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왕 빌애크먼 “미30년물 5.5% 간다,,,강한 숏세일” 2023년8월4일
이랬던 빌 애크먼이 어제는
美 장기채 매도 나섰던 빌 애크먼 “채권 숏 커버했다” 2023년10월24일
이렇게 입장을 바꾸며 국채30년물 숏포지션을 청산했다고 말했습니다. 얼핏 들어보면 앞뒤 말이 됩니다. 8월 초에는 미국채 장기물이 텀프리미엄까지 합쳐서 5.5% 갈거라고 예상했으며, 자신이 들고 있는 구글과 같은 성장주들의 주가하락위험을 헷지하기 위해 미국채 숏을 쳤다. 그리고, 3개월정도가 지난 지금은 경기침체 위험이 생각보다 심각해지고 있으므로 미국채 숏포지션을 청산한다. 상식적인 투자이고, 딱히 다른 의도가 있어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채 숏을 칠 때의 발언과 숏포지션을 청산할 때의 발언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묘한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8월 초 미국채 숏포지션을 들어갔다고 공개했을 때의 발언을 봅시다. “눈에 보이는 것 만으로도 미국 정부는 큰 재정적자”, “미 장기채는 과매수 구간”, “30년물 금리는 곧 5.5%에 이를 것”, “시장이 정부의 채권발행물량을 소화하기 어려울 것” 어떻습니까? 근거들이 당시에도 이미 확인된 명확한 것들로 누구라도 부정하기 어려운 팩트들을 근거로 미국채 숏을 쳤습니다. 그리고 목표지점도 매우 구체적입니다. 5.5%까지는 “곧” 다다른다고 했죠.
이제 상황을 다시 점검해봅시다. 현재 빌 애크먼이 미국채 숏포지션의 근거로 제시했던 팩트들 중에 해소된 요소들이 있는가요? 전쟁으로 인해 바이든 대통령은 훨씬 더 많은 돈을 쓰겠다고 공언한 상태이며, 전쟁예산은 공화당에서도 거부하기 어려운 이스라엘 지원이라는 조건 때문에 통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장기채가 과매수 구간이라 주장한 게 맞다면 지금도 과매수 구간인건 분명합니다. 분명히 30년물 금리가 5.5%까지 빠르게, 곧 올라간다고 예측했는데, 아직 5.5%에 도달하지도 않았습니다. 시장이 정부의 채권발행 물량을 소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 또한 그대로 현실이 되어서 실제 미국채 장기물 입찰이 저조합니다. 빌 애크먼이 숏포지션을 청산해야 할 이유는 적어도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팩트의 영역에서는 여전히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빌 애크먼이 숏포지션을 청산하게 된 근거들로 제시한 것들을 살펴봅시다.
“채권 숏을 유지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리스크가 있다”, “경제는 최근 데이터가 시사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
숏포지션을 청산한 근거로 제시된 것들은 모호하고, 구체적인 데이터가 하나도 없는 주관적인 판단 밖에 없습니다. 경제가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는 판단은 지난 8월달에도 얼마든지 내릴 수 있었고, 당시보다 지금이 더 눈에 띄는 경기둔화 조짐을 보이는 것도 아닌데, 지금에 와서는 그런 모호한 근거들을 더 무겁게 받아들여서 판단했다는 건데, 빌 애크먼이 정말로 제대로 된 데이터도 하나 없이 모호한 느낌이나 리스크에 대한 경각심 때문에 미국채 장기물 숏포지션을 던진 걸까요?
누군가 발언의 수위나 방향성이 달라졌는데, 그러한 변화가 구체적인 증거나 일관성 있는 잣대에 의해 달라진 거라면 그런 입장변화에 다른 뜻이 있다고 의심할 필요는 없을겁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매우 구체적인 근거와 목표를 제시했는데, 그러한 근거들이 여전히 건재한데도 데이터 하나 없이 모호한 자신의 판단을 근거삼아 자신의 입장을 뒤집는다면, 그러한 입장변화 속에 숨어있는 행간을 읽고, 그 저의를 짐작해봐야 하는거지요.
- 그동안 미국채 금리의 상승이 빌 애크먼이 예상했던 것보다 지나치게 가파른 속도였을 수 있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지나치게 빠른 타이밍에 숏포지션의 수익이 충분히 달성되었다면, 굳이 목표로 했던 5.5%까지 오지 않아서 더 오를 여지가 있더라도 수익실현을 하고 시장상황을 맘편하게 관찰하는 게 남는 장사죠. 그만큼 빠른 시간 안에 수익을 낸다는 건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이벤트입니다. 이렇게 예상보다 빨리 수익실현의 기회가 찾아와 포지션을 청산하는건데 이걸 곧이곧대로 쓰면 욕을 먹을테니 모호한 이유들을 들어 수익실현의 근거로 제시한 걸수도 있을겁니다.
- 현재의 미국채 장기물 수익률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세력은 빌 애크먼 같은 헷지펀드들이 아닌 연준입니다. 여러가지 이유들로 인해 연준이 태도를 바꾼다면, 미국채 장기물 금리는 순식간에 오를 수도, 내릴수도 있는게 현실이죠. 무엇보다 미국채 장기물 국채를 가장 많이 들고 있으며 앞으로도 무한정 사줄 수 있는 세력이니까요. 빌 애크먼은 그러한 연준의 기류변화를 감지한 걸수도 있습니다.
- 빌 애크먼이 미국채 장기물 숏포지션을 들고 있었던 건 맞지만, 이는 그의 포트폴리오 중에 매우 작은 비중입니다. 가장 큰 비중은 구글을 비롯한 미국 주식들이죠. 미국 주식은 지금까지는 미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공포로 인해 크게 하락하는 중이었습니다. 이제는 미국채금리가 상승해서 주가가 빠지는 걸 걱정하는 게 아니라 다른 요인(그가 말했듯 경기침체)에 의한 리스크 헷지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상황변화를 감지한 걸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의 속내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아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전에 했던 그의 말과 어제의 트윗(X로 개명했죠)에서 했던 말 사이에 분명한 분위기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감지하고 왜 그런 걸까를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