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결과지에 간에 거친에코가 보인다는 말이 나오면 덜컥 겁을 먹게 됩니다. 내 간이 망가져버린 건 아닌지, 위의 영상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원래 간이 안좋아서 관리 중인 환자가 또 저 말을 듣게 되면 뭔가 새로운 합병증이 나온건지 불안할 수 있지요.
이렇게 “거친에코”라는 판정을 받게 되는 검진 대상자나 환자분들의 입장에서는 위의 영상에서 말하는 것처럼 크게 불안하거나 당황할 필요 없이 내과진료를 받으면 됩니다. 문제는 초음파 탐촉자를 잡고 간실질이 “거친에코”를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검사자입니다.
이 간실질에 거친에코가 있다 없다를 판정하는 데에는 객관적인 잣대가 없고 대부분 검사자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결정하는만큼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아무런 정상이나 간수치이상이 없는 정상인에서도 거친에코음영이 얼마든지 판정될 수 있으며, 만성간염으로 계속 약을 먹고 있는 환자들에서도 거친에코음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판정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같은 사람을 주기적으로 검사를 할 때에도 거친에코음영이 보였다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있는데, 실제로 그런게 아니라 검사를 하는 사람의 컨디션에 따라서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주관적이고 불확실한 소견을 왜 중요한 소견으로 언급하고 다루는 걸까요? 이유는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간경화나 심한 간섬유화 같이 누가 봐도 헷갈리기 어려운 뚜렷한 소견들은 이미 발병한 지 상당기간 진행된 다음에 나오는 소견들이고, 가장 빠르게 간질환을 발견할 수 있는 민감한 소견으로는 간실질의 거친에코 소견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거친에코소견의 정확도를 떨어트리는 가장 큰 원인은 검사대상의 비만이나 등이 굽은 자세, 갈비뼈와 갈비뼈 사이가 좁아져있거나 횡격막이 위로 올라가있는 경우 등입니다. 기본적으로 거친에코를 정확하게 구분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경험을 쌓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서 설명했듯 거친에코의 유무를 정확하기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그걸 구분할 수 있다는 과도한 자신감에 빠지거나, 끝까지 구분해내고야 말겠다는 집착을 내려놓고, 환자의 과거력이나 생활습관 등을 확인해 임상정보와 대조해가면서 판정을 하는 등의 대안을 선택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