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성과 우왕좌왕의 차이

유투브 홍장원의 불앤베어 2023년12월18일 영상

위의 영상에서 제가 주목하는 부분은 아래와 같습니다.

  1. 골드만삭스의 내년 기준금리전망은 당초엔 한번도 금리인하가 없거나 내년 4분기에 한 번 정도 인하를 전망하면서 모든 예측기관들 중 가장 보수적인 금리전망이었음
  2. 그러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재빨리 전망을 수정, 12월11일에 내년 3분기부터 2차례 금리인하할 것으로 바꿈.
  3. 그리고 최근 FOMC에서 파월 의장의 슈퍼비둘기적인 태도변화가 나오자, 전망을 수정한 지 불과 3일만에 태도를 확 바꿔서 대폭적으로 수정된 전망을 내놓음, 내년 3,5,6월에 한번씩 금리인하 후 분기에 1번씩 계속 금리인하할 것이라며 연준보다도 훨씬 공격적인 금리인하 전망으로 돌변.

골드만삭스의 이런 돌변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 어찌 기존의 입장을 다 뭉게버리고 순식간에 입장을 바꿔버리는가에 놀라거나 야유를 보낼 수도 있고, 그러한 입장의 유연성에 경탄을 보낼수도 있을겁니다. 중요한 건, 일개 투자기관의 입장에 우리가 일일이 반응하는 게 아니라, 여기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냐를 찾아내는 걸겁니다.

이러한 입장변화를 유연성으로 칭찬할 것인지, 아니면 원칙도 없는 우왕좌왕하는 것으로 매도할 것인지를 가르는 기준은 그들이 기존의 입장을 “왜” 폐기했는지에 달려있습니다.

기존의 입장이 정말로 구체적인 데이터에 기반해서 진지하게 고민한 끝에 내려진 결론이었다면, 그걸 바꾸는 데에도 구체적인 데이터와 합리적인 결정과정을 제시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골드만삭스가 기존에 그렇게 보수적인 금리전망을 했던 건, 미국의 경제성장이 올해처럼 계속 강한 성장을 보이면서 물가도 쉽게 떨어지지 않을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겁니다. 그렇다면, 기존에 그렇게 고물가 고성장을 예측할 수 밖에 없었던 구체적인 데이터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그 데이터가 최근에 깨졌기 때문에 입장을 바꾸었다고 설명해야 합리적이고 납득가능한 입장선회라 받아들일 수 있을겁니다.

그런데, 한번 입장을 바꾼 지 불과 3일만에 거의 180도 달라진 전망으로 태도가 돌변한 것을 가지고 “합리적”이고 “데이터에 기반한” 입장변화라고 이해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거라 봅니다. 그냥 연준, 특이 파월 의장의 입장이 너무 급격하게 선회했기 때문에 더이상은 인플레이션-높은 경제성장-고물가 로 연결되는 레토릭이 버틸 자리가 없어졌고, 바로 이 때문에 허겁지겁 입장을 180도 바꾼거라고 보는게 합리적인 해석일겁니다.

어쨋건, 일개 투자회사(?)의 입장선회를 가지고 진정성이나 합리성을 판단한다고 해서 우리에게 득이 되는 건 없습니다. 중요한 건, 그러한 입장선회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짚어내는 데 있을겁니다. 결국 이들의 입장이 180도 달라진 이유는 연준의 입장이 그만큼 예고 없이 갑작스레 이뤄졌기 때문일겁니다. 이러한 연준의 갑작스런 입장변화는 이베스트 윤지호 리테일사업부 대표가 최근 언급했듯이 인플레이션과 “헤어질 결심”을 시사하는 측면이 큽니다.

이러한 연준의 입장변화는 굉장히 강력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어지간한 물가상승율이나 고용상황의 호조에도 “인플레이션과의 결별”에 대한 나레이션이 후퇴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가와 고용통계가 나올때마다 이리저리 갈대처럼 줏대없이 흔들려왔던 지금까지의 국면은 더이상 이어지지 않을거라는 겁니다.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주식시장이 상승할 수밖에 없으며, 미국채 시장도 장기물 단기물 할 것 없이 안정적인 흐름을 계속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한 견조한 기조를 깨트릴 수 있는 것은 “지나치게 많이 올랐다”는 불안감이나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힘을 얻어갈 때, 또는 아무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경제외적인 충격 같은 것들이라고 봅니다.

어쨋건 당분간은 스태그플레이션이나 인플레이션 레토릭이 발붙이기 힘들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투자자들에게는 커다란 변화이자 국면전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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