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건강식품과 영양제들을 한움큼씩 먹던 마눌님이 언젠가부터 발사믹식초에 오일을 섞어서 먹으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발사믹 식초를 먹기 시작했는데, 플라시보 효과일지 모르나, 그동안 먹던 그 많던 영양제들과 건강식품들을 다 끊고 샐러드에 발사믹식초와 아보카도 오일을 뿌려서 먹고 있습니다. 덕분에 큰맘 먹고 좋아보이는 식초들을 여럿 접해봤는데, 좋은 식초 위에 더 좋은 식초가 있고, 고급진 것일수록 가격이 어마어마하더군요.
일반적인 와인식초 – 모데나 지방 포도로 만든 와인식초 – IGP 인증 발사믹 식초 – DOP 인증 발사믹 식초
대게는 이렇게 급이 나뉘는데, 단순히 IGP나 DOP 인증을 받았다고 다 똑같은게 아니고, 몇년 동안 숙성했는지, 포도원액의 비율이 몇퍼센트인지(DOP인증은 무조건 원액 100%)에 따라 가격대가 천차만별입니다.
여러가지 발사믹식초를 마셔본 경험에서 따져보자면, 단순히 DOP인증을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고급 발사믹 식초고 맛도 최고일거라고 생각하는 건 잘못된 편견 같습니다. DOP인증이라는 건 전통적인 제조방식과 원재료로 만들어서 품질이 믿을만하다는 인증이고, 건강은 몰라도 맛으로 보면, DOP인증이라고 해도 12년산(폰테베키오) 발사믹은 25년 이상 된 엔스트라베키오와 확실히 맛이 다릅니다.
DOP 인증이든 IGP 인증이든 일정 수준 이상의 발사믹 식초들은 대게 초산함량 6%로 통일되있는데도 시큼한 맛이나, 톡 쏘는 맛이 강한 제품이 있는가 하면, 상큼하고 달콤한 맛이 두드러지면서 원액을 곧바로 마셔도 부드럽게 넘어가면서 자극이 없는 제품이 있습니다.
12년산 폰테베키오 DOP 인증 식초보다 25년산 엑스트라베키오 인증 식초가 더 산뜻하고 부드러운 맛이 났으며, 점도도 더 끈적였습니다. IGP인증이라고 해도 말레티레냐니 오로 30년산 발사믹 식초는 DOP인증 엑스트라베키오 식초보다 맛이 더 산뜻하고 자극이 덜했으며, 향도 좋았습니다. 말레티레냐니 파밀리아 50년산 발사믹 식초는 지금까지 먹어본 발사믹 식초들 중 가장 달콤하고 산뜻한 맛이 났으며, 초산함량이 다른 제품들과 같은 6%임에도 불구하고 톡 쏘는 느낌이나 식초냄새가 잘 느껴지지 않더군요.
IGP 인증 제품들임에도 더 고급으로 통용되는 DOP인증 폰테베키오 식초는 가볍게 뛰어넘는 존재감과 놀라움을 과시하고 있었습니다. 용량이 250cc라 가격대 성능비도 DOP인증 발사믹 식초보다 압도적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지금 마시고 있는 DOP 발사믹 식초를 다 마시고 나면 샐러드에 뿌리는 용도로는 좀 더 저가의 발사믹 식초를 선택하고, 오일과 섞어서 직접 떠먹는 발사믹식초는 IGP 등급에서도 좋은 제품들이 있는지 더 많이 찾아보고 경험해보는 게 좋겠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