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의 헝다 디폴트 이후에도 큰 사단 없이 지나갔던 걸 근거로 이번 컨트리가든(비구이위안)의 이자지불유예도 큰 일 없이 지나갈거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있는걸 봤습니다.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시진핑 정권 차원에서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 터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나라이며, 언제나 정치가 경제보다 우선시되는 시스템입니다. 정권 차원에서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는 사항이 경제논리보다 앞선다는 거지요. 과거 헝다가 망한 건 공산당의 구조조정 지침을 어기고 오히려 사업을 확장했던 것에 대한 괘씸죄의 성격이 있습니다. 그 때 헝다 문제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중국언론은 오너 개인의 문제를 크게 부각시키며 비난하는 논조들 일색이었습니다.
당시 헝다의 오너인 쉬자인을 비난하며 이와 반대로 공산당의 지침을 모범적으로 잘 따라준 대표적인 기업으로 치켜세워주었던 기업이 다름아닌 컨트리가든(비구이위안)이었습니다. 공산당의 지침을 잘 따라서 모범적인 사례로 치켜세워준 기업이 1년 지나고 나서 이런 일이 터진다는 건 공산당 입장에서는 보통 일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만큼이나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중국에서 정권 차원에서 띄워준 기업이 원금도 아니고, 얼마 안되는 이자를 못내서 전 중국의 공적 취급을 받던 헝다와 같은 길을 밟아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정권의 통제력이 대내외적으로 의심받기에 충분한 심각한 사안인거지요.
작년에 발생했던 경제위기의 도화선을 제대로 끄지 못하고 올해에는 정권이 “모범적”이라며 추켜세웠던 기업마저 위기에 봉착해있는 상황, 여기에 더해 단순한 부동산 디벨롭퍼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권에까지 불씨가 옮겨지는 국면에서 공산당 정권이 뭐가 되었든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것 같지 않는것 같은 모양새,,, 이런 전반적인 구도가 굉장히 위험한 신호가 아닌가 합니다.
물론, 중국이 외환보유고가 압도적으로 많고, 정책적으로 써먹을 카드가 여전히 많다는 걸 생각해본다면 이 컨트리가든 건으로 중국경제가 한번에 무너질거라는 주장들도 무리한 억측이자 음모론일 가능성이 많다고 봅니다.
진짜 우려스러운 건, 작년의 헝다 사태를 봉합할 때보다 이번 위기를 넘기는 과정에서 공산당 정권, 정확하게 말하자면 시진핑 정권이 훨씬 힘겨워 하는 모습을 연출하지는 않을까 하는거지요. 만약, 이번 컨트리가든 문제를 봉합하는 게 작년보다 더 긴 시간을 소모하면서도 제대로 봉합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 다음 위기는 지금보다 훨씬 더 짧은 주기로 찾아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게 진짜 중국경제에서 무서운 상황이 되겠죠.
현재 중국 경제가 어려운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다름아닌 투자가 줄어들어서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는 겁니다. 투자가 줄어들었는데, 지금까지의 성장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한 상황에서, 성장이 멈추면 터질수밖에 없는 온갖 문제들을 모두 대처하는 건 공산당 정권이 아니라 어디라도 쉽지 않겠지요. 이게 이번 컨트리가든의 디폴트 이슈가 내포하고 있는 진정한 의미일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