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조롱하고 속이지 말라 – 에픽테토스

내가 금과 상아로 꾸민 제우스나 피디아스의 아테나를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내가 보고 싶은 것은 신과 마음이 같고 더 이상 신을 비난하지 않는 인간의 영혼이다. 사람들아, 그를 실망시키거나 거스르고, 분노나 시기, 질투에 굴복하는 일을 허용하지 말라.

요컨대, 왜 문제를 은폐하는가? 신이 되고자 하는 사람, 이 죽은 몸이 갇힌 동안에도 신과 교제를 목표로 삼는 사람을 보여달라.

아, 그럴 수 없다고? 그럼 왜 스스로를 조롱하고 남을 속이려는가? 왜 남의 옷을 입고 속아서 다니려는가?


로마 시대의 철학자인 에펙테토스는 대표적인 스토아 철학자입니다. 스토아 철학이라면 으례 금욕주의를 떠올리지만, 사실은 의외로 행복, 즉 인생을 잘 사는 것(유다이모니아, eudaimonia)에 집중하는 철학입니다. 사실, 같은 스토아 학파에서도 이 유다이모니아의 정의는 제각각 다르지만, 공통적인 점은 인간의 정신과 행동이 “외부 환경에 의해 휘둘리지 않는” 경지이면서, 명확한 목적성과 방향성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삶을 뜻한다는 것입니다.

문득 에픽테토스의 이 경구가 생각이 나게 된 이유는 오늘 몸 컨디션이 굉장히 피곤하면서 눈이 침침하고 통증이 있자, 모든 걸 뒤로 하고 하루 내내 통파고 싶은 마음이 가득차있었기 때문입니다. 몸이 안좋으면 잠을 자거나 쉬면 되는데, 그것도 아니고 웹툰이나 쓸데없는 소일거리에 빠져있거나 그마저도 못하고 멍하니 시간만 축내는 모습이 딱 유다이모니아와 정반대의 모습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러면서도 스스로는 자존심을 부리고 무언가 잘난 척 스스로를 위로할 생각에 빠져있는 모습을 제 자신 안에서 발견하다보니 “스스로를 조롱하고 남을 속이려 한다”는 에픽테토스의 지적이 마음을 찌릅니다.

최소한 잠들기 전까지라도 스스로를 조롱하고 속이는 건 그만두고 겸손함을 생각하며 보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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