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얼마나 천박한 세태인가

태영 워크아웃 첫발부터 살얼음판…대주주 고통분담 의구심

기사를 읽어보면 정말 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습니다.

워크아웃이라는 것 자체가 채무자에게 엄청난 특례를 제공하는 비상식적인 제도입니다. 그렇게 채무자의 변제의무를 일부분이나마 면제시켜줄 정도로 관계기업이 자금경색으로 줄도산하는 일을 막는 것이 워크아웃제도의 가장 중요한 취지입니다.

그런데,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을 신청해놓고서도 곧바로 외담대, 즉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을 갚지 않았습니다. 이 대출을 갚지 않는다는 것은 명분이야 어찌되었든, 대놓고 매출채권을 부도내겠다는 심산이고 태영건설과 거래하던 하청업체를 비롯한 관계사들에게 자금압박을 고스라니 전가시키는 행위였습니다.

여기서 더 가관은 결국 이 외담대를 협약대상채권으로 포함시키기로 정부가 교통정리를 했다는 사실입니다.

워크아웃 역사상 지금까지 단 한번도 외담대가 협약대상 채권으로 분류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정부는 그런 선례를 만들어준 겁니다. 앞으로 PF위기가 진행될수록 건설사의 부도나 워크아웃신청 사례는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렇게 기형적이고 치명적인 선례를 만드는 건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을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봐도 감당하기 어려운 선택이 분명합니다. 정부는 도대체 뭐가 무서워서 저러는 걸까요? PF문제 자체가 정말로 무서웠다면, 오히려 첫 시범케이스인 태영건설 건에 대해서 확실한 선례를 마들어서 건설사 오너들의 도덕적 해이를 미연에 차단했어야 함을 생각하면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입니다.

결국,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은 정작 채무자인 태영건설이 당당하고 고자세로 임하는 와중에 정부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저자세로 채권단에게 불리한 구도의 교통정리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왜들 저러는 지, 무대 뒤편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 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저들의 선택들이 하나같이 제도의 취지나 사회적인 책임과 본분은 쥐뿔만큼도 인식하지 않은 채 정말 천박하고 치졸하며 야만적인 심리상태에서 결정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애초에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신청을 할 때부터 워크아웃 제도의 취지에 단 한쪼가리도 공감하지 않고 자신들(정확히는 태영그룹 오너들)이 돈을 아끼면서 빠져나갈 방법만 열심히 궁리하고 있는 모습을, 그들의 그런 천박한 의도를 너무나 노골적이고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정부 또한 사안의 전체를 조망하고 건설사들의 모럴 해저드를 미연에 방지하고 구조조정의 원칙을 세우는 시금석으로 이번 사안을 인식하는 게 아니라, 원칙도 없고 저자세로 일관하면서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과정이 이럴진데, 그 결과가 정상적일 수 없습니다. 참으로 안타깝고 한심한 마음에 한숨을 쉬지 않을 수 없는 오늘입니다. 그러한 천박함이 이 나라의 위정자들과 재벌기업 오너들에 의해 너무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풍겨지는 이 땅의 세태를 목격하니 암담한 심정을 감추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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