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가 전세계 시장점유율의 30%를 넘기는 건 불가능하다. 지구상에 10억명이 아직도 전기가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데, 전기차가 압도적 미래가 될 수는 없는것 아닌가”
토요타 아키오 회장의 이 발언이 나온 건 꽤 오래 전입니다만, 사람들은 이 말을 별로 귀담아 듣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테슬라를 비롯한 전기차의 예상치 못한 부진에 이 발언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들이 사회에 받아들여지는 건 언제나 일련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 지나친 기대
- 실망
- 조심스럽게 수정된 기대
- 현실화
자동차, 철도, 인터넷, 인공지능,,, 어느것 할거 없이 이런 과정을 밟지 않고서 곧바로 인류사회에 뿌리내리지 않은 게 없죠. 굳이 예외를 따지자면 스마트폰 정도일까요? 그래서 애플이 전세계 시가총액 1위의 지배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것일테지요.
왜 다른 발명과 혁신들과는 달리 유독 스마트폰은 별다른 저항이나 정체 없이 빠른 시간 안에 전세계 인류에(심지어는 아프리카 개발도상국까지도) 빠르게 침투해 세상을 바꿀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스마트폰은 애플이 아이폰을 발명했을 때부터 이미 “인터넷”이라는 기반 인프라가 전세계에 깔려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선”이라는 특성 상 후진국들도 도로건설비용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구축할 수 있는 인프라였죠.
그런데, 전기차라는 혁신이 전세계에 확장되기 위해서는 “전력망”이라는 기반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전력망은 생각만큼 쉽게 구축될 수 없을뿐 아니라 엄청난 양의 구리라는 한정된 광물자원과 건설에 필요한 숙련된 인적자원과 조직력을 필요로 합니다.
전력망도 그렇지만, 전력이라는 에너지 자체도 무한정 쉽게 얻을 수 있는게 아니죠. 중국이 전기차에 중국이라는 국가의 역량을 올인한 이유도 그게 돈이 되어서가 아닙니다. 돈이 안되더라도 석유 소비의 40%를 차지하는 운송분야의 석유의존도를 낮춰놓아야 국가위기상황에서 버틸 수 있다는 안보의 논리로 올인을 한겁니다. 다른 나라들이 경제논리로 접근을 하면 중국처럼 전기차에 올인할 수 없었던 게 다 이유가 있는거지요.
토요타 아키오 회장이 지적했던 게 바로 이 부분, 인프라 확장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는거죠. 지금 “전기차”라는 하나의 혁신 내지 유행은 2번, 즉 실망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겁니다.
그걸 이해하고 있어야 테슬라가 왜 2024년 전기차 시장을 좋지 않게 전망하고 있으며, 왜 계속 수익성을 희생해가면서 전기차 가격을 낮추려고 하고 있는가를 납득할 수 있습니다. 지금 테슬라는 떼돈을 벌 준비로 투자를 늘리고 사세를 확장하는 게 아니라 긴 겨울 살아남기 위해 월동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걸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테슬라나 이차전지 관련 투자는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