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자켓의 조건

작년 겨울 비가 내릴 때 달리는 재미가 정말 쏠쏠했던지라 간절기와 여름 달리기에 쓸 방수 자켓을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알아보다 여차저차 최근에 마련한 방수자켓 두개가 아래의 사진입니다.

왼쪽에 있는 검정색 자켓은 나이키 스톰핏 런 디비전 러닝 자켓으로 모델명은 DQ6531-010 입니다. 오른쪽에 녹색 자켓은 컬럼비아에서 판매한 아웃드라이 나노라이트 쉘 방수자켓입이며, 아웃드라이 원단을 채용해서 방수와 투습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이키 스톰핏 런 디비전 자켓(이하 DQ6531)은 원단이 상대적으로 두껍고 무겁습니다. 원단 자체에는 땀을 배출하는 투습기능이 전혀 없는게,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양쪽 주머니 상단부분과 등쪽에 나있는 벤트구멍을 닫으면 확실히 덥고 찌는 느낌을 금방 느끼게 됩니다. 사실, 벤트를 모두 연다고 해도 기온이 높고 별다른 움직임이 없으면 답답한 느낌은 벤트구멍을 닫았을 때나, 열었을 때 모두 큰 차이는 없습니다. 원단 자체가 컬럼비아 아웃드라이 자켓에 비해 두껍기 때문에 옷 자체도 훨씬 무급습니다.

컬럼비아에서 만든 아웃드라이 원단이 사진으로는 상당히 번들번들한 비닐 느낌이 나지만, 실물로는 그렇게 번들번들한 느낌이 나지 않습니다. 아웃드라이 원단이 내구성으로 정평이 나있는데, 확실히 실물도 튼튼한 느낌입니다. 하드쉘처럼 많이 빳빳하고 우직일 때 바스락거리는 느낌이 나지만 달릴 때에도 그렇게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며, 원단이 얇고 무게가 가벼운 점은 분명 장점이랄 수 있습니다.

이 둘 모두 비가 올 때 달리면서 비교를 하는게 정확하겠지만, 일단 해가 진 후인 오후 8시에 기온 15도의 맑은 날씨 상황에서 2키로미터씩 뛰어봤습니다. 둘 모두 1키로미터를 7분30초대로 주파했으며 첫 2키로미터는 아웃드라이 나노라이트 쉘 자켓으로 주파한 후 5분 휴식 후 나머지 2키로미터를 나이키 DQ6531을 입고 주파했습니다.

아웃드라이 나노라이트 쉘 자켓은 1키로미터 정도를 경과하자 머리에서 땀이 줄줄 흐르고(모자는 쓰지 않고 달림) 옷 안이 후덥지근해집니다. 땀으로 인한 습기는 못참을 정도는 아닌데, 열기가 배출되지 않아서 많이 불편하더군요. 뛰고 나서 옷을 벗는데, 옷 안쪽이 축축하더군요. 땀이 많이 나는 등판 뿐 아니라 허리나 팔 안쪽에도 축축하게 젖어있었습니다.

반면, 나이키 DQ6531은 처음 입었을 때와 2키로미터 주파하는 동안 느낌이 별 차이가 나지 않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아웃드라이 나노라이트 쉘 자켓과는 달리 머리에 땀이 절반 이하로 흐른 데다 옷 안으로도 열기가 별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단, 2키로를 뛰는 동안 팔 주변으로는 땀이 차는 느낌이 분명 있었습니다. 하지만, 2키로를 뛰고 난 뒤 옷을 벗어 안쪽을 확인해봤는데, 등판 윗부분 쪽에만 촉촉하게 습기가 만져질 뿐, 다른 부분에는 습기가 만져지지 않았습니다. 달리는 동안 느꼈던 것과는 달리 팔 안쪽도 전혀 젖어있지 않았구요.

아웃드라이 원단의 투습도는 20,000 g/m2/hr 로 알려져있습니다. 일반적인 고어텍스 원단의 투습도와 큰 차이가 나지 않지요. 이정도의 투습성능으로는 걷기나 등산 정도의 운동강도에서는 쾌적함을 느낄 수 있지만, 그 이상의 달리기 같은 운동강도에서는 옷 안쪽이 흥건히 젖을 정도로 땀과 열기의 배출이 어려워지게 된다는 걸 절실히 깨닫게 해준 실험이었습니다. 고어텍스 원단이든, 아웃드라이 원단이든, 적절한 벤트홀이 없는 자켓은 딱 등산 용도까지로 써먹을만 하고 달리기용도로는 적절치 않습니다.

결국 달리기를 위한 자켓이라면 원단 자체의 투습성능만으로는 절대 무리이며, 반드시 벤트 구멍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격렬한 움직임이 없는 일상생활에서는 덥다는 느낌을 받았던 나이키 DQ6531 의 진가는 달릴 때 나왔습니다. 확실히 러닝 자켓의 필수조건은 확실한 통기성을 제공하는 벤트 구멍입니다. 물론, 방수나 발수기능이 없는 여름용 러닝 자켓이라면 원단 자체의 통기성으로도 충분하겠지만, 간절기나 겨울에 러닝을 위해서는 반드시 벤트홀의 유무나 성능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사족인데, 나이키 DQ6531이 패커블, 즉 등쪽에 달린 주머니로 접어서 휴대가 가능한 디자인입니다. 비오기 전에는 파우치 형태로 가지고 다니다 비가 오면 바로 꺼내어서 입을수 있게 되어있죠. 원단이 좀 두꺼워서 생각하지 못했는데, 숨겨진 등쪽 주머니 안에는 가방끈 역할을 하는 구조물도 있어서 휴대가 더 간편하게 되어있습니다.

다만, 아웃드라이 나노라이트 쉘은 원단 자체가 워낙 얇고 가벼워서 몇 번 접으면 쉽게 휴대할 수 있기에 휴대성 자체는 나이키DQ6531보다 더 나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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