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기준 18만9천원이라는 극악의 가격과, 어처구니 없는 내구성, 맥스쿠션과 카본 플레이트라는 요즘의 대세와 정반대 컨셉으로 유명한 나이키 줌x 스트릭플라이가 어제 배송되어 왔습니다. 쿠션과 내구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항상 가성비에 목을 매어오던 저로선 평생 이걸 살 일은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플래시 세일의 위력이란 정말,,,
(사실 플래시 세일 때 메인 구매는 밑에 조끼였습니다. 올 겨울 정말 요긴하게 잘 사용했던 런 디비전 에어로레이어 조끼인데, 크기가 조금 커서 M사이즈가 항상 아쉬웠거든요)
색상은 괜찮은 편입니다. 사진 찍힌 것보다 더 선명하고 시원한 녹색과 흰색의 대비에, 형태도 날렵하고 균형잡혀있습니다. 알파플라이1에 채용된 아톰니트보다 더 가볍고 튼튼해보이는 니트재질의 갑피도 나쁘지 않습니다.
발목을 잡아주는 힐컵이 생각보다 탄탄하게 발목을 잡아줍니다. 실제로 달려보면 발목 미끌림은 전혀 걱정하지 않게 되는데, 힐컵의 안정성 이전에 발꿈치에 체중이 실리기 어려운 구조로 중창이 설계되어있습니다. 발 뒤꿈치쪽이 전혀 높지 않고 반대로 발바닥 아치 부분의 쿠션이 도드라져 있어서 신발을 신으면 뒤꿈치 쪽이 떠있게 됩니다. 신발을 신자마자 이 신발은 힐 스트라이크(hind-foot running) 주법으로 달리는 사람들은 완전히 배제한 설계라는 걸 직감하게 됩니다.
이 신발을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하게 만들어준 내구성문제,, 정말 극악하다는 말 조차도 부족합니다. 딱 3km 가볍게 뛰어봤을 뿐인데 밑창이 벌써 갈려나가는 게 보입니다. 밑창, 특히 아웃솔 설계만 봐도 이게 얼마나 내구성은 신경 안쓰고 만든 신발인지 이해하게 됩니다. 뒤꿈치 쪽에 정말 얇은 고무쪼가리 두개 붙혀놓고, 앞쪽에 파란 색 고무도 내구성이 많이 떨어지더군요.
이 신발에서 쿠션이 가장 두껍고 도톰해서 발 아치를 넉넉하게 받쳐주느라 하중을 크게 받는 발의 가운데 부분은 정작 고무가 아니라 부드러운 줌x 미드솔이 그대로 노출되있습니다. 아,,, 말해놓고 보니 욕나오네요. 원래 이정도까지 분노가 치미는 건 아닌데, 아웃솔 내구성과 접지력이 정말 만족스러운 푸마 런닝화들을 신다가 이걸 보니까 정말 극명하게 대비가 되네요. ㅜㅜ
운동화 끈과 설포는 더이상 개선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만족스럽습니다. 가볍고 얇으면서도 충분한 기능을 해줍니다. 신발을 신을 때 발등이나 발가락 부위(토박스)가 좁다는 느낌도 없고, 심한 평발이나 무지외반증이 아니라면 불편함을 느끼기 어려울거라 생각될만큼 편하고 여유있습니다.
실제로 이걸 신어보고 3km정도 뛰어봤는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내가 왜 굳이 카본플레이트가 들어있는 맥스쿠션화를 신어야 하지?”라는 의문이었습니다. 이정도 푹신함과 충격흡수에 적당한 미드솔 두께로 인한 안정성과 200그램이 안되는 무게와 편한 갑피라면 굳이 알파플라이같은 최고급 카본화를 신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베이퍼 플라이라던지 알파플라이같은 신발은 마라톤이나 하프마라톤 뛰는 분들에게 양보하고, 저같이 기껏 본격적으로 뛰어도 10km도 안되는,,, 취미로 러닝하는 사람들이라면 이정도면 차고 넘치는 스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알파플라이 대비 오히려 편하고 안정감있고 발이 편하고 가볍고,,, 좋으면 좋았지 나쁜 점이 하나도 없습니다.
진짜 극악의 내구성만 아니면 지금까지 사서 모아놓은 신발들 다 팔고 이거만 신어도 무방하겠더군요. 네, 결국 문제는 내구성입니다.
하기사 신고 뛰는 동안 즐거우면 된거지 뭐 더 바랄게 있겠습니까? 결국엔 싼 값에 사서 1년 정도 잘 쓰고 닳면 버리는 게 정답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다 보면 내구성이 좀 좋아진 후속기종이 나올지도 모르겠구요.
결론적으로, 좀 더 달려보면 그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만, 지금 당장 느낌은 너무 심한 내구성 때문에 제 값을 하기가 어려운 신발이 아닐까 합니다. 온라인에는 워낙 가짜 제품들이 횡행하는지라 국내매장판을 골라야 합니다. 국내매장판 중에는 아직 가장 싸게 풀린게 12만원 정도더군요. 다 좋은데, 이렇게 망한 내구성이라면 12만원이라는 가격은 제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너무 비쌉니다. 내구성을 좀 더 개선시킨 후속작이 나오든지, 가격이 9만원 이하로 떨어져서 나오든지 해야 구매 시 부담을 덜 느낄만한 신발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돈이 너무 많아 주체를 못해서 가격은 보지 않고 “런너를 위한 최고의 신발”을 사겠다고 한다면야 알파플라이나 베이퍼플라이보다 더 나은 말 그대로 최고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