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노스펙, 공무원 시험에 대한 단상

숏츠 영상 대사 요약

  1. 아들은 공무원시험 여러차례 낙방, 부모는 아들이 공무원시험을 그만 보고 회사가라고 설득 중
  2. 아들 입장에서 공무원시험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음, 스펙 보지 않고 채용하는 데는 공무원밖에 없음.
  3. 아버지 입장은 아들이 노력을 했는데도 떨어진 거라고 분석(다음에도 못 붙을거 같다), 가능성이 사람을 미치게 한다(!!). 졸업한 대학에 학점이면 어지간한 회사에 합격할 수 있지 않느냐,,

아버지 입장에서 잘못한 점은 아들의 눈높이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들이 들어가고 싶은 회사는 아들처럼 좋은 대학 높은 학점 받은데다 부모의 돈으로 유학, 해외연수, 해외봉사 같은 스펙을 쌓은 경쟁자들이 들어가려는 대기업, 재벌기업이죠.

아버지 세대에는 중소기업이라 해도 경제적으로 삶을 사는데 어려움이 있지 않았습니다. 금리는 높아서 근검절약해서 저축만 해도 돈을 모으는 데 어려움이 없었고, 그 돈으로 부동산 투자만 열심히 해도 재산을 축적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중요한 건 빨리 돈을 모으기 시작하는 것인데, 박봉의 공무원을 들어가겠다고 시간을 허비하는게 안타까웠을 겁니다.

하지만, 아들 세대에서는 사정이 전혀 다릅니다. 예금으로는 전혀 재산형성을 할 수 없고,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라가있어 내집마련조차 엄두를 내기 어렵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사회생활을 중소기업으로 시작하면, 거기에서 더 위로 올라서기란 불가능한게 현재 세태입니다. 세상이 참 잔혹한 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찾아오는 지원자들을 “이런 데나 지원하는 패배자들”로 인식하기 일쑤라는겁니다. 젊은이들을 상전 모시듯 잘 대해줄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며, 그저 자신들의 회사 경영을 지속하기 위한 소모품으로 취급합니다. 그런 곳에서 사회생활의 스타트를 끊었는데 나중에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인생 승리를 이뤄낼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위의 숏츠 영상에서 아들의 논리는 굉장히 냉정하고 정확한 상황인식에 기반한 판단입니다. 아버지 입장에서 아들이 정말로 딱 한문제 때문에 공무원시험에 미끌어진게 맞다면 저런 식으로 “노력해봐야 안될 놈”이라는 식의 압박을 주면 안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들의 발언에 문제가 전혀 없느냐면, 그건 아닙니다.

아들의 입장에서는 객관적으로 자신과 같은 명문대에 좋은 학점을 받은데다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경쟁자들과 자신이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한 것까진 냉철한 판단이라 평가할 수 있으나, 그럼에도 여전히 명문대에 좋은 학점이라는 자신의 강점이자 경쟁력을 십분 활용하려는 시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에서 자유롭긴 어렵습니다.

세상에는 화려한 대기업 취업과 공무원 취직, 그리고 패배자로 낙인찍히는 중소기업 취직 말고도 다양한 선택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공무원시험은 스펙도 보지 않지만 학점도, 졸업한 학교도 보지 않습니다. 4년 넘게 성실하게 쌓아왔던 좋은 학점과, 초등학교 때부터 고3까지 열심히 공부해서 들어갈 수 있었던 좋은 대학 졸업장이라는 자신의 강력한 경쟁력이자 자산을 전혀 활용할 수 없는 판에서 수많은 이들과 공무원시험 점수만 가지고 경쟁을 하겠다는 건 현명한 판단이 아닙니다.

지방대에 낮은 학점으로 졸업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공무원시험이야말로 목숨걸고 도전할 수밖에 없는 유일한 생명줄입니다. 말 그대로 목숨걸고 거기에 도전하는 이들과 계급장 떼고 같이 피터지게 경쟁해서 승리한다고 해도 기대할 수 있는 건 박봉에 고생하는 공무원이 최대치입니다. 어찌보면 정말 어리석은 결정일수도 있는거에요.

그만큼 자신이 쌓아왔던 장점들을 포기하고 그나마 해볼만한 것에 매달려야 할만큼 아들의 심리상태가 절박한 지경이라는 뜻이기도 하겠지만, 정말 자기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자신을 잘 알고 있었다면, 최소한 자신의 약점이 아닌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유리한 전장을 선택하려는 시도를 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그 시도는 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하는게 가장 적절했겠지만, 일단 졸업을 했고 대기업시험이나 공무원시험에서 내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면 “그럼에도 공무원시험 말고 대안이 없다”는 생각에 갇혀있는 건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는 강박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아야 합니다. 수많은 세월을 성실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얻은 명문대 졸업장과 높은 학점입니다.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건 그동안 열심히 노력해왔던 세월들을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사실, 위의 숏츠 영상을 보면서 쌩뚱맞지만, 가족이 굉장히 넓은 집에 살면서 쌀밥에 고깃국, 반찬도 푸짐한 고기반찬,,, 개발도상국 아이들이나 북한 사람들이 보았다면 저 집 엄청 잘 사는 집으로 착각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하루 생존이 버거운 사람들이 전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데, 우리가 이렇게 굶어죽을 걱정을 하지 않고 사는 것도 참 감사할 일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는 거죠.

결국은, 이 세상 사람 누구라도, 빈부귀천의 구분이 없이 누구든 다 자신이 서있는 위치에서 위를 바라보며 노력하고 고민하고, 때로는 좌절하며 절망하는 것이겠지요. 그러고 보면 저 또한 예전에 서있던 곳 보다 더 위를 바라보다 결국 포기하고 적당히 현실과 타협했던 젊은 시절이 떠오르네요. 그래도 다행히 좌절하거나 고통받기 보다는 적당히 감사하며 받아들였기 때문에 무너지지 않고 지금처럼 작은 일상의 행복의 끄트머리를 잡아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중에 정말 위대한 것들이 있는데도, 그걸 깨닫지 못하고 자신의 결핍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주변엔 정말 많습니다. 그런 분들을 포함해 젊은 날에 어떤 길을 걸어야 하고, 어떻게 노력하고 도전해야 할 지 막막해 방황하는 모든 분들에게 지혜와 행운이 함께 하시길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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