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24일, 미국채 10년물이 5.0%를 돌파하고 최고점에 이르렀던 때였습니다. 이 때가 미국채 장기물 투자에는 최고의 타이밍이었지만, 굳이 이 날짜에 들어가지 않고 며칠 전부터 매수를 시작했다면, 지금 쯤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는 걸 지금에 와서는 “투자할 껄” 하며 아쉬워하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그러지 못했던 걸 후회하거나 그럴 줄 알았다며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려 애쓰기 보다는, 진정한 바닥 근처에서 나타나는 대중의 공포와 패닉의 징후들을 복기하고, 그러한 상황에서 자기 자신도 휩쓸려서 마땅히 했어야 하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2023년 8월3일,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전년 고점이자 4.0%에 다다른 시점에 빌 애크먼은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5.5%까지 갈 수 있다면서 미국채 숏포지션을 주장합니다.
- 애크먼의 주장에도 불구, 10년물 금리는 크게 떨어지다 다시 상승, 한동안 횡보하는 구간 동안 숏포지션과 롱포지션 사이에 역대급 물량싸움이 벌어집니다.
- 9월14일 박스권을 뚫고 국채금리가 급격히 상승, 의회에서 협상 난항으로 정부 셧다운 이슈 부상, 이후 하반기의 20년물 및 10년물 입찰 성적 저조로 국채금리 상승속도 급격히 가속되어 10년물 금리 4.8%까지 상승.
- 10월1일 임시예산안 처리로 셧다운 모면, 이후 10년물 금리는 10월11일에 4.5%까지 하락.
- 10월14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본격화
- 미국채 장기물 금리 급격한 상승, 10년물 금리 5.0% 돌파 후 빌 애크먼은 미국채 숏포지션 청산했다고 발표합니다. 이후 가파른 금리하락 지속 중.
전반적인 사건의 전개는 이렇습니다. 이 중 제 개인적으로 가장 큰 공포심을 가졌던 때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에 석유가격은 생각만큼 상승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채 금리가 엄청난 속도로 상승하던 10월 15일에서 10월24일 까지 약 열흘간이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저 기간 동안 미국채 장기물 금리가 상승해야 할만한 뚜렷한 이슈가 전혀 없었죠. 전쟁 이슈도 냉정하게 보자면 금리가 올라가야 할 요인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바이든 행정부가 더 많은 우크라이나 지원예산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명분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 말고는 미국채 금리가 그렇게까지 가파르게 상승할만한 변수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가파른 국채금리상승을 일으켰던 진짜 이유는 그 전까지 계속 올랐기 때문에 수년에서 십년을 바라보는 장기투자자나 기관들을 제외하곤 어느 누구도 감히 이런 추세에 거슬러 국채를 살 엄두를 내기 어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반면, 빌 애크먼과 그의 추종자들은 어마어마한 레버리지를 써가면서 숏포지션을 강화하고 있었죠. 그러다, 당국이 간여할 조짐이 보이자마자 별다른 설명도 없이 순식간에 포지션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버린거죠.
이미, 당시의 미국채 금리수준이 투기꾼들의 투기로 만들어진 일시적인 수준으로 세간에 널리 공개된 이상, 당시와 같은 10년물 금리 5% 수준이 당분간 나타나기는 어려울 겁니다. 이제부턴 기고효과 때문에라도 물가상승율은 낮아지고, GDP 성장도 둔화될테니, 이전같은 금리수준이 나오는 건 불가능하겠죠.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객관적인 데이터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큰 가격변동이 일부 셀럽들에 의해 조장되고, 시장이 그러한 혼란 때문에 누구도 섯불리 반대포지션을 가져가지 못하는 흐름이 만들어졌을 때야말로 진정 돈을 벌 수 있는 진짜 기회였다는 사실입니다. 이건 어떤 자산도 마찬가지이겠죠. 저 또한 머리로는 지금이 들어가야 할 때라는 걸 짐작하고 있었음에도 모멘텀의 위력에 기가 눌려서 제대로 행동하지 못했습니다. 아마, 이미 들고 있는 포지션이 너무 많아서 손실이 더 커질까 두려웠거나, 계속 떨어지는 주식가격에 변동성 지수에 투자했던 쪽의 상승이 너무 달콤해서, 그런 달콤함을 좀 더 향유하고 싶었던 탐욕이 냉정한 판단을 하지 못하게 했거나 둘 중 하나일겁니다.
이제라도 이러한 진짜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관찰하며 항상 준비된 상태로 만전을 기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