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 현재 중국의 경기지표들이 좋아지는 건 본격적인 회복신호가 아니다.
- 중국정부가 경기를 부양하지 않는게 아니라 못하는 것에 가깝다. 수출도 수입을 해갈 나라들의 수입여력이 있어야 가능하며, 건설부양도 수확체감 상황이다. 다리가 없던 곳에 다리를 하나 놓으면 좋지만, 다리가 이미 있는 곳에 다시 다리를 추가하는건 투입자본 대비 효과가 미미하다. 내수는 코로나 3년기간 동안 붕괴되어 새로운 투자를 할만한 상황이 아니다.
- 통화팽창 정책이나 부동산 부양정책도 더이상 추진하는 건 효과가 없다고 이미 결론내린(?) 지 오래다.
- 예전엔 시진핑 그룹이 리커창 그룹에게 왜 이것밖에 못해, 저거밖에 안되,,, 라고 비난과 비팔을 심하게 했다. 그래서 당시엔 리커창 총리에 대한 기사가 연일 쏟아져나왔었다. 당시 부동산 부양해야 한다, 경제를 이대로 놔두면 안된다고 주장하던 건 리커창 그룹이었다. 그런데, 이제 시진핑 그룹이 모든걸 다 잡고 이끌고 있는 지금, 리커창 그룹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건 자신들의 과오를 스스로 인정하는 꼴 밖에 안되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것인가?
- 결국 권력을 잡은 시진핑 그룹이 할 수 있는 건 답을 제시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는 것, 실제로 리창 총리가 된 후 경제상황이 더 어려워지고 있음에도 리창 총리에 대해 언론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침묵하고 있다.
권력층이 파벌논리로 정치를 하는 것이야 어느 나라든 일정부분은 그런 성향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걸 이상하게 여길 건 아닙니다. 문제는 그런 파벌논리를 버리고 대승적으로 행동해야 하는 상황에서조차 자신들의 파벌논리를 버리지 못하고 제대로 된 선택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독재자나 독재정권, 일당독재의 폐해가 반드시 민주주의 시스템이나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는 공화정치보다 꼭 열등하라는 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건 그 나라의 역사나 상황에 맞춰서 판단해야죠. 어떤 면에서 독재는 빠르게 변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비젼을 가진 통치자나 집권당의 영도 하에 빠른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분명 있을 수 있섭니다.
다만, 독재정권은 반대급부로 한 번이라도 실수를 해서 위기를 맞았을 때 회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독재정당이나 독재자의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노선을 돌이킬 때의 부담은 민주주의 시스템에서의 정권교체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 시스템에서는 그러한 실패나 위기 상황에서 빠르게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고, 교체된 정권은 이전 정권의 실패를 교훈삼아 빠르게 변화와 적응을 이뤄낼 기회가 주어지지만, 독재정권은 그러한 실수를 인정하는 순간 모든 정당성이 부정되버릴 수 있습니다.
지금 시진핑 그룹이 리커창 그룹의 주장을 수용해서 부동산을 살리고, 경기부양을 하기가 어려운 것도 이 때문입니다. 지금 공산당 내에 모든 권력을 주도적으로 행사하고 있는 시진핑 그룹이 시진핑의 교시나 마찬가지인 공동부유를 상처내고, 리커창 전 총리가 옳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조치를 취한다는 건 정말로 중국공산당이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 상황이 왔을때나 가능한 결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리커창 그룹이 주장하던 대안이 아닌, 시진핑 그룹이 내세울 수 있는 다른 대안이 나올 수도 없기에 결국 선택할 수 있는 건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함, 그리고 자신들의 행보를 언론에 노출시키지 않는 침묵, 이 둘 밖에 없는게 아닌가 합니다.
이에 반해 튀르키예의 독재자 에르도안은 극적으로 반대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에르도안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해 재집권을 하자마자 국제사회를 당혹케 하는 전격적인 태세전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미친듯한 태세전환도 국가의 안정성을 헤치고 신뢰를 깍아먹는 만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쨋던 에르도안은 자신과 정권, 그리고 퉤르키예에게 있어 정말로 절박하게 필요한 결단을 내렸고, 그러한 결단으로 에르도안은 많은 걸 얻어갈 예정입니다.
에르도안은 확실하게 선거를 통해 집권을 했다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기 때문에 저렇게 신뢰나 연속성은 찜쪄먹어버리는 미친 태세전환을 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습니다. 그도 중국의 공산당 일당독재와 결이 같은 독재자인 것은 맞지만, 어찌 되었던 선거를 통해 민의를 부분적이나마 반영하며 선거승리라는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저런 태세전환을 해도 반발이 미약한 겁니다.
이렇게 시진핑과 에르도안을 놓고 비교해보면 이들이 독재정권이냐 독재자냐 이런 문제를 떠나 “선거”라는 민의수용 장치가 얼마나 국가라는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는 데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