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쪽으로든 편향되있는 국내 컨텐츠들보다 훨씬 객관적이고 차분하게 의대정원 문제를 고민해볼 수 있는 영상이라 퍼와봤습니다. 위의 영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의사쪽에서도 잘못된 근거들을 가져와 거짓주장을 하고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국민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설득하고 싶다면 조금이라도 더 진실되게 이야기를 해도 모자랄 판에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쨋던, 영상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일본과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의사 수는 크게 차이가 없다고 봐도 됩니다. 진짜 문제는 “정말 필요한 곳에서 일을 하고 있는 의사”의 수가 많은가 적은가 하는 부분이죠. 개인 의원들이 아무리 많아도, 의사 한사람이나 두사람이 운영하고 있는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증질환이나 응급상황을 다루는 건 불가능합니다.
공공의 입장에서는 피부미용이나 성형같이 필수의료 외의 영역에 종사하고 있는 의사들은 없는거나 마찬가지라는 거지요. 그들을 제외하면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여전히 부족한 게 분명합니다.
다만, 정말 필요한 현장에서 일 할 의사가 부족한 원인은 일본과 우리나라가 크게 다릅니다. 결정적인 차이는 필수의료에 대한 수가체계의 모순같은 게 일본에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필수과에 대한 수급문제 보다는 지역에 따른 의료시스템의 격차가 크다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압도적으로 전문의가 많은 우리나라에 비해 일본은 전문과를 달지 않고 진료하는 개원의가 훨씬 많고, 우리보다 이 쪽으로 의료비 지출도 큽니다.
그렇게 전문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의사들은 의사 수를 늘리지 마라고 난리가 나는 것이고, 일본은 정 반대로 의사들이 의사 수를 늘리라고 성화인거죠. 우리나라는 개원의들 대다수가 특정 전문분야의 전문의인 경우가 대부분인 반면, 일본은 일반의사들이 개원을 하기 때문에 의료수요에 대응하는 수준이 근본적으로 차이가 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오죽하면 일본의 개원의들의 수가를 깍아서 개원의 수를 줄이려는 시도까지 나오는 거겠습니까? 결국, 일본도 의대 증원을 대폭 시행하고 있음에도, 그 여파가 정말 필요한 곳의 의료인력 확충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거지요.
사실, 의사 수, 의대 정원 가지모 작금의 심각한 의료상황을 해결하겠다는 건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수가체계와 병상을 늘리고 운용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누군가가 대지 않는 한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정권이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을 주장하는 건 그냥 의사들 때리면 인기가 올라가니까 찔러보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거죠. 실제로 의대정원 이야기가 나오니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는거구요.
결국, 이런 쓸데없는 변죽올리기에 피해를 보는 건 의사들만이 아닙니다. 온 국민이 필요한 시스템 개혁의 때를 놓치고 문제를 계속 키워가는 과정에서 피해를 같이 입게 되는겁니다. 의사들 입장에서야 고결한 사명감이니 명예니 이딴거 이전에 당장 내 밥그릇이 날아가는 절박한 상황에서 못할 짓이 없는거겠구요.
결국은 누구의 잘못이냐, 여기서 단기적으로 이득을 보는 유일한 사람, 충분히 문제를 제대로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데도 그럴 생각이 없는 사람, 바로 그 사람의 잘못이라고 보는게 정답인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