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결국 인구가 핵심이다”라는 명제는 지금같이 인플레이션과 고금리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에 있어서는 쉽게 납득가지 않는 주장입니다. 영상의 전반부에서도 그렇게 금리가 상승할만한 요소들을 하나하나 열거하면서 현재 시장의 컨센서스가 왜 “현재의 금리가 쉽게 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는 쪽으로 쏠려있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시장금리가 예전처럼 초저금리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주장의 대표주자는 하워드 막스의 최근 레터 “상전벽해(sea change)”가 전하는 논리입니다. 과거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 시대까지를 포함해 초장기 시계열로 본다면 2008년 이후 20년간 이어졌던 금리수준은 너무 낮으며, 앞으로 그런 수준의 금리로 돌아갈 개연성이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생각은 지극히 상식적입니다.
당장 위의 영상에서 미니애폴리스 연은이 2008년 이후 수준의 저금리 기조로 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 논문도 자신들의 결론을 반박할 수 있는 모델 상의 한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탈세계화”에 따른 비용구조의 변화를 연구 과정에서 고려하지 않았다는 부분은 그 자체로 치명적인 한계가 될 수 밖에 없고, 아직까지는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 정도가 어느정도인지를 확인하기 어려운 시점이라는 것 또한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니애폴리스 연은의 이번 논문에서 우리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조차 부정하면 안됩니다.
- 단지 시장의 현재 컨센서스 내지 분위기가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고금리기조의 유지를 가르키고 있다고 해서 그 대세를 아무런 비판 없이 따라가면 안된다는 점입니다.
- 노동공급이 줄어든다는 점이 단기적으로는 임금상승으로 인해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 상승으로 작용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경제가 산출하는 잠재성장의 감소와 이로 인한 금리인하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점을 잊으면 안됩니다.
- 생산성의 향상은 단기적인 변화가 아니라 10년 이상의 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장기적인 추세입니다. 과거 인터넷과 이메일의 발명으로 시작했던 IT혁신이 생산성향상을 일으켰던 사례가 역사적으로 보면 가장 빠르고 급격한 생산성혁신을 일으켰지만, 그 때 조차도 생산성향상을 본격적으로 일으키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향후 1-2년 정도의 단기간의 금리추세를 예상하는 데 인공지능 같은 기술진보를 고려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 현재 탈세계화는 확실히 수년 전에 비해 상당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영향으로 인플레이션이 어디까지 지속될 것인가는 간단하게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각국 정부의 부채가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올랐고, 주식과 부동산 같은 자산이 “거품”이라고 단정해도 될 정도로 오른 상태에서 중국을 비롯한 상당수 국가에서 그 거품이 꺼질듯한 조짐이 있습니다. 단순히 탈세계화와 정부지출 증가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과 금리상승기조가 앞으로 계속될거라고 주장하기에는 바로 그 “탈세계화”와 “정부지출 증가”가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계속 심화될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생각을 해봐야 한다는겁니다.
- 그래서 미래에 금리가 어떤 방향으로 갈 것 같은가,,, 날고 기는 투자자나 전문가들도 맞추지 못하는 미래를 점쟁이도 아니고, 제가 예측하는 건 당연히 불가능하겠죠. 하지만, 어느 쪽에 배팅하는 것이 더 나은 기댓값을 기대할 수 있는지는 이미 답이 나와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금리가 계속 상승하고 인플레이션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데 배팅해서 기대할 수 있는 리스크대비 수익은 별로 없습니다. 상방보다는 하방이 더 열려있는 배팅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해야 한다는 전제는 달아두어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금리 인하에 배팅하는 게 인상이 횡보에 배팅하는것보다 훨씬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