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미국 주식시장은 뭔가 당황스럽고 정신없이 흘러갔습니다. 보통은 미국채 시장금리가 상승할 때 주식이 하락하고, VIX가 급등하는데, 어제 미국채 시장금리는 상당히 큰 폭으로 떨어져서 10년물 4.6%, 30년물 4.76%로 내려왔는데도 VIX지수가 폭등하고 주식이 떨어졌습니다. 이런 이상한(?) 움직임을 설명하는 가설이라면 세가지 정도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 현재의 미국채 시장금리 수준 자체가 너무 높아서 주식시장이 더이상 버티지 못할것 같다는 컨센이 형성되고 있다(하워드 막스의 상전벽해(sea change) 메모 후속편 참고 “further-thoughts-on-sea-change” ).
- 주식시장이 자체적으로 너무 고평가되어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자각하고 되돌림하는 과정이 시작되면서 경기침체 전망에 대한 반대급부로 미국채 수요가 일시적으로 늘어난 것 같다.
-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고, 어제의 움직임은 단순한 노이즈에 불과하다. 미국채 밸류에이션과는 아무 상관없는 전쟁이슈 등으로 생겨난 최근의 일시적 변동이 해소되는 과정일 뿐이다.
물론 시장은 분석이 중요한 게 아니라 대응이 중요하겠죠. 그래서 어떻게 움직이고 대응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끊임없이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것도 대비하고 대응하기 위해서입니다.
3번 가설처럼 어제의 하락이 전쟁 이슈에 의한 것이거나 별다른 이유나 의미가 없는 노이즈에 불과하다면 과도한 불안과 공포에 휘둘릴 필요는 없을겁니다. 어제의 하락이 전쟁 때문이라면 별로 걱정할 게 없는 이유는 그 파급력이 제한적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지금의 이스라엘-하마스 사이의 전쟁은 시장의 파급력이 전혀 다릅니다. 러시아는 유럽의 에너지수요를 채워주는 주요 자원공급처였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산유국이 아닙니다. 러시아의 도발에는 미국과 유럽이 나서서 러시아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지만, 현재 이스라엘은 사우디와 수교를 추진 중이었으며, 전세계에서 러시아와 하마스를 빼놓고 어느 나라도 확전을 바라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쟁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겠지만, 그런 전쟁의 참상과 참화가 확전과 국제질서의 변화를 초래하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보이는 불안은 지나친 것입니다. 오히려, 이러한 국제정세의 불안과 전쟁이 연준을 움직이게 만들 수도 있으니 단기적인 변동은 오히려 투자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어제의 이상한 시장 움직임이 별거 아닌 노이즈라는 가설 3이 옳았는지를 확인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미국채 금리와 주식시장의 움직임이 서로 동조화되는 지금까지의 경향이 다시 재현되는지를 확인하면 됩니다. 반대로 앞으로도 어제처럼 미국채 시장금리와 주식시장이 서로 어긋나는 일들이 계속 나타난다면 3번 가설을 기각하고 시장에 의미있는 변곡점이 발생했다고 인정해야 합니다.
반면, 1번과 2번 가설의 차이는 좀 더 근본적인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1번과 2번 가설이 다른 부분은 주식시장이 아니라 미국채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느냐, 아니면 비관적으로 보느냐의 차이입니다. 지금보다 미국채 장기물 금리가 얼마든지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보는 것과, 경기침체와 주식시장의 하락이 미국채 수요를 늘려서 금리가 떨어질 것이라고 보는 것의 차이는 현재의 시장이 역사적인 변화의 한 가운데에 놓여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고 통상적인 경기사이클 순환의 한 지점에 있을 뿐인가 하는 굉장히 큰 담론에서 갈리는 부분입니다.
가설 1번과 2번 중 어느쪽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건 좀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빠르면 다음 달 11월의 미국채 입찰결과를 확인하는게 중요한 갈림길이 될거라 봅니다. 뒤이어서 FOMC 깜깜이 기간까지 합쳐 11월 내내 미국채 입찰결과와 이에 따른 시장금리의 변동이 현재 10월달의 상황과 같은지, 그렇지 않은지를 비교하는게 중요한 체크포인트가 될거라 생각합니다. 현재는 미국채 장기물 입찰이 있을 때마다 번번이 미국채 금리가 크게 오르며 국채가격이 떨어졌습니다. 그만큼 국채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11월달이 되어서도 계속 재현된다면 가설 1번, 그렇지 않고 변화와 반전의 기미가 보인다면 가설 2번에 더 무게감을 실어볼 수 있습니다.
결국, 혼란스럽고 애매하게 움직이는 작금의 시장도 조금만 더 끈기있게 관찰하며 관심을 기울인다면, 명료 방향성을 잡아낼 단서를 포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만 더 기다린다면 (매크로를 가지고)높은 확률로 돈을 벌 수 있는 얼마 안되는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