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론이 문제인가, 그 실천이 문제인가

고전적인 자유주의, 또는 고전 자본주의가 대공황을 필두로 파탄에 이르렀을 때 케인즈의 일반이론, 즉 케인즈주의는 일약 각광을 받게 됩니다. 이후 닉슨 대통령이 “우리는 모두 케인즈주의자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공산주의국가를 제외한 전세계 대다수 국가가 케인즈주의를 경제의 기본 운영원리로 채택했죠. 하지만, 그러한 케인즈주의의 시대는 결함을 드러내며 7,80년대의 본격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의 주범으로 몰려 통화주의에 의해 대체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케인즈주의는 정부가 무작정 돈을 써서 경기를 살리라는 주의가 아닙니다. 오히려, 엄격한 재정운용을 강조했으며, 경기가 매우 좋지 않은 상황에서 유효수요가 파탄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상황에서 적자재정을 해결책으로 사용하라는 주장에 더 가깝습니다.

통화주의를 주창한 밀턴 프리드먼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고, 신자유주의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거인입니다. 그의 주장들을 하나하나 따지기 시작하면 비판받을 부분들이 많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죠. 오늘날 통화주의는 거의 모든 나라 정부의 경제 운영 원리가 되었지만, 정작 그러한 각국 정부의 통화운용방식은 밀턴 프리드먼의 통화주의를 대놓고 농락하고 있습니다.

큰 위기가 닥칠 때마다 정부는 이에 개입하여 통화공급을 대폭 늘려왔는데, 정작 프리드먼은 “꾸준하고 점진적인 통화주입”만이 필요할 뿐이고 그 타이밍과 양에 대해서는 정부가 끼어들어서는 안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습니다. 프리드먼은 구체적으로 각 국가의 경제성장율에 해당하는 정도의 통화량만 증가시켜야 한다고 못박았는데, 전세계 어느 정부도 이 말을 지키는 나라는 없죠. 오히려 정반대로 경제성장이 더디거나 위기로 인해 마이너스가 왔을 때 긴축이 아닌 정반대로 통화를 팽창시켜버리니 말입니다. 하기사 이론과 현실은 분명 다를겁니다. 각국 정부가 경제학 이론대로만 경제정책을 짜야 한다는 당위는 세상 어디에 도 없죠. 당연히 국민의 삶과 안전을 신경써야 하는 정부가 정치적인 이유로 경제이론과 다른 방향으로 실천을 한다고 욕먹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그렇게 통화주의나 케인즈주의 그 어느쪽과도 다른 방향,,, 정확히는 이 두 경제이론을 농락하고 모욕하는 청개구리처럼 정반대로 실천하면서도 여전히 자신들이 케인즈주의자나 통화주의자라고 참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입니다. 정부의 정책입안자도, 기업인들, 경제학자들 모두가 자신들을 정통한 경제이론의 추종자라 자처하면서도, 자기들 정부가 자신들이 내세우는 경제이론을 농락하는 정반대 방향으로 정책을 내는 걸 비판하기는 커녕, 앞장서서 “경기가 안좋으니 돈을 더 풀어야 하지 않느냐” 외칩니다. 그런 외침이 경제위기에 빠지지 않고 약간의 위축이 왔거나, 심지어 경기가 정말 괜찮은 상황에서도 매년 반복해서 돈을 더 풀라고 외치는 케인즈주의, 통화주의자들이라니,,,

결론으로, 케인즈주의도 좋고, 신자유주의나 통화주의도 다 좋은데, 그런 이론을 내세우려면, 그 이론이 정확히 어떤 핵심주장을 내세우고 있고, 그것들이 자신들에게 불편한지 아닌지를 제대로 의식하고 느낀 연후에 주장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인플레이션은 화폐적 현상”이다는 명제를 신주단지 모시듯 내세우며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금리를 가공할 수준으로 올리라고 주장하는 사람이라면, 경제가 망가져서 GDP성장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상황에서는 프리드먼이 주장하듯 통화량을 줄이고 긴축하라는 그의 강력한 주장을(실제로 정말 강력하게 주장했죠) 따라하거나, 최소한 통화주의든 신자유주의든 그 이론 안에서 그걸 따라하면 안되는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이렇게 경제가 안좋고 실업률이 높아졌는데 정부는 왜 돈을 더 풀지 않느냐고 주장하며 케인즈주의를 추종하는 이들에게는 경제위기가 아닌 평상시에는 흑자재정을 내라고 강하게 요구하지 않았는지를 질문해야 합니다. 그렇게 평상시의 재정흑자를 주장하지 않는 케인즈주의자는 다 가짜에 케인즈의 연구와 주장을 농락하는 사이비들입니다.

이러한 사실들을 우리들이 반드시 기억하고, 세상에 널려있는 경제전문가(?)들을 분별하는 분별력을 키워야 우리가 속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속지 않고 제대로 분별할 줄 알기 위해서 책을 읽고, 공부를 해야 하는 거겠지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