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사채업자들

유투브 스브스뉴스 2024년1월2일 영상
유투브 스브스뉴스 2024년1월9일 영상

세상에는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을것 같은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범죄자들이 많습니다. 그들의 악행과, 그러한 악행을 스스럼 없이 저지르는 그들의 희박한 도덕의식은 뭇 사람들의 혀를 내두르게 하고, 증오와 혐오를 일으키고는 합니다.

그런데, 정작 그러한 범죄의 끔찍함과 그들의 양심결여에 감정적으로 접근하다보면, 정작 중요한 것들을 보지 못하고 간과하게 마련입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고, 우리도 저들과 같은 환경과 상황에 놓였을 때 저들처럼 되지 않는다고 큰소리칠 수 없다”는 사실 말입니다.

단순히 잔인성이나 폭력성만을 생각하면 야쿠자 같은 범죄조직이 더 심하겠지만, 약자에 대한 잔혹함이라는 측면만 봤을 때에는 이보다 더하는게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되는 일본의 사채업자들에 대한 유투브 영상입니다.

이들의 시작은 범죄가 아니라 평범하고 영세한 서민금융업자였습니다. 은행이 개인에 대출을 해주지 않은 대신 기업에만 돈을 빌려주었는데, 기업들이 돈을 더이상 빌려가지 않자 사채업자들에게 빌려주기 시작하면서 사채업자들이 작장인과 여성들을 공략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잔혹한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잔혹한 불법추심에 시달리던 채무자들에게 남성은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여성은 집안살림을 도맡은 책임감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생명보험을 들고 극단적 선택을 하면 남겨진 가족은 “고맙습니다”라며 감사하며, 이웃들은 “책임을 다하고 가는구나”라며 추켜세우는 일본 특유의 규범과 관행은 사채업자들의 엽기적인 사업행각을 지속시켜주는 원동력이 되었죠. 여기에 더해 사채업자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양심을 마비시키는 일본 특유의 “매뉴얼 만능주의”까지,,,

결국, 일본의 사채업자들이 그런 괴물들이 되었던 건 사채업자들의 악한 본성이 아니라 일본 사회 전체의 기괴한 일면에 기인한 거였습니다.

이걸 확인할 수 있었던 사례가 1983년 대금업법이 제정되고 사채업자들의 이자상한이 109%에서 40%로 떨어졌을 때였습니다. 이렇게 이자가 제한되고 경영이 어려워지자 사채업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한 대부업체 사장의 당시 기록을 보면 밤에 잠을 잘 수 없었다고 합니다. 돈을 못버니 힘들어서가 아니라 너무 기뻐서 잠을 못이뤘다고,,, 돈을 버는 건 줄었어도, 자신의 사업이 주식상장을 통해 양지로 올라오면서 사회적 지위가 상승한 것에 그렇게 감격을 했다는거죠.

물론, 이후로는 이렇게 양지로 올라온 쪽과 아예 야쿠자나 한구레같은 범죄조직과 손을 잡은 본격 어둠의 사채업자들이 나뉘게 됩니다만, 중요한 건 우리가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나 혐오와 공포를 조장하는 문제집단들 바라볼 때, 감정에 휩쓸려서는 그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누군가를 “이해할 수 없는 자들”로 규정하는 순간, 그들이 아닌 우리가 정작 무관심하고 무지한 자가 되어버리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는 걸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런 이해불가의 괴물들을 양산하는 사회적 배경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지 않은 채 단순히 이들을 배제하고 처리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좋은 결과를 도출해낸 역사는 굉장히 드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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