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누구도 스태그플레이션을 외치지 않습니다. 심지어, 그동안 그렇게 강력하게 스태그플레이션을 주장하던 사람들도 지금에 와서는 “원자재 투자 기회다”라는 식으로 애둘러 말을 하지,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직접적인 화두를 꺼내지는 않습니다.
당연하죠. 그만큼 디스인플레이션 내지 디플레이션의 기미를 보여주는 경제지표들이 계속 나오는 마당에 쌩뚱맞게 스태그플레이션을 고집하고 있으면 바보가 아니라 사기꾼 취급을 받을수도 있으니까요.
이때문인지 요즘 미국채 장기물 금리의 하락폭이 심상치 않습니다. 너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지요. 이 쯤이면 금리하락이 좀 지나친 게 아닌가, 한 번은 조정을 받을거 같은데 하는 상식적인 생각을 비웃듯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먼저 생각해볼 건 애초에 장기물 금리가 5% 근처로 갔던 게 투기세력의 장난질 때문이었는데, 떨어지는 걸 경제 펀더멘털 운운하며 어디까지 떨어지는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는게 잘못된 겁니다. 지금 미국채 장기물 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건 경제 펀더멘털이 아닌 투기꾼들의 움직임, 즉 수급입니다. 그러니 어디까지 떨어지다 조정을 줄 지도 경제를 보고 추측하면 낭패를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투기꾼들이 이렇게까지 미국채 장기물에 용감하게 롱포지션을 계속 가져가는 걸까, 그걸 생각하는 게 앞으로의 전망을 하는데 중요합니다. 이들이 롱포지션에 이렇게 강한 집착을 유지하는 이유는 다른 게 없습니다. 민주당이 재집권을 못할 것 같아서입니다. 공화당이 하원을 계속 장악하며, 상원에 대통령까지 다 먹게 된다면, 지금같은 어마어마한 적자재정을 이어갈 수 없을테니 장기물 국채 금리가 4.0%를 넘기는 지금같은 상황은 절대 지속될 수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겁니다.
그렇게 적극적인 재정집행을 못한다는 확신만으로도 장기물 금리 4.0%대까지는 충분히 내려갈 여지가 있는겁니다. 여기에 더해 경기침체가 찾아온다면, 거기서부턴 말 그대로 땅짚고 헤엄치는 보너스 스테이지구요. 어차피 시장금리가 5.0% 근처까지 다시 상승한다면 정부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를 되돌릴거라는 걸 이미 확인했습니다. 단단한 바닥을 확인한 마당에 여기서 금리가 다시 상승해도 예전같이 바닥을 몰라 투매하는 현상이 다시 나오는 건 불가능합니다.
결국, 미국채 장기물 금리가 앞으로 더 떨어질지, 다시 반등할지는 모르나, 얼마 전처럼 장기물국채금리의 상승이 시장에 공포를 불러오는 일은 다시 재현될 수 없습니다. 이건 정말 중요한 함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장단기금리역전이 장기금리의 상승으로 해소되는 베어 스티프닝이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이걸 정확하게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거의 무위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