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 1인당 의사 수가 OECD 평균에 훨씬 못미치니 부족한 의사를 평균에 맞추기 위해 의대정원을 늘려야 한다고들 합니다. 국민의 무려 80% 가까운 여론이 이런 주장에 동조하고 지지하고 있다더군요.
전세계에서 우리나라보다 의사를 쉽고 빠르게 만날 수 있는 나라가 없으며, 한국처럼 쉽고 빠르고,,, 게다가 싸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나라는 없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으면서도 지금보다 의사 수가 더 늘어야 한다는 주장에 동조하는 건 “의사 수가 더 늘면 지금보다도 더 쉽고 빠르게 의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라는 기대를 넘어 “지금 의사들이 지원하지 않는 필수의료과에도 어쩔 수 없이 의사들이 지원하면 문제는 해결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깔려있는 거겠죠.
상식적으로 OECD 평균 수준으로 의사 수를 늘리면 의료시스템의 다른 모든 것들도 대부분은 OECD 평균 수준으로 수렴할 수 있겠죠. 여기서 말하는 OECD 평균수준이라는 건 많은 분들의 예상과 기대를 한참 벗어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해년마다 5,000명의 의사가 배출된다면, 현행 “행위별 수가제”는 유지될 수 없습니다. 어차피 비급여시장이나 영리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의사 수가 느는 건 한계가 있죠. 결국 보험 청구건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의료비 상승을 감당할 수 없게 되어 행위별 수가제라는 현행 시스템은 붕괴되지요.
누군가 반론을 펼 수도 있겠죠. 그럼 건 당 진료비, 수가를 줄이면 되지 않느냐는 식으로 말이죠. 아니,,, 왜 의사 수만 OECD 평균수준으로 가고 보험 수가는 OECD평균에서 더욱 멀어져야 하나요? OECD 최하위 수준의 보험수가도 평균수준으로 올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렇게 늘어난 의사 수와 이에 따라 늘어난 보험 청구건수, 그리고 보험수가도 OECD 평균으로 정상화(!)된다고 가정할 때 과연 현행 행위별 수가제가 유지될 수 있을까요?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결국은 OECD 대부분 국가처럼 행위별 수가제에서 총액계약제나 포괄수가제로 바뀌게 되겠죠. 그것이 OECD 표준이니까요.
이러면 자연스레 수술대기시간과 진료대기시간도 OECD 평균 수준으로 맞춰지는게 당연한 수순입니다. 총액계약제나 포괄수가제가 OECD 표준이자 대세이니 말이죠.
12년 전 박민수가 외과와 산부인과 일부 진료영역들에 포괄수가제를 추진한 후 지금에 와서 외과와 산부인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시사하는 바가 많은 트윗이네요. 지금 진료시설도, 일하고 있는 전문의 수도 부족하다고 난리가 난 심혈관수술, 뇌혈관수순, 분만, 신생아 케어 영역들도 모두 의사 수가 부족하거나 전문의 수가 부족해서가 아닌 잘못된 정책이라는 같은 이유 때문에 망했습니다. 그럼에도 저렇게 실패한 제도를 만들고 밀어부친 공무원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죠.
수많은 외과와 산부인과 의원을 폐업시키고 망하게 만들었던 주범인 2012년 당시 보건복지부 차장이 지금 다시 복지부 차관이 되어 지금과 같은 일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10년 후 어떤 결과가 나오고, 거기에 환자들과 의사들이 어떤 혼란과 고통을 겪어도 그들은 이번에도 책임지지 않을겁니다. 늙어서 기력이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정권에 빌붙어 다음 번에도 복지부 차관이나 장관을 하겠다고 나서기를 반복하겠죠.
결국, 우리나라의 운명은 유권자들이 얼마나 깨어있고, 얼마나 냉철하게 사고하는 지에 의해 결정됩니다. 저런 자들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정권에 아부하며 의료시스템을 망가트려도 심판받지 않는 이유는 유권자들이 여전히 그런 일들을 기억하지도 않고, 관심가지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