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PU ETF

ETF Fund – STPU – ETF

위의 ETF가 생소하신 분들이 많을겁니다. 이는 미국채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차이를 기초로 하는 Solactive USD Daily Steepener 2-10 Index에 7배 레버리지를 추종하는 ETF상품입니다.

용어는 어려울 수 있지만 개념은 쉽습니다. 장단기금리역전이 오면 멀지않아 경기침체가 온다는 사실은 투자업계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는 통설입니다만, 이게 최근에 강력한 경기침체의 징조로 널리 인정받게 된 건 2018년 장단기 금리역전 이후 2019년 레포발작에 이서 2020년 코로나 판데믹에 이르는 일련의 경기침체를 예측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장단기금리역전은 통상적으로는 발생하기 어려운 현상이면서, 장단기금리역전이 발생하게 되면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이 높은데, 이 때 경기침체는 장단기금리역전이 심해져서 오는게 아니라, 금리역전이 해소되고 다시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낮아지는 steepening이 발생하면서 침체가 왔습니다. 때문에, 장단기금리역전현상은 경기침체와 함께 장단기 금리 steepening을 높은 확률로 초래한다는 것에 착안해 장단기 steepening이 발생할 때 수익이 나는 구조의 etf입니다.

문제는 2023년 상반기 내내 거듭된 기준금리인상으로 미국채 단기물 금리는 계속 상승한 반면, 장기채 금리는 경기침체에 대한 기대로 오르지 않아 장단기금리 역전이 역사적인 수준까지 심해지게 됩니다. 바로 STPU ETF가 최저점을 찍게 됨과 동시에 매우 큰 투자기회를 제공한거죠. 이러한 투자기회는 해당 ETF에서만 찾을수 있는게 아닙니다. 여러 헤지펀드들에서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훨씬 더 레버리지가 큰 투자를 진행하고 있었고, 이런 투자들은 필수적으로 미국채 장기물 숏 포지션의 옵션을 다수 포함할 수 밖에 없습니다. 빌 애크먼이 인플레이션 온다면서 투자했던 바로 그 포지션이죠.

문제는, 이렇게 장단기금리 steepening에 배팅하는 etf나 헷지펀드들의 레버리지 수준이 7배, 10배를 뛰어넘는 엄청난 수준이다보니 이로 인한 미국채 장기물의 수급왜곡이 나오게 된겁니다. 재무부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미국채 장기물 금리가 폭등하면 채권발행일정에 애로사항이 생길 수 있어 불안한 상황에 이런 왜곡을 방치할 수는 없게 된거지요. 그렇게 재무부가 칼을 빼들지 말지 고민중이라는 기사가 나오자마자 빌 애크먼은 바로 백기를 들고 포지션을 청산했습니다. 그가 왜 미국채 숏포지션을 청산했는지를 설명하는데는 향후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 같은 모호한 그의 설명보다 100배는 확실하고 명확한 이유였죠.

2020년 이후 미국채 10년-2년물 금리차

문제는 이제부터입니다. 연준이 역사적으로 빠르고 가파르게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와중에, 경기침체에 대한 기대로 장기물 금리가 더디게 움직이다 올해 상반기 내내 계속된 스태그플레이션 나레이션에 자극받아 1960년대를 제외하고는 한번도 목격하지 못했던 “bear steepening(장기물 국채금리가 크게 올라서 장단기금리역전이 해소되는 현상)”에 대한 공포가 지난 3개월 내내 시장을 괴롭히다가, 이제 그러한 현상이 헤지펀드들의 자가발전에 의한 것이었다는 게 드러나면서 다음번 나레이션은 무엇이 될 것인지 다들 기다리고 있는 국면입니다.

일단 미국채 장기물 금리가 빠져주니 주식시장은 안도하며 크게 오르고 있으나, 여전히 bear steepening이 맹위를 떨치게 되거나, 급격한 경기침체로 인한 bull steepening으로 시장분위기가 바뀌게 된다면 어느 쪽 steepening이건 주식은 심각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안전한 배팅은 어찌 되었든 미국채 단기물, 특히 2년물금리는 조만간 지금보다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선택일겁니다. bull steepening이든, bear steepening이든 어찌 되었든 장단기 금리역전은 조만간 해소될 거라는 쪽에 서있는게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는 계산은 그리 틀리지 않아보이기 때문이지요.

제가 보기에는 지금 상황에서 위험 대비 가장 기대수익이 높은 포지션은 금리쪽이 아닌 주식 숏포지션이 아닌가 합니다. 왜냐하면, bull steepening이든, bear steepening이든 아니면 지금같은 inversion 상황이 심해지던, 모든 시나리오가 극심한 경기침체 이전에 유동성이 크게 축소되는 상황을 필수로 전제하고 있는데, 지금 단기적으로 상승하는 주식시장이 계속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 같기 때문입니다.

코스피 코스닥이야 공매도 전면금지 때문에 계속 상승할 수 있다지만, 미국 주식들은 상승이 가파를 지언정 꾸준하게 유지되기에는 추가적인 유동성공급을 기대할 만한 곳을 찾는게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만약 지금처럼 미국채 장기물금리가 계속 가파르게 떨어진다면, 장기물금리 상승으로 인한 침체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며, 반대로, 장기물금리가 다시 올라간다면 지금까지 학습된 대로 다시 폭락을 재현할 겁니다.

올해 연초의 강력한 상승은 미국 재무부의 강력한 재정집행에 힘입은 것이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재정집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상 기술적 반등 이상의 꾸준한 주식시장의 상승처럼 확률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이벤트는 없는게 아닌가 하는거지요.

그래서 단기적인 트레이딩에 유용한 뉴스를 근거로 장기투자를 하면 돈을 잃을 수 있다는 일전의 이야기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게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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