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카시 하원의장이 투표로 하원의장에 해임되었습니다. 일이 이렇게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겁니다. 어쨋던 예상 못했던 충격적인 상황은 벌어졌고 이런 예상하지 못했던 일로 인해 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고, 미국채 장기물 금리도 크게 올랐으며 어제 VIX지수는 10%나 상승했습니다.
이러한 충격이 하필이면 어제 발생할거라 예상하는 건 인간으로서 불가능하겠지만, 조만간 이렇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조만간 발생하고, 그러한 돌발상황으로 인해 시장이 충격을 받게 된다면, 그 충격이 오래 갈수 있다는 사실은 개인적으로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상황이라는 건 생각보다 굉장히 자주, 그리고 꾸준하게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정말 문제는 그런 예상치 못했던 돌발상황이 아니라, 그런 돌발상황에 평소보다 훨씬 더 강렬하게 시장이 반응한다는 사실입니다.
돌발상황에 시장이 반응하는 방식은 여러가지이나, 단계별로
- 그런 돌발상황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것처럼 반응을 전혀 안함
- 악재로 인식해 잠깐은 반응하지만, 다른 호재들에 묻혀서 곧바로 분위기가 전환됨
- 사람들이 돌발상황에 주목해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앞으로의 파장은 어떤지 논의하기 시작함. 다른 호재들과 영향력 측면에서 비슷해지면서 시장의 의견이 낙관과 비관으로 갈림
- 사람들이 돌발상황의 충격 이후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함, 지금까지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돌발상황들에 대한 가능성을 상상하면서 그러한 일이 발생했을 때의 시장 움직임이 어떠할 것인지를 미리부터 걱정하기 시작
- 아무도 이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너무나 큰 충격을 받고, 호들갑을 떨면서 모든 안좋은 일들이 이미 일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반영하기 시작함. 그러나, 그러한 호들갑이 과하다는 반성이 나오면서 그나마 진정국면에 들어가기 시작
- 충격이 있었지만, 그러한 충격으로는 도저히 설명하기 어려운 폭락이 발생,,, 시장 참여자들 중 누구도 왜 그정도의 폭락이 나오는 것인지 설명하지 못하며, 일단 폭락이 무서워 서로 팔아제끼기 시작. 구체적인 폭락의 이유를 이해지 못하니 어디가 바닥인지도 알 수 없어서 하염없이 떨어짐.
예상하지 못한 돌발상황에 시장이 반영하는 정도가 이렇게 다양한 이유는 해당되는 돌발상황의 심각성 보다도 당시 시장의 구조적인 모순이나 시장참여자들의 심리상황에 의한 것이라고 보는게 합리적입니다. 즉,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건 매카시 의장의 해임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얼마나 큰 악재인가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돌발상황에 지금 시장이 왜 이렇게 반응하고 있는지, 시장 참여자들이 정작 무엇을 불안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생각하고 고민하는게 더 합리적인 대응일겁니다.
현재 주식시장의 fear & greed index가 극단적 공포 상황이라고 하지만, 정작 VIX지수는 이제 겨우 20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괴리는 그동안 주식시장이 매크로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봐왔던 것에 대한 반동이 이제 막 시작되는거라고 봅니다. 그동안 시장참여자들 대다수가 현재의 국채금리가 고점상황이니 이제 금리는 떨어질 일만 남아있다는 이른바 “피봇” 이벤트에 너무 길들여져 있었던 거지요.
분명한 건, 이제 10월 한달 동안 주식이 다시 전고점을 돌파할거라 생각하거나 기대하는 사람들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지난 9월달 까지만 해도 미국 국채가격이 폭락하니 주식으로 도망쳐야 한다는 전형적인 “인플레이션 논리”가 어느정도 득세를 했다면, 이제는 누구도 그런 논리를 내세우기 어려워졌다고 봅니다. 그렇게 “인플레이션 기간 동안 현금이 쓰레기가 되니 주식과 같은 자산을 사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잃은 다음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저로서는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습니다만, 어쨋던 이러한 관점과 생각을 가지고 시장을 관찰해야 한다는 점은 자명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