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는 매우 잘 알려진 성서 속 우화입니다. 강도를 만나 상처 입어 쓰러져있는여행자를 제사장 직분을 가진 사제는 지나간 반면, 천시받던 사마리아인은 도와줍니다. 1970년대 프린스턴대학의 심리학자인 존 달리와 대니얼 뱃슨은 이 우화를 비틀어 심리학실험을 진행합니다.
달리와 뱃슨은 프린스턴 신학과 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눕니다. 한 집단은 “선한 사마리아인”이라는 주제를 놓고 설교하라는 과제를 주었고, 다른 집단은 이와 관련이 없는 설교를 과제로 주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건물에 있는 예배당에서 설교를 위해 지나가는 도중 길 한쪽에 연기자가 쓰러져있는 연기를 했습니다. 연기자에게 기침을 하며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내게 했는데, 두 심리학자가 주목한 것은 피험자인 신학생들에게 과제로 준 설교내용이 쓰러진 사람을 돕는 비율 간의 연관성이 있는가였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쓰러진 사람을 돕는 비율을 결정했던 변수는 오직 설교시간 전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나 남았느냐였을 뿐, 피험자들이 받은 설교주제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생각할 점들이 많지만, 특히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데 인간의 품성이나 기질보다 “상황”이 훨씬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은 이후의 심리학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을 뿐 아니라, 우리들에게도 많은 걸 고민하게 해줍니다.
해당 실험 자기 자신의 판단을 “보편적”이라고 착각하며, 자신의 예상과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을 “성격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단정하는 것이 얼마나 경솔한 실수인지를 깨닫게 해준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경우, 그것을 비이성적인 성향 때문이 아니라 비이성적인 상황에 의한 것으로 접근하는 것이 진정한 인간의 이해를 위해 얼마나 많은 유익을 제공하는지를 생각하면 참으로 위대한 실험이 아니었는가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