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얼마나 제멋대로 생각하는가

유투브 엠빅뉴스 2022년5월12일

당시에 “개구리 소년” 사연을 모르는 우리나라 사람은 존재할 수 없었을 정도로 난리가 났었습니다. 경찰의 부실수사에 대한 질타라든지, 시신이 발견된 후에는 도대체 누가 저 아이들을 죽였는가에 대한 공분,,, 그 사이에 수많은 음모론과 허황된 주장들로 고통받았던 아이들 부모의 심경 등등 우리가 잊을 수 없는 화나고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았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건 당시 사건 자체가 아니라 수십년이 지난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한 쪽 방향의 확신에 심각하게 감염되있다는 점입니다.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2071414310004813

사건 발생 당시 초동수사가 너무나 헛점이 많았기에 결국 진실은 가려지지 못한 채 영구미제 사건이 되어버렸지만, 위의 기사처럼 타살과 저체온사를 추정하는 논리들을 보면 어느 한쪽이 상당히 엉성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1. 범행도구가 무엇인지 특정하지도 못하고, 발견하지도 못할 뿐 아니라 정황적으로 누군가 범행도구를 사용할 때 나오는 패턴과 전혀 일치하지 않는 특징들(스무곳이 넘는 골절흔의 모양이 모두 다르고, 상흔이 거의 없는 시신도 함께 발견)
  2. 유골이 발견된 장소는 와룡산에서 가장 깊은 골짜기였으며, 당시에도 수풀이 우거져 시계가 불량한 지역이었으며, 비가 오면 개천이 생겨 물이 흐르는 일이 잦았음. 당시 기온은 영상 3도였으며 비까지 왔기에 길을 잃었거나 이동이 불가능한 사정이 있었다면 저체온증으로 충분히 사망할 수 있는 상황

위에서처럼 저체온증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을 제시하는 측의 주장은 근거가 명확합니다. 누군가에 의한 타살로 본다면 설명이 불가능한 물증과, 충분한 정황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반면 타살을 주장하는 논리들을 살펴봅시다.

  1. 사건 발생 1년 후 분묘이장이 근처에서 있었지만, 당시 소년들의 유해가 발견되지 않았다. 11년 후 발견된 유골이 10년 전에 같은 자리에서 보이지 않았던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2. 유해 발굴 얼마 전 수십명이 근처에서 작업을 벌이고 있었는데도 유해가 발견되지 않았다.
  3. 당시 제시된 타살 정황(수많은 제보들, 비명소리를 들었다는 제보, 국과수가 골절흔이 사망 이전의 것이라 발표 등)을 뒤집을만한 사실이 나오지 않는 한 저체온사라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4. 한겨울도 아닌데 동네 뒷산을 누구보다 잘 아는 소년들이 집단 저체온사 했다는 건 말이 안된다.

타살이라는 주장에서 말하는 것들은 모두 확률적으로 일어나기 어려우니 믿을수 없다는 이야기들입니다. 그런데, 그 확률이라는 게 객관적으로 정말 희박한 것일까요? 애초에 다섯 아이들의 유해가 발견된 것 자체도 확률적으로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랬으니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유해가 발견되지 않았던 거지요. 누구라도 그 지점에 유해가 있을 가능성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해으니 근처서 작업을 하거나 이장을 했던 이들 누구도 해당 지점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거라는 가설을 기각할 논리는 없습니다.

타살설에서 그나마 가장 고려할만한 근거는 국과수에서 골절흔들이 모두 생전에 발생한 것으로 발표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국과수라고 해서 십년이 지난 유해의 골절이 사망시점 이전에 생긴 것인지 이후에 생긴 것인지 금방 구분할 수 있을까요? 당시 여론이 빗발치자 서둘러서 조사결과를 발표하느라 부실조사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물론, 덮어놓고 공신력 있는 기관의 조사내용을 부정하는 것도 안되겠으나, 당시의 전후 정황을 고려한다면, 앞뒤 정황이 전혀 설명되지 않는 조사내용을 아무런 비판 없이 믿겠다는 것이야 말로 권위호소의 오류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논리적으로 본다면 저체온사의 정황이 상대적으로 타살 정황보다 훨씬 설득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유투브 영상 밑에 달린 댓글은 대부분이 타살설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타살설을 지지한다기 보다는 저체온설을 지지하는 이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인격적인 모독도 서슴치 않으며 공격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분노한 채 흥분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타살설이 틀림없다고 주장하는 댓글을을 보면 객관적으로 저체온사 설을 반박할 수 있는 근거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경험이나 느낌, 와룡산 살았던 경험 상 밤에도 민가 불빛이 보이는데 길을 잃을 수 없다는 확신(시신이 발견된 곳이 아닌 아이들이 살던 동네 뒷산에 민가 불빛이 보이는 게 무슨 상관인지,,) 등등으로 저체온사의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을 공격합니다.

이들은 이미 자기 마음에 확신을 심어놓은 다음에, 그 확신에 거슬리는 말들을 진지하게 들을 생각도 없고 그런 주장을 공격함으로써 자신의 확신에 근거를 확고히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겁니다. 그리고, 댓글들 가득히 자신과 같은 확신으로 채워지는 것에서 용기를 얻어 저체온사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들을 향해 인격적 모독까지도 서슴치 않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를 보면서 우리는 우리가 우리 스스로 믿고 싶은 것을 믿으려는 충동이 얼마나 강하고, 그것에 휩쓸렸을 때 사회적으로 얼마나 파괴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를 깨달아야 합니다. 그것을 반면교사 삼아 항상 냉정하게 자신의 주관을 내려놓고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검증하려는 노력을 그치지 않아야만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야만과 거짓의 연쇄를 끊어낼 수 있을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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