양침윤성리프구(TIL)을 조직검사로 확인, 판독하는 시간을 단축하고, 인간의 영역에서 판독할 수 없는 결과까지 제공해주는 SCOPE IO는 유망한 바이오마커로 인정받고 있으며 다양한 암진단에 활용할 수 있는 확장성이 기대된다. 현재 SCOPE IO는 로슈와 계약 논의중이다. 로슈가 출시한 차세대 항암제 엔허투를 비적응증 군인 HER2 음성 환자 중 저발현 환자에서도 처방이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에 바이오마커 연구에 대한 강한 니즈를 가지고 있다. 루닛 임원진 내에도 로슈와 인연이 깊은 인사들이 많아 로슈와 끈끈한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6. 인공지능 영상판독 솔루션인 루닛 인사이트는 기존에 확보한 의료데이터가 압도적이라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진단 민감도(sensitivity)를 기존 60%에서 80%이상까지 끌어올렸다. 정상소견을 가진 흉부X-ray의 판독시간이 33%, 전체 판독시간이 13% 감소되는 유용성을 가진다. 세계 굴지의 영상장비 제조사들과의 파트너십도 구축했으며, 인사이트를 도입한 의료기관이 현재 2,000개(해외 1,680개 국내 320개) 에 이르렀다.

위는 해당 리서치에서 DCF법으로 추정한 기업가치를 요약한 표입니다. 여기서 case1 은 로슈 등 빅파마들과의 계약 실패를 가정했으며, Case2는 로슈와의 계약 성사, Case3는 계약 이후 협업한 빅파마와의 면역항암제 임상3상 통과를 가정했을 때의 기업가치입니다. 주의할 점은 Case1이 로슈와의 계약실패를 가정한 기업가치라 하더라도 이게 기업가치의 하방을 의미하는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case1에서 현재 주력제품인 영상판독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가 계속 가파르게 성장한다고 전제해놓은 추정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위의 표에서 현재주가가 “6만8천8백원”이라고 되어있는 건, 해당 리서치가 공개되던 시점에서의 주가이고, 현재는 인공지능 이슈에 관심을 한몸에 받아 13만6천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는

  1. 영상판독소프트웨어가 여전히 세계적으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한 채 빠르게 성장한다.
  2. 여기에 더해 로슈와의 계약에 성공한다

라는 두가지 낙관적인 가정이 모두 현실이 되었을 때의 기업가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루닛 인사이트라는 판독소프트웨어를 직접 써본 영상의학과 의사인 제가 보기에 인사이트라는 소프트웨어가 그정도의 성장을 보장해줄만큼 상품성을 가지고 있을까 하는 질문에 답을 하기 이전에 이미 지금 수준으로서는 어지간히 낙관적인 상황을 가정해도 이미 가격적인 매력이 실종되버린 상황이라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준 DCF 계산이었습니다.

물론, 앞으로 계속 호재가 확인되며 지속적인 관심을 받게 된다면 당연히 주가는 여기서 얼마든지 올라갈 수 있겠죠. 당분간은 말입니다. 하지만, 주가에 하방이 단단히 다져질 수 없다는 점은 투자자들에게는 언제나 불안감으로 남아있게 될겁니다.

덧붙혀서 최근 대세로 자리잡은 인공지능 기술인 트랜스포머 AI의 대두는 루닛과 같은 딥러닝 AI에게 근본적인 위협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점도 고민해봐야 합니다. 루닛이 현재 다른 경쟁사들 대비 가장 중요한 경쟁우위요소는 의료기관에서 확보한 막대한 영상데이터들입니다. 그러한 데이터의 양이 딥러닝 AI에게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트랜스포머 AI는 라벨링된 대규모 데이터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트랜스포머 AI는 요소들 사이의 패턴을 수학적으로 찾아내기 때문에 데이터들을 일일이 라벨링하지 않아도 됩니다. 흔히들 트랜스포머 AI를 chatGPT를 떠올리며 언어인식에 특화된 인공지능기술이라 생각하지만, 언어, 문자, 기호, 이미지, 영상과 같은 다양한 데이터들을 별도의 라벨링작업 없이 raw 데이터 영역에서 곧바로 자유롭게 다룰 수 있습니다.

이는 현재까지 딥러닝기반 영상판독서비스를 개발, 판매해온 업체들 모두에게 장기적으로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모아놓은 양질의 데이터, 먼저 뛰어들어 치열하게 고민해온 노하우와 업력 같은 것들이 빅테크 회사들의 자본력에 의해 순식간에 의미없는 것으로 전락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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