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유로존 통합 이후 지금까지 무역흑자국입니다. 반면, 그리스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의 국가들은 통합 후 계속 적자가 누적되어 파산 직전의 상황에 몰려있기에 많은 이들은 독일만이 유럽통합의 유일한 수혜자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유럽통합으로 독일만 꿀빨았다는 주장에 살을 붙혀준 것이 통합 당시의 유로화 대비 마르크화가 지나치게 평가절하된 상태로 통합되었다는 논리입니다. 그래서 유로존 내에서 제조업기반이 독일에만 유리하게 된 설정되었으니 독일만을 위한 유로존 통합이 아니었느냐는 거지요. 그런데, 과연 이런 주장이 신빙성이 있는 것인지를 확인하려면 유로존 통합 이전과 이후의 독일의 경제사정이 어땠는지를 보면 되겠죠. 정말로 독일이 유로존 통합 이후 무역흑자로 꿀을 빨며 기사회생한 게 맞는 이야기일까요?
유로존이 통합화폐를 출범시킨 건 2001년입니다. 당시의 독일은 독일 재통일 이후 동독 내 산업기반이 빠르게 무너지면서 엄청난 실업율로 고통받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문제는 유로존 통합 이후에 나아지기는 커녕 더 심해져서 “유럽의 병자”라는 조롱 섞인 별명을 달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치명적인 고실업 저성장에 붕괴해가는 사회구조의 문제들은 독일의 통일후유증 때문에 일어났던 현상입니다. 이러한 통일후유증을 타개하기 위해 당시 사회민주당 당수이자 총리였던 게르하르트 슈뢰더는 1998년부터 2003년까지 노사정 위원회(일자리를 위한 연대)를 개최해 기존의 사민당 식 노동자연대(코포라티즘 연대)를 시도했으나, 실패하게 됩니다. 당시의 경제문제가 결코 해결이 쉽지 않았다는겁니다.
통일 이후 독일이 본격적인 경제강국으로 자리매김한 건 10년이 더 지난 2010년 이후입니다. 그 전까지 프랑스와 이탈리아와 같은 국가들이 경제강국으로 유럽을 호령하고 있었지만, 방만한 적자재정과 부채증가가 2008년 금융위기 후 이들 국가들의 발목을 붙잡은 반면, 끊임없는 경제개혁과 건실한 재정운용을 계속해왔던 독일의 안정적인 경제운용이 비로서 주목을 받으며 투자액수가 본격적으로 늘어난 거지요.
뭐니뭐니해도 구동독 지역이 산업기지로서 역할을 하고, 통일 이전 숙련된 제조업 노동자들과 기술-연구직 인력들이 대거 서독으로 유입되었던 게 부흥의 결정적인 원동력이 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유로존 통합이라든지 재통일이라는 굵직한 이벤트들만으로는 경제가 성장하기는 커녕 엄청난 변화로 초래된 혼란에 적응하기 위해 지불한 비용으로 인해 “유럽의 병자”가 되었던 것처럼 우리나라도 별다른 준비 없이 갑작스레 이뤄지는 통일은 엄청난 통일비용과 경제적인 참상을 유발할 수도 있는겁니다. 독일이 통일 이후 15년이 넘는 기간을 인내한 끝에 경제적인 강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통일을 달성했기 때문이 아니라 뼈를 깍는 구조조정과 제도개혁, 그리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뒷받침된 안정적인 통화정책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도 독일처럼 통일이 되면 지금보다 나아지지 더 못될 이유는 없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낙관론이나 통일한국이 동아시아의 별처럼 빛나며 세계의 등불이 된다는 식의 감정선만 자극하고 논리는 내팽개치는 선동에 휩쓸리는것 보다, 통일이라는 도전과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 우리가 치뤄야 하는 비용과 통과해야 하는 시험을 냉정하게 예상하고 마음에 각오를 해나가는 것이 미래를 위해 필요한 자세가 아닌가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