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다 필요없고, 미국채 장기물금리 때문입니다. 어제 드디어 미국채 시장금리가 5.0%를 찍고 지금은 약간 내려왔습니다만, 마냥 무서워할 게 아니라, 짚어봐야 할 문제가 두 가지 있습니다.
- 5.0%에서 더 올라가지 않고 유지만 하면 다 괜찮은 건가?
- 만약 여기서 시장금리가 5.0%보다 더 올라가거나 유지가 되는데도 주식이 묻지마 상승을 한다면?
현재 미국채 장기물 금리가 올라가는 이유는 미국 경제가 훨훨 날아가고 성장율이 10년, 20년 내내 5.0%를 찍을거 같아서가 아닙니다. 전적으로 수급때문이죠. 바이든 행정부가 어마어마한 재정적자를 내면서 돈을 뿌려대는데, 그 돈을 세금이 아닌 국채에서 충당하기 때문이랍니다. 좋게 보면 수급상황만 해결되면 금방 해결될 문제, 나쁘게 보면 경제상황과는 상관없이 수급상황이 꼬이면 경제가 여기서 나락에 떨어져도 국채금리는 계속 올라갈 수 있다는거죠.
그렇게 경제가 버틸 수 없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도 지금처럼 경제체력과 상관없이 높은 금리가 유지되는 것만으로도 상황은 얼마든지 심각해질 수 있다는게 진짜 무서운 점이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미국 경제가 용인할 수 있는 국채 시장금리는 몇%일까요? 이미 미국은 임금상승율이나 소비가 줄어드는 등, 경기가 식어가고 있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보이는데 인플레이션 때문에 시장금리가 장기간 4%를 넘어서서 지속된다면 과연 미국이 지금처럼 버틸 수 있을까요? 저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나마 이렇게 금리가 높아도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직접 돈을 서민들의 주머니로 꽂아주고 있었기 때문인데, 이런 식의 찔러주기가 더이상 불가능해진다면 언제든 부러질 수 있는게 현재의 시장금리 수준이라고 봅니다. 당장 연초의 SVB 사태를 봐도 그렇죠. 지금같은 엄청난 재정집행을 계속하지 않는 한 미국경제는 5%가 아니라 4%의 시장금리도 위험한겁니다.
하지만, 위험해지는 건 미국의 경제상황일 뿐, 그렇게 미국채 금리가 올라가도 우리가 미국 국민도 아닌데, 투자 중인 주식들만 올라가면 무슨 상관이냐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월가 내에서는 미국채 시장금리가 올라가도 주식은 올라갈 수 있다는 의견도 있구요. 생각해보면, 국채 금리가 올라간들 현금 빵빵한 빅테크 기업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경쟁자들 몰아내고 입지를 굳히는 기회가 될수도 있겠죠. 이렇게 해서 두번째 질문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는거죠.
이렇게 미국채 금리와 상관없이 주식은 얼마든지 오를 수 있고, 그렇게 오른다고 해서 이상한 것도 아닙니다만, 이것이야 말로 제가 상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봅니다.
전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있는 미국이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수준으로 시장금리가 계속 유지되면서도 올해 상반기처럼 주식이 미친 듯이 쳐올라가는 상황은 경제체력과 상관없인 심리와 수급만으로 주식이 올라가는 상황일텐데, 그런 현상이 벌어졌던 게 다름 아닌 2007년 리먼 터지기 전 상황이었으니까요.
결국, 지금 제일 무서워해야 할 건 국채금리가 더 올라가거나, 국채금리 때문에 주식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미국채시장과 미국의 주식시장이 제각각 별개로 움직이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그런 상황만 없다면, 주식시장은 지금 당장은 변동성이 크더라도 결국엔 회복하게 될겁니다. 아무리 수급문제가 있다해도 미국채 장기물이 여기서 7%를 가겠습니까 8%를 가겠습니까? 결국에는 경제체력이 감당할만한 수준으로 떨어지게 되있는거죠. 그렇게 의미있는 국채금리 하락이 나오면 주식시장의 지금같은 변동성도 다시 사그라드는 거구요.
결국은 빚내서, 레버리지를 써서 무리하게 투자한 사람들이 아니면 너무 불안해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