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매크로공부를 틈틈이 하면서 대부분의 투자도 매크로 기반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만, 매크로를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그걸로는 돈을 못번다는 건 사실입니다. 시장을 움직이는 여러 요소들 중 매크로 경제변수들보다 훨씬 더 강력한 변수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위정자들의 경기부양의지와 대중의 광기는 그 끝을 알 수 없을정도로 강하고 집요하지요.
연초부터 지금까지 나스닥이 쉼없이 상승한 걸 가지고 “버블”이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계실 수 있겠지만, 이정도는 버블의 ㅂ 자도 안온겁니다. 진짜로 비이성적인 광기가 시작되면 그냥 “우리가 스크럼 짜고 가격 올리면 숏충이들 다 죽이면서 쳐올릴 수 있다” 같은 진풍경이 당연한 일상처럼 계속될 수 있습니다. 닷컴버블 때나 코로나 직후 로빈후드에서 벌어지던 광기를 생각하면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겁니다.
“지금 인플레이션이 발생해서 연준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이로 인해 경기가 하방 압력이 있고, 언제일지는 모르나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것도 다 안다. 이렇게 다들 알고 있는 정보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투자자는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것을 아는게 중요하다.”
최근 삼프로tv에서 하워드 막스의 인터뷰에서 나온 언급입니다만, 이렇게 누구나 다 다는 매크로정보를 가지고는 왜 돈을 벌 수 없는가를 이해하는 건 매크로로 돈을 벌고 싶은 사람들이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기본과정입니다. 하워드 막스의 언급처럼 누구라도 우리나라나 미국의 경기가 하방압력이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며, 지금 당장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연준이 돈을 풀어 경기를 끌어올릴 여력이 없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왜 주식이 이렇게 오르는 걸까요? 왜냐하면 (지독히 역설적이게도)그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2022년인 작년 한해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연준의 가공할만한 속도의 기준금리인상과, 그에 못지 않게 끈덕진 인플레이션의 준동을 바라보면서 조금이라도 상식이 남아있는 사람은 다들 경기침체 가능성으로든 금융 리스크 떄문으로든 2023년인 올해를 두렵고 불안하게 전망했습니다. 그래서 주식시장에서 떠날 사람들은 다 떠나고 더이상 팔 사람이 남아있지 않은 채로 2023년을 맞이했던 겁니다. 그렇게 팔 사람이 남아있지 않다보니 조금만 호재가 나와도 주식이 가파르게 올라갈 수밖에 없는거지요.
문제는 수급만이 아니라 유동성에도 존재합니다. 미국 경제는 소비가 무너지지 않으면 쉽게 거덜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소비를 뒷받침하는 건 정부 재정지출 뿐 아니라,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도 있는거죠. 그러니 당연히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수급이 안정적이면 주택가격과 주가가 올라가고, 주택과 주가가 올라가면 소비도 견조해지는 선순환이 벌어지기 쉽습니다.
여기에 더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려도 행정부가 재정을 통해 어마어마하게 돈을 푼다면 유동성은 조여지기 어렵습니다. 여기저기 공사판을 벌리고, 대법원의 판결에 불복해가면서까지 학자금대출지원을 결행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강력한 의지는 매크로데이터가지고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지요. 강영현 이사가 설파했던 수많은 매크로 데이터들이 경기침체를 가리켜도 그게 쉽사리 현실이 되기 어려운 게 그런 이유 때문이겠죠.
그렇기에 매크로 공부를 백날 해도 돈을 벌 수 없습니다. 매크로로 돈을 벌려면 매크로 공부에 여러가지를 덧붙혀야만 합니다. 다름아닌 대중의 광기나 정부의 부양의지 같은 매크로경제 외의 심리나 정치변수들에 대해서도 항상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지요. 매크로상황에 대한 이해는 기본이고 여기에 더해 시장 참여자의 심리와 정치인들의 상황, 풀려있는 유동성과 같은 경제외적인 요소들을 항상 고려하면서 유연한 대응전략을 마련해야만 그제서야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만약 그정도로 모든 걸 꿰어보고 유연하게 대처할 능력이 없다면, 하다 못해 그런 여러가지 일시적인 변동과 왜곡을 일으키는 요소들로 인한 변동성을 버티고 견뎌낼 정도의 인내심과 조심성이라도 탑재해야 불확실한 시장의 변동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일단 “살아남는 법”을 배우고 난 다음에야 비로서 매크로 공부로 돈을 벌 수 있는거지요.
제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모든 것들을 파악하고 대응할 능력이 없으니 일단 “자제심”과 “인내심”으로 가용자금을 최대한 아끼고, 고민하고 인내하면서 당장의 수익률이 계속 떨어지는 걸 물타기 하지 않고 버티면서 대중의 심리에 확실한 변화가 보이는 반전의 신호를 기다리는 하수의 전략으로 살아남는 걸 일차적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그렇게 살아남기부터 실천하며 투자를 해각보니 작년부터 일찌감치 섯부르게 경기침체에 배팅을 했음에도 이렇게 기회를 기다리며 준비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