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미국 주식시장이 갑자기 크게 빠졌습니다. 사람들은 그 이유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 CPI 물가지수 때문이라고들 합니다. 물가가 여전히 높다보니 연준이 기준금리를 3월달부터 내리기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흔들렸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설명에 고개가 갸웃거려집니다.
위의 도표는 미국 주택 렌트비 지표와 CPI 추세를 겹쳐놓은 것입니다. 보다시피 CPI는 주거비가 한번 크게 상승했다 다시 정상화 되가는 현재 추세를 제 때 반영하지 못합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CPI 자체는 실제 인플레이션 상황을 계속해서 뒤늦게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연준도 잘 알고 있으며, 그래서 CPI보다 PCE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위의 유투브 영상도 그러한 CPI의 맹점을 지적하며, 이번에 나온 CPI 데이터를 가지고 인플레이션에 배팅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설명합니다. 참고로 2월28일에 지난 4분기 PCE데이터가 발표됩니다.
이렇게 CPI데이터가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므로, 미국 주식시장이 정말로 CPI가 3.1%를 찍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가 깜짝 놀라서 흔들린거라는 건 제대로 된 설명이 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연준의 긴축정책 완화에 대한 기대”가 단지 물가라는 요소 하나에만 달려있는게 아니라는 걸 이해해야 합니다.
연준 인사들이 CPI가 의미가 크지 않다고 자꾸 변죽을 올리는 것은 실제로 물가가 엄청나게 떨어지지 않아도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연준은 심지어 노동시장이 지금 추세대로만 냉각되어도 조만간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 견조하던 소비의 침체
- 상품과 원자재 가격하락 추세가 유지되거나 더 크게 하락
- 주택가격과 렌트비의 하락(주택 렌트비용은 위의 도표처럼 2023년 중반 이후 추가하락 없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 고용시장의 뚜렷한 냉각
연준의 속내는 이들 중에 “단 한줌의 그럴듯한 명분만 성립되어도” 기준금리를 인하할 의향이 있는겁니다. 어제 CPI가 예상을 웃돌았다고 하지만, 단지 그 사실 하나만으로 시장의 기준금리인하 기대가 막히고 크게 흔들렸다는 건 시장이 보기에 “그나마 마지막 남아있던 그럴듯한 명분”, 즉 최후의 희망이 이 사라졌기 때문에 그리 크게 흔들렸던 겁니다.
지금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지금 이상으로 추가하락하지도 않고 있으며, 여전히 주택 렌트비나 주택가격이 뚜렷하게 하락할 조짐은 어디에서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고용시장도 뚜렷한 냉각을 보이려면 당당 멀었죠. 결국 남은 건 견조하던 소비가 침체되어서 연준이 움직이는 시나리오가 가장 가깝고 분명한 명분이 됩니다.
그러한 소비의 침체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주식시장의 폭락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걸 시장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크게 흔들린 것으로 해석하는게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보고 예측하는 데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결국, 주식시장 입장에서 보면 다른 경제를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섹터들이 주식시장을 위해 희생하는 이상적인(?) 시나리오가 이번 CPI 결과를 통해 현실성이 없다는 걸 간접적으로 확인하게 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주식시장 폭락으로 촉발될 소비시장의 침체가 아니면 기준금리인하를 단행할 다른 그럴듯한 명분이 출현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걸 다들 깨닫게 되었기 때문에 어제와 같은 흔들림이 나오게 된 것이라 보는게 가장 그럴듯한 해석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분간 CPI 데이터를 이리저리 뜯어보고, 별 거 아니다,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데이터다,,, 이런 식으로 평가절하하며 주식시장에서 떠날 필요가 없다는 식의 주장이 여러 매체들을 통해 유포되겠죠. 하지만, 시장은 그러한 낙관론에 예전처럼 반응하지 않을 것입니다. CPI를 통해 희망(기준금리 인하에 대한)을 볼 수 있다는 해석이 아니라면 지금의 패닉과 흔들림을 진정시켜줄 해석은 아닐테니까요.
결국은 2월28일에 나오는 PCE 데이터들이 좋게 나오거나, 그 이전에 고용데이터들이 희망적으로 나오는 걸 확인한 다음에야 투자심리가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게 제 예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