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 미 행정부는 계획경제를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재정을 개인들 지갑에 꽂아주는게 아니라 5년 10년 후의 먹거리를 위해 투자하기 위해 돈을 모으고(국채발행) 쓸것이다(재정집행). 세계로 뿌려진 공장들을 미국으로 모으기 위해 계획경제를 실시할텐데, 하나라도 삐끗하면 큰 위기가 올 수 있다.
- 2024년도의 핵심키워드는 1)인플레이션 기저효과 2)적정 지급준비금 버퍼 3) TGA 자금 방향성이 될 것이다.
- 2024년에는 전년대비 기저효과가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전년대비 물가상승율은 연말을 고점으로 다시 인플레이션이 약해진다.
- 연준의 자산은 현금통화, 지급준비금, 역레포, TGA 이렇게 네가지 항목으로 잡힌다. 현재 연준은 양적긴축을 진행하면서 지급준비금을 줄이는 중인데, 지급준비금이 충분히 낮아지면 양적긴축을 중단할 것이기에 중요한 일정이다.
- 이 자산 항목들 중 연준이 자의적으로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순유동성은 지급준비금과 현금통화 두 항목을 합친 액수만큼이어야 한다. 그러나, 올해에는 양적긴축을 계속 진행했음에도 연준의 지금준비금과 순유동성이 전혀 빠지지 않았다. 이유는 양적긴축으로 빠져나가는 돈을 역레포 계정에서 모두 받아주고 있었던 것. 이로서 연준이 컨트롤 할 수 있는 순유동성에는 지급준비금과 현금통화 뿐 아니라 역레포 계정까지 포함될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이 열린 것이다.
- 앞으로는 마지막 남아있는 TGA(재무부가 연준에 맡겨놓은 자금)까지 재무부와 공조하여 컨트롤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연준 자산에 포함되는 네 가지 항목을 모두 연준이 자의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순유동성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 코로나 판데믹 이후 현재까지는 연준의 자산이 크게 증가한 반면, 행정부의 재정규모는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양적긴축이 진행됨에 따라 연준의 자산은 계속 줄어드는 반면, 행정부의 재정집행규모는 크게 늘리기로 예정되어있기 때문에 앞으로 재정집행이 미국의 GDP에 기여하는 비중은 25%에서 33%로 크게 늘어날 것이다. 이는 대통령이 누가 되든, 어느 당이 집권하든 바꿀 수 없는 사안이다.
- 2023년 현재 GDP대비 재정적자수준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도 더한 재정적자수준이다. 그만큼 별다른 일이 없는데도 어마어마한 돈을 재정으로 계속 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은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이전까지는 경제가 무너지고 위기가 닥쳤을 때에야 재정적자폭을 늘리고 돈을 풀었는데, 올해 2023년은 아무런 문제가 터지지 않았는데도 성장율이 낮아질 것 같다는 우려 하나만으로 역대급 재정적자를 감수하며 돈을 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연준의 긴축에도 불구하고 상반기의 엄청난 주식상승은 이 때문이었다. 정부는 성장이 무너지고 나서 살리는 게 싫었던 것이다.
- 이러한 미 행정부의 어마어마한 재정집행에 변곡점이 온 것은 8월달이었다. 8월달 이후로 미 정부는 채권을 발행하고 돈을 어마어마하게 찍어내되 그 돈을 집행하지 않고 계속 TGA계정에 쌓아두고 있었다. 그래서 연준의 TGA계정액수가 계속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재정집행을 미루고 유동성이 조여지자 주식은 다시 하락으로 반전하게 된 것.
- 행정부가 이렇게 돈을 쓰지 않고 모아두고 있는 이유는 1) 나중에 경제가 안좋아지기 시작할 때 쓰기 위해 2) 기저효과에 의해 인플레이션이 커지는 연말을 피해서 집행하기 위해 서일 것이다.이렇게 행정부가 모아놓은 돈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는 시기는 경제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시기로, 개인적으로 내년 1분기와 2분기 사이가 될 것으로 본다.
- 이렇게 행정부가 연준에 예치해놓고 있는 TGA 계정으로 유동성을 언제든 자의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역레포계정도 연준이 자의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데 동원될 수 있다. 양적긴축이 시행된 초반과 달리, 2023년 초부터는 아무리 양적긴축을 계속 해도 지급준비금이 떨어지지 않았는데, 돈이 역레포계정에서 지급준비금으로 계속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즉, 연준 역레포 계정이 바닥나기 전에는 아무리 양적긴축을 해도 연준은 언제든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현재 역레포 잔고는 1조3천억달러가 남아있는데, 내년 상반기 중에 역레포잔고가 바닥날 것이다. 이렇게 역레포잔고가 바닥나는 시점 또는 성장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시점에 연준은 양적긴축을 멈출 것이며, 행정부는 쌓아놓은 8천억달러의 TGA계정에서 적극적으로 예산집행을 할것으로 본다.
- 이러한 미 행정부의 “계획경제”는 어디까지나 예상 가능한 변수들에 대응하고 대비하기 위한 계획이다. 미처 예상하지 못했거나, 생각보다 강력한 위기가 왔을 때에는 모든 계획이 어그러지게 될 수 있으며, 그 때는 곧바로 “경착륙”으로 돌입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한 돌발변수 중 하나로 하이일드 회사채 시장의 변동성을 들 수 있다. 2024년부터 만기가 도래하는 하이일드 회사채들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할텐데, 이 때 시장 분위기가 안정적이지 못하다면 커다란 시스템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연준과 행정부가 이런 계획경제에 가까운 시장조작을 하는 이유 중 하나도 하이일드 회사채의 만기도래로 인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이 포함되었을 것이다. 이 때문에라도 “higher for longer”라는 연준의 립서비스는 공수표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 지금까지 미국의 정부재정지출은 항상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고 알려져왔다. 코로나 판데믹 이후의 재정투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현재 행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재정집행은 미국인들의 호주머니에 돈을 직접 찔러넣어주는 방식이 아니라 주로 반도체, 과학기술, 인프라 등에 “투자”의 형태로 집행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을 것으로 추측한다. “재정지출”이 아닌 “재정투자”라는 새로운 형태의 재정집행이라는 실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Chips act, Science act)
- 1만원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천원씩 나눠주면 인플레이션이 바로 나오지만, 100억 가지고 있는 몇몇 사람에게 천억 1조원을 주면 인플레이션은 나오지 않은 대신 경제성장은 크게 나올 수 있다.
결론 부분에 “금융위기에 대한 두려움이 반복되는 와중에 진행되는 연착륙 시도”라는 표현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연준과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1월달에 SVB사태를 인위적으로 틀어막기 위해 엄청난 유동성을 뿌렸습니다. 이렇게 유동성을 뿌리는 과정에서 위에서 길게 서술하고 있는 일련의 복잡다난한 시장조작행위를 계속해가고 있습니다. 차라리 한 번 경착륙이 와서 시장이 무너지고 나면 그 위에서 재건을 하는게 자본시장의 입장에서는 훨씬 자연스럽고 빠른 자정작용을 기대할 수 있건만, 정치인들은 “무너지고 나서 살리는” 길을 결코 선택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태도를 고집할 수밖에 없겠죠.
어쨋던, 연준과 바이든 행정부의 이러한 끊임없이 지속되는 시장조작이 마치 “계획경제”와 유사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그러한 조작과 계획이 정말 성공해서 미국에게 10년 호황과 새로운 거품을 안겨주는 기적을 보여줄 지, 아니면 고금리 상황에서 생각지 못한 무언가가 튀어나와 모든 게 어그러지는 혼란과 경착륙으로 귀결될 지,,, 어느쪽으로 갈 것인가에 따라 많은 이들의 자본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반대로 대박을 맞게 될수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둘 중 어느쪽 시나리오에서도 달라지지 않는게 있고, 진정한 투자기회 내지 위험은 바로 그 공통점에서 나올것입니다. 미국의 이러한 시도가 성공을 하던, 실패를 하던, 우리나라와 같은 수출 위주의 제조업 국가들에 있어선 좋은 소식이 아니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는겁니다. 미국이 경착륙이 오고 경제위기가 닥쳐도, 미국이 자국 내로 제조업 기반을 빨아들여서 성장을 구가해도 우리나라는 위기상황일테니 말이죠.
물론, 우리나라만 그렇게 되는게 아니고, 독일, 일볼, 중국 같은 곳들도 못지않은 타격을 입게 될 것 것이며, 결과적으로 이는 한없는 자국이기주의와 경제블록화를 촉진시키며 또다른 위기의 진원지로 작용하게 되겠지만, 어쨋던 우리나라는 앞으로 생존을 위해 훨씬 더 많은 고민과 노력, 그리고 댓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기에 많은 생각이 들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