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기(知己) 하나만 잘해도,,,

유투브 손찬이형 2023년 12월1일 영상

삼국지에서 나라를 말아먹은 어리석은 왕으로 가장 흔하게 거론되는 이가 다름아닌 유비의 아들 유선입니다. 어쨋던 촉나라가 망했을 때 망국의 황제였으니 좋게 평가되기 어려운 게 상식이겠죠. 하지만, 유선이 나라를 잃게 된 건 중원을 차지한 위나라가 경제를 안정시키고 인구와 생산량이 폭발한 이후의 일입니다. 제갈량의 북벌 시도가 촉나라 입장에서는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였던 거지요.

영상에도 나오지만, 삼국 중 경제력이 가장 약했던 촉나라였음에도 제위 기간 동안 별다른 정치적 풍파 없이 무려 40년을 다스려왔던 건 결코 무능한 리더가 해낼 수 없는 업적입니다. 유선의 통치간 동안 위나라와 오나라 황실에서는 어마어마한 피바람이 불었던 걸 생각하면 대단한 업적이 아닐 수 없죠. 제갈량 사후에는 사료를 꼼꼼이 검토해보면 정치적 수완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가들이 후한 점수를 줄 수 없었던 원인은 화려하게 눈에 띄는 행보가 없었기 때문인데, 이건 그만큼 스스로의 한계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인내심을 발휘해 공명심을 죽이고 자중해왔기 때문이었을겁니다.

결국, 유선이 촉나라의 황제로서 무능했기 때문에 촉나라가 멸망했다기 보다는 그나마 유선이 황제로서 40년을 안정적인 리더십으로 다스려오면서 제갈량과의 쓸모없는 불화나 내부의 파벌싸움을 잘 제어해왔기 때문에 총력전을 감행한 유비의 이릉에서의 치명적인 패전과 사망으로 가장 위태로운 상황이었던 촉나라가 이후로도 수십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이라 보는게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손자병법에는 지피지기면 백전불퇴라는 말이 써져있다 합니다만, 다른 사람의 속내를 꿰뚫는 천재적인 재능(지피,知彼)이 없더라도 자기 자신의 분수와 한계, 그리고 자신의 특성을 잘 파악하는 지기만 잘해도 자신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는 커다란 복을 누릴 수 있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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