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초부터 시작된 연준의 기준금리인상은 그 기울기, 즉 인상속도에 있어서만큼은 역사상 가장 가팔랐습니다. 이렇게 급작스럽고 가파른 기준금리인상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가져왔을까요? 일단 급격히 역전된 장단기금리 스프래드는 금융권에 적지않은 충격을 가져왔습니다. 연준과 정부의 구제가 없었다면 SVB 파산과 같은 일들이 연쇄반응을 일으켰을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부동산시장이나 민간소비같은 실물경제에는 이런 급격한 금리인상이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습니다. 어제도 언급했듯이 미국의 GDP성장도 서프라이즈하게 나왔고, 실업급여도 저점을 찍고 있으며, 소비지표들은 여전히 최고의 상황 속에 있습니다.
이런 실물경제의 호조가 의미하는 건 “급격한 금리인상”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만듭니다. 급격하다는 건 변동성이 크다는 것과 동시에 “아직 시간 경과가 충분치 않음”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는 개념입니다. 그렇습니다. 아직 미국의 실물경제와 부동산시장(특히 주택시장)은 금리인상의 효과가 눈에 띄게 나타날 시간이 아직 도래하지 않은것일수도 있습니다.
빨대로 공기를 빨아들일 때 빨아들이는 속도가 느리면 빨대에 별다른 변형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공기를 빨아들일 수 있으나, 허겁지겁 급하게 공기를 빨아들이려 한다면, 빨대 내부의 공기흐름이 매우 빨라지면서 베르누이효과에 의해 내부압력이 감소, 빨대가 쪼그라들면서 오히려 막히게 됩니다.
특히 미국의 주택시장에서 이런 베르누이효과를 명확하게 목격하고 있는 중입니다. 갑자기 기준금리가 상승하면서 덩달아 모기지금리가 7%가까이 오르게 되자, 기존의 주택소유자들 중 누구도 감히 보유중인 주택을 팔고 다른 주택을 살 수 없는 상황에 빠져버렸습니다. 그렇게 매물이 실종되자 주택가격은 오히려 오르고 있습니다. 기준금리가 너무 빠르게 인상되다보니 오히려 주택시장이 더 뜨겁게 과열되는 이런 현상은 근본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는 폭 보다는 그 “시간”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주택시장이 뜨겁다는 걸 근거삼아 경기침체는 매우 늦게 발생할 것이며, 그 강도도 약한 침체로 끝날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과연 합리적인 논리가 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금리인상이 시작된 지 아직 충분한 시간이 경과되지 않은데다 직전까지 워낙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집을 안팔고 조금만 버티면 금리가 내려갈거다”라는 희망을 품고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는 그런 비정상적인 상태인데, 이런 비정상이 장기간 유지될 수는 없습니다.
결국, 현 시점에서 가장 거품이 끼어있는 부동산 시장이 고금리 상황에 타당한 반응을 시작하며 항복하는 것을 기점으로 경기침체는 물꼬가 한번에 트이듯 빠르고 급격하게 진행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가 합니다. 그렇게 금융시스템 뿐 아니라 실물경기 전반에 고금리의 영향이 구석구석 퍼져나가기 시작하는게 언제가 될 지는 아무도 모르나, 그게 그렇게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쨋던 너무 세게 공기를 빨아들이면 빨대가 좁아져서 오히려 더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데 시간이 그리 많이 걸리지는 않을것이기 때문입니다. 역사를 돌아본다면 보통 3년 정도의 금리인상이 지속되었을 때 삼람들이 “이제 금방 금리가 떨어질거다”라는 희망을 품기를 포기하고 다들 항복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급격하고 큰 폭의 상승이 계속된다면, 그 시간이 더 짧아질수도 있을겁니다. 어쨋던, 그렇게 금리인상이 멈춘 후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2008년 금융위기가 찾아왔고, 코로나 판데믹이 발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