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건들락의 경고

Gundlach Warns About S&P 500, 75% Chance of Recession, Firing Frenzy

채권왕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제프리 건들락이 최근 2024년 미국경제에 대한 그의 비관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1월 9일 제프리 건들락 본인이 운영하는 웹케스트 상에서 위와 같이 상당히 긴 분량의 영상을 올렸는데(제목도 too much to say), 여기서 그가 말한 내용들을 10가지 화두로 짧게 요약한 것이 위의 기사 내용이 되겠습니다. 기사에 언급되는 10가지 화두도 좀 더 짧게 요약해보자면 아마 이런 내용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1. 미국 주식이 2년 동안 미국 경제 전반의 부진한 성과 대비 너무 크게 올랐고, 전형적인 이중천장 형태를 그리고 있다. 주식의 하락 가능성이 크다.
  2. 달러강세가 지속되는데 S&P500지수가 상승을 계속하는 사례는 역사적으로 없다. 결국, S&P500이 상승하려면 달러강세가 약세로 전환되어야 하는데, 지금같은 상황에서 달러약세는 경기침체를 의미한다.
  3. 만약 경기침체가 본격화된다면, 실업율은 매우 가파르게 급상승할 것이다. 약한 경기침체보다는 경착륙의 가능성이 더 커 보이는데, 중요한 것은 그러한 침체가 발생하면 약달러상황에서도 정부가 돈을 다시 풀어서 경기를 부양하려 할 것이기에 국채공급과 인플레이션압력이 다시 증가할 것이다. 그러므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금리는 생각만큼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며, 막대한 정부부채 문제가 커다란 위기를 일으킬 것이다.

제프리 건들락의 시나리오에서 중요한 건, 경기침체가 먼저 찾아오고 그 다음에 정부의 대응으로 더 공격적인 재정부양에 이어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찾아온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전개는 결코 자연스럽게 흘러가거나, 예외없는 필연적인 전개가 아닙니다.

  1. 주가하락과 경기침체가 그렇게 본격적으로 현실화되기 전에 정부가 유동성을 풀어서 2022년 처럼 경기침체를 다시 한 번 막아낸다면, 경기침체는 올해 안에 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국 경제 전반에 좋지 않은 신호가 발생하고 있는건 건들락의 지적이 타당하지만, 가장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요소인 부동산시장에서는 오히려 집값이 오르고 있습니다.
  2. 연착륙이든 경착륙이든 일단 경기침체가 발생했다고 해서 침체가 약달러로 이어질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경기침체가 왔을 때 달러가 약해진 경우만 있었던 게 아니라 강해진 경우도 얼마든지 있었으며, 약달러의 기폭제가 되었던 경우도 대부분 자원부국들이나 유럽, 일본, 또는 중국같이 약해진 미국경제를 대체해줄 수 있는 대안이 확고했을 때 달러가 약해졌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나마 미국이 유일하게”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경제가 무너진다고 해서 대안이 되어줄 국가나 지역이 있는지 의심스럽죠. 그렇다면, 경기침체가 발생한다고 해도 쉽게 약달러를 확신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3. 제프리 건들락의 주장에서 가장 핵심은 경기침체가 먼저 찾아오고, 그 다음에 이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이 재발한다는 이벤트의 발생순서입니다. 이 순서가 틀림없어야 처음에는 채권에 투자를 하고, 이후에 인플레이션 조짐을 확인해가면서 다른 투자로 이어가야 성공적인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인플레이션의 재발이 먼저 찾아오고, 이로 인해 경착륙이 심화된다면? 이 때는 완전히 다른 투자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4. 무엇보다 중요한 건 경기침체가 온다면 어느정도로 올 것인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제프리 건들락은 역사적으로 실업율이 한번 오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가파르게 오르고는 했다며,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갑자기 실업율이 오를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에 미국사회는 정말 많은 것이 근본부터 뒤집어졌습니다. 이민자가 예전보다 유입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어지간한 경기침체가 온다고 해서 예전처럼 사업주들이 해고를 공격적으로 할 수 있는지 확신이 들 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미국의 미래가 경기침체일지, 인플레이션의 재래일지, 골디락스일지 아무리 고민하고 심도있게 연구해도 너무나 달라진 환경변화는 예전까지의 패턴을 토대로 앞으로의 미래를 추정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시도라는 걸 번번이 확인하게 될 뿐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다들 제각각 자기 보고싶은 것들만을 근거로 취선택해 자기 좋을대로의 전망을 세워도 그걸 반박한 수 없어 유행따라 컨센서스가 이리저리 줏대없는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게 지금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기에, 누구도 쉽게 부정하기 어려운 명백한 근거(이를테면 물가나 경기선행지표가 큰 폭으로 변화하거나, 실업율이 큰폭으로 오르는 등)가 제시되면서 미래에 대해 좀 더 명확한 컨센서스 형성이 가능해지는 순간, 세상의 돈은 미친듯한 기세로 어느 한 쪽으로 쏠려들어가기 시작할 뿐 아니라, 그러한 변화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상당한 기간동안 꾸준히 지속되며 세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나가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아무리 현명하고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의 말이라 할지라도 섯불리 믿어서 지금 당장 내 돈을 모두 어느 한 쪽으로 몰아두지 않는게 지금 국면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