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테슬라 주가하락 속도가 심상치 않습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보면 예전같은 고평가는 해소된 지 오래입니다. 과거엔 PER이 100배를 넘어갔었지만 지금은 36배까지 떨어졌죠. 그럼에도 하락세가 멈추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테슬라가 단순히 실적이 안좋아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건 테슬라 주가와 EPS 추이를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 분기에서 테슬라는 사상 최고의 이익을 올리면서 최고의 EPS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주가는 바로 EPS 최고점을 갱신하자마자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테슬라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된 시점을 봐야 합니다.
테슬라가 적자에서 흑자전환을 하면서 PER을 계산할 수 있게 된 건 생각보다 최근인 2020년부터입니다. 이후 테슬라는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본격적으로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했죠. 실적성장보다 시장의 기대가 훨씬 강했기 때문에 PER은 계속 올라갔습니다. PER이 가장 높았던 건 흑자전환 후 1년도 되지 않은 2020년 하반기로 무려 1,120배였습니다. 그 때 테슬라 주가는 235불, 하지만 이후 시장의 기대대로 테슬라의 EPS는 가파르게 성장했지만, 주가의 상승은 기대 이하였습니다.
그렇게 주가상승이 완만해지며 2022년2분기에 359달러에 PER146배를 기록한 이후부터 100달러까지 추락하는 내내 EPS 자체는 놀랍게도 계속 성장을 계속했습니다. 추락한 건 EPS가 아니라 EPS 성장율이었죠. 결국 PER146배를 정당화시킬 정도의 EPS성장율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시장이 뒤늦게 정신을 차리게 된겁니다.
그렇다면, EPS성장율이 아닌 EPS 자체가 고점을 찍고 내려갈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본격화되면 주가는 어떻게 될까요? 지난 23년4분기에 EPS가 역대 최고치를 찍었음에도 이후 현재까지 주가가 가파르게 내려오고 있는 이유는 지난 분기 EPS가 고점이고, 이제는 EPS가 내려갈 일만 남아있지 않느냐 하는 불안감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실제 테슬라에는 인재들이 빠져나가는 소식들이 계속 들려오고 있습니다. 모델2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어야 할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이나, 정책책임자와 같은 핵심인사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빠져나가고 있죠. 이정도면 현재 테슬라라는 기업이 삐걱대는 수준이 아니라 훨씬 더 크게 흔들리는 방증이라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15/0001158064
이런 시장의 불안감에도 “buy the dip”을 외치며 계속해서 테슬라를 사모으면서 주가 방어에 여념이 없는 사람이 나왔습니다. 현 시점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의 강한 확신을 가지고 테슬라를 사모으고 있는 이 펀드메니져는 관리하고 있는 펀드들에서 테슬라의 비중이 이미 10%를 넘어가고 있다고 하는군요.
이러한 일부 기관투자자의 매수는 향후 테슬라 주가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힘듭니다. 왜냐하면 주가가 어느정도 이상 올라가면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져서 가지고 있던 테슬라 주식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가파른 상승세를 방해하며, 경제사정이 안좋아져서 해당 펀드들에서 투자자가 자금을 빼가게 된다면, 그 자체로도 추가적인 매도세를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수급적으로나 실적추세를 보나 당분간 테슬라의 하락을 반전시키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상화에서 과거처럼 사람들의 꿈을 자극하는 로봇이나 인공지능 관련 발표들이 나와도 본격적인 주가반전은 쉽지 않을겁니다.
이렇게 현재 왜 테슬라 주가가 거침없이 추락하는 원인이 하나가 아닌 여러가지이듯, 테슬라 주가가 하락을 멈추고 본격적으로 반등할 조건 또한 여러가지일 것입니다. 그 중 한두개만 성사가 되어도 테슬라의 주가는 반등할 수 있지요.
- 금리가 떨어지면 됩니다. 기준금리 인하가 경기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연준의 결단으로 인한 것이든, 아니면 극심한 경기침체로 인한 것이든 상관없이 금리가 떨어지면 자동차 할부금융의 이자도 대폭 떨어지기에 신차 구매심리가 회복될 수 있습니다.
- EPS가 상승을 계속 이어가면 크게 상승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단기간에 현실화되긴 어려울 것 같긴 합니다만,,,
- 반대로 테슬라가 다시 적자로 떨어져도 주가는 반등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되기 전까지 하락폭은 크겠지만, 적자로 전환하는 이벤트 자체는 오히려 “더 나빠질 게 없다”는 심리를 자극하게 될 수 있습니다.
- 중국 전기차 회사들의 구조조정이 완료되면 차량가격이 상승하면서 채산성이 개선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상정할 수 있는 기대들 중 그나마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현실이 될 수 있는 계기는 금리인하가 될 것 같습니다.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면 시장금리도 지금보다는 더 떨어질 것이고, 이로 인해 부동산 거래가 늘어나면 그동안 빠지지 않았던 미국 내 주택가격도 점차 안정화되며 경기가 식을 것입니다. 그렇게 미국 금리가 떨어져야 전세계의 금리들도 비로서 떨어질 수 있고, 본격적으로 시장금리가 떨어져야만 전기차 수요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때문에, 테슬라에 롱포지션을 잡을 시점을 고민하는 분이라면 당장은 테슬라 내부의 이슈보다 매크로 경제상황의 추이를 더 유심히 지켜보는게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