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흔한 주식투자 실패사연

호재성 공시가 뜨자마자 몇십원 먹으려고 들어간다.

매수 5분 후 조금 오르다가 급락한다. 어어 하다가 팔지도 못하였다. 장 종료 후 차트와 기본적인 업체 확인하고 보니 급등주였다. 급등 세력주 상투에서 잡았었다.

다음날 시초가는 하락으로 시작한다. 손실이 얼마 되지 않았지만, 본전 생각에 물타기를 한다. 오후장 거의 하한가 수준으로 급락을 한 후 반등하면 팔아야지 하고 미수 물타기를 한다. 약간 상승했지만 그래도 평균 매입단가보다 훨씬 아래였다. 미수까지 질러서 마음이 불안해졌다.

네이버 종목토론방에 폭락성 글들은 무시하고 희망이 섞인 글들만 읽었다. 애널들 글도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주말을 보냈다.

여윳돈을 빌릴 수 있어서 육천만원을 또 물타기를 했다. 또 하락한다. 여윳돈에 대한 미수로 또 물을 탔다. 급락하는 것을 보고 미수몰빵했다. 계산해보니 총유통주식의 0.3%를 매수했다.

손실을 따블로 늘어났다. 너무 큰 돈이라 손이 덜덜거린다. 줄담배를 피며 공포의 연속이었다. 여윳돈인 줄 알았는데 급히 써야 했다. 다시 메꿔놔야 한다. 급전을 빌리느라 짱구를 굴리지만, 너무 큰 돈이라 빌릴 데도 없었다. 내일은 하락하던 상승하던 매도해야 한다.

호가별 매수 잔량이 작아서 한꺼번에 매도 처리도 못한다. 조금씩 팔기 시작해 절반 정도 팔았다. 거의 장종료 시간이 다가온다. 시장가 즉시 매도 버튼 클릭한다. 빌린 돈 갚고 정산해보니 정확히 반토막이다. 천오백만원을 날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없다. 어떻게 이렇게 바보같은 짓을 했을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미친 짓을 했음을 깨달았다.


주식실패사연만 모아놓은 유투브 채널들이 있더군요. 소일거리로 거기서 잠깐 영상을 보다 재미있어서 내용을 간추려봤습니다.

다른 사람이 보면, 당사자 본인이라도 해당 시점이 아닌 나중에 돌아보면 멀쩡한 사람이 무슨 이런 바보같은 짓을 할 수가 있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람이기 때문에 충분한 훈련과 경험이 없다면 이런 바보같은 짓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면, 주식에서 ”매수는 기술이지만 매도는 예술”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건 방법에 있어서 난이도 측면에서의 이야기일 뿐이고, 시점의 측면으로 본다면 매도 시점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게 매수 시점이 아닐까 합니다.

주식을 사는 시점에서 실패하면 그 다음은 아무리 발버둥을 치고 뭘 잘해보려고 해도 손해를 덜 보는 정도가 최선이겠죠. 주식을 매수하는 시점이 적절하기 위해선 그만큼 고민하고 신중하게 매수해야 하는데, 그걸 하기가 쉽지 않다는 건 투자자라면 누구나 잊지 말아야 하는 사실이 아닐까 합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